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media.daum.net/sports/soccer/newsview?newsId=20141119173907755
내년 리그방식 놓고 구단들 '주판알 굴리기'
내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방식을 놓고 구단들의 '주판알 굴리기'가 시작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K리그 클래식 각 구단 사무국장들이 모인 가운데 'K리그 클래식 실무자 회의'를 열고 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실무자 회의에서 가장 긴 시간이 할애된 것은 내년 리그 방식이었다.
↑ 2014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확정한 전북 현대.<<연합뉴스DB>>
↑ 관중석을 가득 채운 수원 삼성 서포터스들.<<연합뉴스DB>>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자는 의견과 유럽 리그처럼 풀리그를 펼쳐 우승팀을 정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프로축구는 그동안 풀리그 방식과 플레이오프 방식,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지만 구단들의 입맛에 따라 리그 방식이 자주 바뀌면서 팬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는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을 계속 이어가자는 의견이 개진됐지만 K리그 12개 팀이 풀리그를 치러 우승팀을 정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이 현재 K리그 상황에서는 그나마 효율적"이라며 "이 제도를 도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더 운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구단 관계자는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난 팀들은 사실상 팬들과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며 "시즌 막판에 강팀과 약팀이 경기를 치르는 상황이 나오지 않아 재미도 반감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구단 관계자들은 경기 수를 늘리자는 것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경기 일수가 너무 모자라면 홈경기 수익은 물론 스폰서로부터 받는 광고비의 단가도 낮아지게 되는 만큼 적절한 경기 수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방 구단은 홈 경기가 많아야 지역 팬들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 수가 늘어난다고 고수입이 보장되는 것만은 아니다.
경기 수가 많아지면 선수들에게 들어가야 하는 수당도 많아지면서 재정이 쪼들리는 구단들은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는 소수 의견으로 정규리그를 3라운드만 돌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프로연맹 관계자는 "경기가 많아지면 국가대표 평가전 기간에도 정규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는 단점이 생긴다"며 "경기장을 임대해서 쓰는 구단은 오히려 입장 수입보다 대관료가 더 나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무자 회의를 마친 프로연맹은 이날 나온 의견을 취합해 12월 1일 열릴 정기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려 내년도 리그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홍재민의 축구話: 플레이오프 부활은 시행착오의 답습
환자가 있다. 아프단다. 의사는 증상의 원인을 잘 파악해야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원인을 엉뚱하게 짚으면? 오진이 나오고 잘못된 처방이 나온다. 병이 낫지 않는다. 계속 아프다.전북현대가 2014시즌 클래식 챔피언에 등극했다. 8일 제주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했고 15일 홈 팬들 앞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증상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귀 기울여보니 리그 종료 전에 챔피언이 결정되어 재미가 반감되었단다. 올 시즌 전체를 봐도 저조한 흥행이 여전하다. 재미가 없네? 처방을 내리자. 그것은 바로, 플레이오프다!결론부터 말하자. 잘못된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오프 부활에 반대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리그 제도 변경에 반대한다. 만약 플레이오프 시행 중인 상황에 누가 "단일 리그제로 가자"라고 하면 그 또한 반대할 것이다. 32년간 과격한 변화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져 왔기 때문에 K리그가 시장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속성이 없으면 권위와 역사를 쌓을 수가 없다.32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다. 수많은 드라마와 스토리를 생산해낼 만큼 길었다. 하지만 K리그는 32년치에 걸맞은 정통성, 권위, 역사, 이야깃거리를 갖지 못한다. 그 동안 리그명을 바꾸고, 리그제를 바꾸고, 챔피언 결정방법을 바꾸고, 트로피를 바꾸고, 순위 의미를 바꿔왔기 때문이다. 사골을 끓이다가 도중 맛이 없다며 물을 계속 갈아버렸다. 깊은 맛이 날 리가 없다.증상의 원인을 찾는 시각이 교정되어야 한다. 전북은 8일 제주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챔피언 탄생 순간을 지켜본 관중이 고작 1,125명이었다. 제주의 직전 홈경기 관중수는 17,484명이었다. 이 증상의 원인은 무얼까? 리그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니다. 고정 팬, 즉 단골 손님이 없다는 뜻이다. 식당이 이름과 메뉴를 계속 바꾸면 단골이 생기지 않는다. 단골 없이 32년씩 버티는 식당은 고속도로 휴게소밖에 없다.2012년 K리그는 승강제를 도입했다. 클래식과 챌린지로 명명했고, 지금의 스플릿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제 겨우 2년째다. 리그제마다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를 통해 깨우쳤다. 제도에 의해 리그 흥행이 좌우되지 않는다는 교훈도 얻었다. 지금 리그제를 또 바꾸면 우리의 역사는 또 끊긴다. 그렇게 해왔던 탓에 우리는 32시즌치 노하우를 쌓지 못했다. 그냥 똑같은 시즌을 32번 반복했을 뿐이다. 또 그렇게 하자고? 싫다. 그래선 안 된다.트로피만 해도 그렇다. 구단 사무실이나 클럽하우스에 가면 과거 트로피들이 진열되어있다. 언제 어디서 따낸 것인지 기자들도 깨알처럼 적힌 메모를 봐야 한다. 일반 팬은 당연히 알 수가 없다. 트로피는 강력한 역사 스위치다. 우린 그 장치를 스스로 뜯어내고 새로 갈아 끼웠다. 지금의 K리그 트로피는 2008년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차범근 감독이 처음 들었다. 올해 최강희 감독이 들어올렸다. 2024년, 2050년, 2100년 챔피언도 그래야 한다. 그러면 연속성이 생기고, 이야깃거리를 저절로 얻는다.스포츠리그를 단발성 이벤트처럼 팔면 곧 한계에 부딪힌다. 스포츠리그는 품질보다 팬과의 유대감이 더 중요하다. 이른바 관계 마케팅(relation marketing)이다. 관계는 금방 생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꾸준히 교류해야 한다. 당장 배고프다고 정체성과 메시지를 바꾸면 그때마다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 그래선 K리그와 대중은 언제까지나 서먹한 사이로 지내게 된다. K리그는 바겐세일 손님이 아니라 매 주말 매장을 찾는 고정객이 필요하다.문제가 많다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쳐야 한다. 왜 재미없을까, 왜 관중이 적을까, 왜 32년간 이 모양 이 꼴일까 등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많은 해법을 제시해왔고, 또 실행되기도 했다. 안 바뀌었다. 허구한날 겉모습만 바꿨기 때문이다. 리그 제도 운운하는 것처럼 말이다."축구는 원래 이런 것이다"라는 근본주의가 아니다. 지역, 시장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그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32년에 걸쳐 거의 모든 종류의 리그제를 시도해봤다. 별로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또 바꾼다? 32년이면 리그 형태와 흥행의 상호연관성이 적다는 가설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생각된다. 솔직히 이 시점에서 플레이오프 부활이란 의제 설정 자체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K리그는 지금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님의 용돈이 아니라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기구단이라는 FC서울에 이어 수원블루윙즈도 내년부터 2층 스탠드를 없애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체면 깎인다며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시간 날 때마다 연고지 학교를 돌며 스킨십을 쌓는다. 거품을 빼고 현실을 보려고 눈을, 느리지만, 떠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통찰력이 더 중요하다.어린아이가 있다. 달콤한 케이크를 줘보자. 어린아이는 온전히 먹지 못한다. 좋다며 손으로 다 으깨버리기 때문이다. "어리석다"라고 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결과는 '케이크가 으깨졌다'다. 플레이오프 부활론은 K리그 사랑과 프로스포츠리그 몰이해의 부정교합이다. 흥행 도모가 아니라 K리그의 시장 경쟁력을 으깨는 결과만 낳게 된다. 예언이 아니다. 과거가 이미 말해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