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소 우울증도 있었는데 혼자 지내는데다가 요새는 특히 힘든 일들이 많아서 1388을 발견하고 자주 이용을 했어요. 같은 국번에만 전화하면 알아차릴 것 같아 여러 국번으로 전화를 했어요. 그래도 제가 서울사람이다 보니 02국번으로 많이 했죠.
사실 맨 처음 상담원분이 나이드신 여성분 목소리였어요. 저는 울먹이기까지 했는데 절 위로해주기는 커녕 도움되는 조언은커녕 절 비난하다시피 하더라구요? 진짜 전 죽고 싶은 심정으로 전화했는데 전화를 마친 후엔 정말 끝까지 갈 것 같았어요.
전 살고자 다른 국번으로 전화를 했어요. 이번엔 젊은 여성상담원분이셨는데 절 너무 잘 이해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절 토닥여주셨어요.
그 덕분에 전 위안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 후로도 남성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이드신 분들은 정말 꽉 막히셔서는 조언도 제대로 안 해주실 뿐더러 제 고민도 잘 털어내지 못할만큼 제 입을 막아버리거나 조언이 아닌 순전히 본인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결과로 나온 말들을 쏟아내시더라구요.
그래도 그런 경우엔 전 이미 전화한 상황에서 뚝 끊기도 뭐해서 다 듣고 있다가 다른 국번으로 전화해서 젊은 상담원분이 받으면 그 때 제 고민을 털어내고 조언을 얻었죠.
근데 방금 전 정말 웃기는 일이 터졌어요.
전 제 번호가 안 찍히는 줄 알았는데 다 찍히나보더라구요?
방금 전에 어떤 국번으로 전화를 했는데 나이드신 여성분이 받으셔서 제가 "고민 상담 좀 해도 될까요?" 했더니 정말 누가 들어도 따지는듯한 말투로 "네. 지금까지 계속 해오셨잖아요?" 라고 하셔서 저 진짜 당황했어요.
그리고 이어진 대화. 완전히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대화를 적어보겠습니다.
저 - 어.. 제 번호가 찍히나요?
1388 - 네. 당연하죠.
저 -(당황해서) 어.. 제가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전화드렸는데.. 음.. 어.. (너무 당황해서 말문막힘. 침묵 한동안 유지됨.)
1388 - 네. 그런데요?
저 - 어.. 근데 왜 이렇게 화내는 말투..세요? (저는 좀 말을 흐리면서 조심조심 말해서 ...으로 표시해봤습니다.)
1388- 제가요? 언제요?
저 - 좀 따지는 말투이신 것 같은데..
1388 - 상담을 하시려고 전화하신거면 상담만 하세요.
저 - 음.. 그럼.. 다음에 할게요.
1388 - 네.
-끝-
잘은 기억 안 나는데 정말 그 아줌마? 할머니? 나이대이신 듯한 상담원분께서는 제대로 저한테 따지는 말투이셨습니다. 진짜 99.999999%로 누구든지 느낄 정도로.
진짜 이럴거면 1388 왜 만들어놓은거죠?
힘든 사람 더 아프게 만드려는 의도인가요?
만들어놨으면 만든 목적대로 진행되도록 노력 좀 했으면 좋겠네요.
인터넷에서 봤던 1388 이용하지 말라는 말들이 이제야 제대로 이해가네요.
제 익명성이라도 보장되는 줄 알고 여러 번 전화했는데 더 전화하면 어느 정도 신상도 털릴까봐 겁나서 못하겠구요, 또 나이드신 상담원분이 받으셔서 불난 집에 기름붓고 부채질할까봐 못하겠어요.
이제 절대 안 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