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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집회 참석 후기
게시물ID : sisa_7872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ostlude
추천 : 4
조회수 : 2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3 21: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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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있어 아침부터 일어나서 갔다오고 좀 쉬다보니 지금이네요ㅎ..

이하는 블로그에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남긴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조금 읽기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양해부탁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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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좀 핑계에 가깝지만 취업 준비한다는 이유로 그 전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12일에는 꼭 가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2. 어차피 계속 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4시에 맞춰 시청역으로 향했다.

딱 맞춰 도착했는데.. 이미 역은 포화상태였다. 개찰구에서 찍고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ㅎㅎ

고민하다가 한 정거장 더 가서 걸어가기로 했다.


3. 을지로 입구역에 내려서 시청 쪽으로 걸어갔다.

이미 출구에서 나가자마자 차도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앉아 있었다.

뭔가.. 알 수 없지만 조금 즐거워졌다.


4. 시청 광장 인근까지 가서 마이크 잡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간혹 구호도 외치고.

그리고 행진을 시작...하지 못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ㅎㅎㅎㅎ

조금씩 빠져나간 후에 나도 행진에 참여했다.


5. 사람들을 따라 계속 걸어다녔다.

구호도 외치고 함성도 질렀다.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봤다.


디스랩을 하는 래퍼를 봤다. 노조에서 집회에 나온 듯한 아저씨 한 분이 맨 마지막 가사 '하야해~' 만 알아 듣고는

"하야해 래. 의미는 통했어." 라며 당당하게 다른 아저씨께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았다ㅎㅎ

행진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창해주는 노조(?) 분들도 봤다.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나오신 부부도 있었다. 아이는 손에 촛불을 들고 있었다.

신나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 멜로디에 맞춰 사람들이 구호를 외쳤다.

어떤 어린 아이는 신이 났는지 춤도 췄다.

머리에 놀이공원에서나 팔 것 같은 머리띠를 하고 오신 여자분도 계셨다. 자세히 보니 한 쪽엔 'HA', 다른 쪽엔 'YA' 라고 적혀 있었다.

가족과 함께 나온 듯한 남학생이 머리카락을 뽑더니 촛불에 태워보는 모습도 보았다ㅎㅎ


6. 집회가 아니었다. 축제였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엄청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말하는

축제였다.


7. 무작정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가다가 반대 방향으로 오는 사람들을 봤다.

....뭐지..? 싶었는데 일단 가던 방향으로 걸어갔다.

가다보니 내가 가던 방향의 사람들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지고 반대 방향으로 오는 사람들은 많이 오길래

그쪽에 합류해 다시 걸어갔다ㅋㅋㅋㅋㅋ


8. 아무렇게나 정처없이 걸어다녀도 좋았다. 어느 곳에서나 같은 마음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9.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굉장히 많았다.

걸어가던 도중 학생들이 모여 앉아있고, 앞에 나와 이야기를 하는 여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기와 정말 친한 언니(로 기억하는데)를 세월호 사고로 잃었고, 자기는 지금 그 언니의 나이가 되었다고.

슬프고, 미안했다.

걸어가며 '멋지다' 라고 크게 외쳐주었다.


10. 오다보니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수많은 촛불들도 보았다.


11. 이렇게 8시쯤까지 걷다가 도저히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아무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자리가 있는 식당을 찾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고기집에 고기가 떨어질 정도.

이것이 창조 경제인가 싶었다.


12. 집에 와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13. 예전 세월호 집회에 참석하기 전엔

두려웠다.

물대포를 맞을까 두려웠고, 혹시 연행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이번엔 가기 전부터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다고 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내 편이라는 것을 알고 출발했으니까.

도착해서는 즐거웠다. 집회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이 현장에 있는 내가.


14. 집회에 참석할 때면 늘 생각했다.

내가 뭐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서있는 딱 그 자리만큼의 역할을 하기 위해 참석한다고.

어제, 한 사람만큼의 자리가 모여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가득 메웠다.






걸어다니던 중 세월호 관련 구호를 외치시는 분들을 봤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출처 어제 "개같은 뇬. 이렇게 사람이 모였는데 양심이 있으면 내려와야지" 라고 중얼거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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