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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춘선(서울행) 저녁 7시쯤 끝쪽칸의 사건 당사자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277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배려Ω
추천 : 8
조회수 : 73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1/03/06 22:20:15
오늘 경춘선 상봉행(서울행) 저녁 7시쯤에 끝쪽(?)칸에 계셨던 분들은 아마 칸 내에서 보셨을겁니다. 

하..정말 뭐랄까 제 책임이고 제잘못이어서 부끄러운것도 알고 민망한것도 알지만, 
참 사람이 사정이란게 있는건데 억울해서 이렇게 글올려봅니다.

혹여나 그 당사자인 커플이 보거나 그 칸에서 그 일을 보셨던 분들은 글좀 달아주세요.
정말 제가 해명해드리고 싶습니다. 

상황설명부터 드리면, 
주말이라 춘천과 가평 강촌을 거쳐 서울까지 오는 경춘선 전철안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앉을자리는 이미
춘천역에서 출발할때부터 꽉차 있었습니다.

저는 1년에 2,3번 볼까말까한 친구들과 바람도 쐬고 여행도갈겸 춘천까지 갔다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춘천역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길이었기에 등산을 갔다오시는 분들과 강촌이나 가평에서
놀고 오는 연인들도 꽤 많았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춘천역에서부터 앉아서 자며 오고 있었습니다. 

일단은 그 일을 당한 당사자는 저이니까 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경춘선이 끝에서 끝까지 한 70분 정도 걸립니다. 저는 앉아서 계속 자면서 오고 있었구요. 
그리고 중간 중간 문이 열려 들어온 찬바람에 깨며 졸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할머니 한분이 손자와 타시더라구요. 근데 자리가 없어서 서계셨습니다. 아마 그 칸에 있던 모든 분들 다 
조시거나 그런분들을 보셔도 일어서지 않으시더군요. 다들 피곤해서 자거나 그러셨으니까요. 

위에서 말한 그 할머니 저도 봤습니다. 
근데 자다 꺠다 하면서 봤을때는 금방 내리시는듯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자다 꺠다 하면서 종점이 까지 
7~8정거장? 정도 더 남았을때였습니다. 저도 그 쯤에는 자다 꺠다 하면서 서서히 잠이 꺠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잠도 깰겸 핸드폰 가지고 놀면서 중간 중간 그 남자 머리위에 있는 전광판에 지금이 어디인지 보면서 
노선도도 보며 확인하고 몇번 그랬습니다.(아마 이떄 그 남자분은 자기를 쨰려본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런데 이 남자가 갑자기 '저기요' 하며 저를 부르더니 옆에 어르신께 자리양보좀 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잠에서 덜깨서 이 사람이 무슨소리 하는거지? 라며 다시 쳐다보며 네? 라고 했죠. 
그러더니 옆에 서계시는 할아버지 한분을 가리키며 어르신께 자리양보좀 하라고 하더군요. 

그때 얼굴이 화끈해지더군요. 사람들의 시선이며, 나도 자다 꺠다 하면서 어르신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민망하고 부끄러운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도 그렇게 말하는 남자가 어이가 없어서 좀 멍하니 쳐다보다가 할아버지께 물어보았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시라고, 하지만 할아버지가 손사래 치시며 자기 앉았는다고 됐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저도 다시 남자를 좀 쳐다보다가 그냥 다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들어서 
종점에서 친구가 깨워줘서 다시 일어났습니다. 여기까지가 겉으로 보이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분명 저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있고 있는데 제가 계속 자면서 자리 양보안하고 쭉 앉아왔으니싸요. 

그리고 그렇게 사건이 끝나고 이어폰을 꽂고 있는데 참 얼굴이 화끈거리고 점차 화가 났습니다. 
제가 화가난 이유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우선 저의 사정은 이랬습니다. 간만에 보는 저를 포함한 3명의 친구들이 졸업반에 취업준비에 각자 사정이 있어서 1년에 2~3번 볼까말까한 고등학교 친구들이었습니다. 나이는 26살 모두 동갑이구요. 그래서 다들 좀 무리를 해서라도 아침일찍부터 모여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온거였습니다. 모두 전날 일이 있어서 3~4시간씩만 자고 이른 새벽부터 준비해서 출발한 여행이었죠. 그리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면 보낸 하루였기에 모두들 지쳐서 전철에 앉는 순간 바로 숙면을 취하게 되더군요.  

저도 그래서 자다깨다 자다꺠다 하며 종점까지 가게 됐습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만, 저도 어르신들을 보고 양보해드리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싸가지 없는 놈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항상 이타적입니까? 그 순간은 저도 이기적이었지만, 이기적이고 싶었습니다.
저도 전날 잠을 못자 피곤하고 하루종일 걸어다녀 피곤한데 이기적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 있는거 알았지만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소심하게 그때 따지지 왜 이제서야 여기에 이렇게 글을 쓰냐 하시면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그 남자가 무서웠던게 아니라 사람들이 무서웠습니다. 거기에서 그렇게 이야기해봐야 저만 싸가지 없는 놈 되고 요즘 인터넷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정말로 동영상으로 찍혀서 돌아다니고 신상털릴까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화난 시점은 이겁니다. 

바닥에 손자랑 앉아계신 할머니가 아닌 할아버지께 양보를 하라던 그 남자의 말때문입니다. 
할아버지 아주 건장하셨습니다. 건장하다고 해서 자리 양보 안해도 된다는 아니지만, 
추운날에도 등산장비 풀셋트로 갖추고 계셨고, 등산을 자주 다니시는 분 같았습니다. 
되려 자리양보를 해드려야 할 분은 할아버지가 아닌 바닥에 손자랑 앉아계시던 할머니였으니까요.
저는 그 할머니가 제 옆에 바닥에 앉아계시던것도 거의 종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거기서 이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도 있고 하니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정의로운 마음에 저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남자분은 22~23살 정도, 여자분은 20~22살 정도로 보이시더군요.   

정말 나쁘게 말해서 허세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전철칸안의 많은 사람들이 절 바라보며 느껴지던 민망함에 부끄러우면서도 절 그렇게 만들어버린 그 남자분께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더 화가 났습니다. 정말 그 남자분이 이타심에 그러했다면 할아버지의 등산가방을 자신이 들어 짐칸에 올려드리던지, 여자친구분과 같이 바닥에 앉아 손자와 말을 걸어주고 같이 이야기를 하던지 혹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모셔드리던지 해야했던 것 아닙니까? 

그리고 번번히 말씀드리지만, 저도 제가 잘했다는 거 아닙니다. 저도 잘못했습니다. 할머니께 먼저 자리 양보를 했어야 하지만 전 할머니가 옆에 바닥에 앉아계신것도 나중에서야 종점 거의 다와서 보았습니다.

정말 그때 되서 한참 앉아서 계속 자다가 거의다 와서야 할머니께 자리 양보한다고 일어서서 말하는것도 전 참 부끄러워서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정말 주변 시선을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것도 잘 못하기는 합니다. 가끔 버스나 전철에서 자리 양보를 할 때도 제가 스스로 하고나서도 얼굴을 화끈거려하니까요. 

그래서 이 글을 그 남자분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제발 어디가서 그러지 마시죠. 그렇게 절 민망주시고 그 어르신이 잘도 그 자리에 앉으실까요? 
정말 당신이 이타심이 있어서 그런거라면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으로 했어야지 한사람에게 민망함을 안겨주면서 해야할 방법밖에 없었습니까?

당신 눈에는 제가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 놈으로만 보였겠지만, 저도 제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저에게 그렇게 말 할때 당신의 여자친구분이 저와 제 친구들의 눈치를 보시던거는 아십니까?  

게다가 저와 제친구는 당신 커플이 저희 앞에 서서 흔들리는 전철에 조금씩 움직이며 다리를 툭툭 치면서 저희 잠을 깨길래 얌전히 다리를 의자 밑으로 접었습니다. 이런게 서로 하는 배려 아닙니까? 또 다른 한 친구는 자기 옆에서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잠든 아기가 목이 꺽여서 계속 잠들어있자 자기가 슬며시 목베개를 해주고 그대로 1시간 동안 왔습니다. 이런게 정말 배려다운 배려 아닙니까?  

정말 찾아가서 조목 조목 따져가며 제 잘못도 인정하며 제 사정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차마 그런 내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 싸가지 없는 놈만 될것 같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말 그러고 나서 여자친구와 걸어가면서 왜 이렇게 다들 이기적이야 싸가지 없는 자식들 난 그런 놈들이 싫어 나 잘했지 자기야? 라고 허세부리며 자랑할 당신의 모습에 이용당한것 같아 참 기분이 엿같아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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