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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네요
게시물ID : sisa_7842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재팔
추천 : 6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12 02:30:19
미세먼지가 심하다더군요(하도 거짓말을 많이 하다보니 이것도 거짓 예보로 의심이 들더군요. 뭐 답은 호흡기가 알겠습니다만). 오늘 나오실 때 조금 주의해주시고요(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물론 충돌이지만요).

저는 갑자기 오랜만에 떨려서 지금 잠이 안 옵니다. 영화를 봐도, 책을 봐도 진정이 안 되네요. 

사실 20대 초반에 대학교 때려치고 부사관 입대할 때만 하더라도 국가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품어본 적이 없고, 국가와 정권을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무너지지 시작한 게, 천안함부터 연평도, 그리고 대선 전후의 일이었습니다. 공격을 받았음에도 정권은 죽어간 사람들을 자기들의 이득을 위해서 이용해 먹더군요. 그리고 대선을 전후하면서 고향이 모 도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왜 그런 빨갱이를 뽑았냐?" "너네 지방은 왜 그따구냐(강남 살던 장교가 그런 말 하고, 부산 출신 다른 부사관이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막아주었습니다)?"

이런 체험 이후부터 뭔가 좀 이상하게 사회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대하고 서울에 방 잡고 살 때, 민영화 반대 집회 이런 것에도 구경 나가보고 했습니다.

 세월호 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뭐 저런 걸로 집회하고 그런가 했는데, 인터넷이나 술집 이런 곳에서 악질적인 비방이 나도는 것을 보고 듣는 순간,  '같다'가 '했다'로 바뀌더군요. 너무 충격이라서 될 수 있으면 무조건 거리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폭력 휘두르는 사람은 죄다 프락치라고 생각했는데, 몇몇 분들이랑 이야기 해보니 다들 그렇진 않더군요. 홍대에서 예술하는 사람도 있고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지 프락치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운동권 경험하신 분들이 프락치를 상상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물론 진짜 프락치는 있겠지만,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있겠죠). 
 
 그런데 기존에 저들이 짜놓은 그 프레임이 크기는 크더군요. 그래서 점점 힘이 빠지더군요. 그게 극에 달한 것이 작년 11월 14일이었습니다.

그 날을 전후한 뒤로 군대 때부터 알게 된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너 참가했냐? 빨갱이냐?"라는 식으로 몰아 붙이고 연락을 끊더군요.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고 나라가 개판이라 열이 받쳐서 참가했는데 그걸 빨갱이라뇨? 더군다나 그걸 말한 사람이 20대였던 것도 굉장히 웃깁니다. 

어쨌거나 그 날, 홍대에서 예술하는 형님이랑 근처에서 술 마시면서 "ㅆㅂ, 언제까지 약한 인간은 피해만 봐야 하는데?"라고 서로 울었습니다(그 형님은 안타깝게도 생계가 있어 오늘은 참가 못하시더군요).

그 뒤로는 먹고 살 걱정을 하는 것 때문에 기도하는 것 정도 밖에 못 했습니다만, 최순실 이후부터 다시 열 받아서 집회에 다시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꽤 재밌던 게, 전에는 무관심 혹은 싫어했던 지인 다수가 자기들은 못 나가지만 잘 하고 오라고 격려를 해주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그런 거 왜 하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단골 술집 사장님이 콘트리트였던 것도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네요.

성당에도 극렬 새누리 분자들이 있고요 ㅋㅋ
그나마 신부님과 수녀님, 동네 식당 사장님들은 나가서 잘 하고 오라고 격려해주시더군요. ㅋ
 
  그리고 의외였던 건 아버지였습니다. 예전에 노조 활동하다가 간부들이 정보과 형사들과 술 먹고 노는 걸 보신 뒤로(물론 저 태어나기 한참 전입니다만) 이런 시위 같은 데에 불신을 가지게 되신 아버지께서는 공감은 하지만, 그런 건 젊은 친구들에게 물리고, 넌 너 먹고 사는 거나 제대로 해결하라고 하시더군요. 얼마 전에행진 도중에 전화로 참가했냐고 추궁하시길래, 축제 구경 왔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ㅋ
 
  어쨌거나 긴장되서 막 적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참가하시는 여러분들께 아무 일 없기를 빕니다. 

아무런 불상사가 없기를 빕니다.
 
오늘 오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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