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반말체인건 이해해주시고 읽어주세요..
우리나라에서 동거라하면 아직도 성적인 목적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성적인거랑 동거는 별 관계가 없다. 뭐 어리고 가치관도 형성되지않고 직업도 없는것들이 성을 목적으로 같이사는거야 그럴수 있지만, 어느정도 안정된 직장에 나이대가 있으면 동거는 결혼의 단점을 제거한 합리적인 공동생활이라고 보면된다.
여자들이 결혼생활에서 가지는 불만들인 시댁문제, 가사`육아 분담이 동거에서는 거의 발생할 일이없다.
반대로 남자들의 불만인 신혼집마련, ATM기 전락, 고부갈등 등의 불만도 최소화 할수 있다.
그렇다고 결혼식, 혼인신고 안하고 그냥 같이 산다고 제대로된 동거는 아니다. 동거에도 몇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절대적 딩크족
아이를 두사람의 사랑의 결실이니 연결고리니 하면서 출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결혼해라. 결혼생활의 파열음은 출산으로 시작되는 경제적 고통에서 온다는걸 명심해라. 맞벌이에 노자녀면 당신들의 삶은 여유로워지고 풍족해질것이다.
둘째, 가사는 분담해라.
여자니까 가사를 좀더해야지라는 망상은 버려라. 가사는 성별을 떠나서 시간 여유있는 사람이 좀더 하는게 맞다.
셋째, 강요하지 마라.
각자의 수입은 각자 관리하고 사생활은 최대한 보장해라. 사치하고 바람피고 외박하고 하는것까지 인정하라는게 아니다. 상대의 취향, 취미는 최대한 존중해주라는 뜻이다. 각자 월 300을 번다면 절반인 150을 저축하는 선에서 그외의 지출은 스스로 결정할수 있게끔 하는게 좋다.
내 지갑에 여유가 있어야 상대에게도 베풀수 있는것이다. 수입을 공동관리하면 상대에게 깜짝선물 등의 소소한 재미는 떨어질수 밖에 없다.
효도는 각자해라. 물론 내가 원해서 챙기는건 좋다.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을 챙기는건 좋은일이다. 물론 자발적이라는 가정하에..
넷째, 미래에 대한 비젼을 가져라.
동거라니까 그냥 막살다가 싫증나면 헤어지고 딴사람 만나고 이딴 생각하고 동거하는 놈들이 있는데 그건 동거라기보다 그냥 동침이다.
서로 설램이 사라지고 화장실 문 열어놓고 뿌직뿌직 하는 관계가 돼도 남녀가 같이 살수 있는건 어떤 공통지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부부들은 아이를 통해 이를 이뤄가는데, 동거남녀는 이런 아이가 없다. 애완동물이라는 보완책이 있겠지만, 그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거커플에게는 일반 부부보다 뚜렷한 미래계획이 필요하다. 은퇴하고 어디 섬에 들어가서 조용히 노후를 즐긴다던지, 세계일주를 한다던지하는 둘만의 미래계획이 있어야한다.
그냥 단순하게 그렇게하자가 아니라 재무계획부터 준비를 해나가야한다. 장기적금이나 펀드를 든다던지, 자격증을 딴다던지하는 그런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한다.
다섯째, 상대의 임종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져라.
사람들이 결혼을 선택하는 큰 이유중 하나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죽을때 내옆을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은 크든작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근원적인 공포중 하나다.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 혼자 남겨지는것에 대한 두려움 또한 결혼과 출산의 큰 이유다.
결혼과 달리 동거는 두사람만의 연결이기 때문에 어떻게되든 어느 한쪽은 임종을 지켜줄 반려자나 가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형제, 자매, 친인척, 지인들이 있을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반려자나 자손이 없는 죽음은 왠지 쓸쓸하게 느껴질수 있다.
때문에 동거는 죽음을 대하는 더 강력한 결속과 믿음이 필요하다. 다른사람은 몰라도 이사람은 나의 마지막을 지켜줄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비록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근원적인 공포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질수 있을것이다.
위에 쓴글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갈긴게 아니라 지지고 볶는 7년의 동거생활에서 얻은 것들이다.
우리는 50세에 은퇴하고 귀농이나 귀촌을 하기로했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보다 풍족하게 쓰지만, 수입의 절반은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 우린 효도해줄 자식이 없으니까 통장이 효도를 해줘야한다면서..
내가 이런글을 쓴 이유는 단순하게 동거가 좋으니까 결혼하지말고 동거하세요~~라고 선동하기 위함이 아니다. 단지 주변에서 결혼해서 더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오면서 저사람들이 결혼을 안하고 차라리 우리처럼 동거를 했다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했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더 행복해진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결혼이 나에게 더 맞다면 결혼을 하면된다.
여전히 우리는 별종취급을 받고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안다. 여자친구는 지인들에게 혼인신고라도 해야하지않냐, 나중에 버림받으면 어쩔꺼냐등의 찔림을 당하고 있다는것도안다. 우리집에서도 끊임없이 결혼 얘기가 나온다. 그것때문에 여친도 흔들렸던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것도 모두 극복해냈다. 7년을 살면서 일반 부부 못지않은 신뢰가 형성이됐다.
N포시대에 살고있는 청년들에게 나는 동거를 권하고싶다. 연애도 못해요~ 결혼도 못해요~ 출산도 못해요~라면서 좁은 골방에서 혼자 쓸쓸하게 웅크리고 있지말고, 만나고 연애하고 동거하라고 권하고싶다. 동거는 결혼처럼 비용이 들지도, 일방에게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위의 원칙만 지킨다는 가정하에..
결혼은 두사람과 주변인들을 강력한 사슬로 묶어놓은 것이라면, 동거는 쭉쭉 늘어나는 고무줄로 두 사람을 연결해 놓은거라고 표현하고싶다. 쇠사슬은 강하지만 그만큼 자유를 제한할수 밖에 없지만, 고무줄은 끊어질수 있지만, 조절만 잘하면 끊어지지않고 훨씬 큰 자유를 누리며 돌아다니다가도 자기자리로 돌아오면 원상복구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