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뻘글, 초초초스압) 데차 사태를 보며 주저리주저리 써봤어요.
게시물ID : gametalk_3281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참치폭풍
추천 : 4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7 23:04:01
옵션
  • 창작글
이번에 데차마저도 유저들의 반발을 사고, 그 결과 유저들이 대량 이탈하게 되면서

2016년에 나왔던 한국 게임사의 기대작은 예외없이 유저들에게서 외면받는 꼴이 되고 말았네요.

그래도 몇년 전까지는 한국 게임업계가 유저와 관계맺는 방식이

그 유명한 '화이트 데이 사건' 이후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비뚤어지고 만게 아닌가 하며

제 나름의 결론을 내면서도, 아직 한국 게임업계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올해 불거진 킹든갓택과 데차 사건의 흐름을 보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가버린게 아닌가 싶네요.

결국 한국의 게임역사에서 대다수의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해준 것은

블리자드나 (초창기의)라이엇처럼,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외국회사들 뿐이었고,

대부분의 수익을 한국에서만 창출해야함에도

대다수의 한국게임회사들이 유저들과 맺은 관계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불신과 애증의 관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그런 관계에 이골이 난 한국 고객들이

한국 게임업계에 전면적인 보이콧을 선언하기 시작한 분기점이 되는 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한국 게임업계의 고객대응방식'은 지겨울 만큼 논쟁이 되었던 주제인데,

저 같은 경우는 그것의 시발점을 '화이트 데이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하는 편입니다.

즉 1세대 게임개발자들이 한국 게이머와의 연대감을 상실해버린 계기가 그 사건이라고 봅니다.

현재 한국 게임업계가 보여주는 기형적인 고객대응방식은

업계주체들이 오래전부터 한국 게이머들과 감정적으로 단절되어 있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감정적인 단절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 충분했던 것은 맞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정책적인 규제가 지나치게 차별적이었다는 점,

오랫동안 일반 소비자의 게임사업에 대한 인식이 도박장 운영업이랑 비슷했다는 점 등등 이루말할 수 없었죠.

특히나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인력 중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원화가들의 경우,

2000년 초에 한국의 만화업계가 고사하면서 당시 만화업계로 갔어야 할 인력들이

게임업계로 유입된 경우가 많다보니,

당시 게임 회사에 취업한 그들에게 있어 게임개발은

자신의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직업을 갖기위해 해야만 하는

단순한 업무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팩트 제시가 아님을 밝힙니다.)

90년대에 만화업계가 얼마나 차별적인 처우를 받았는 지(저는 직접 느끼진 못했어요. 93년생이라)

그 당시에 중 고등학생이었거나, 20대였던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화업계가 차별받은 기억은 '화이트 데이 사건'을 통해 게임업계에도 전승되어

고객을 소위 "개돼지"로 보는 고객대응관행으로 굳어져 버렸다고 보는 것이 제 관점입니다.



예전에 주워 들은 기억으로는 게임업계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간부급 직원들은

자사의 게임클라이언트가 불완전하다 해도 "공짜로 게임시켜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라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정말 한국 게임업계는 '화이트 데이 사건'때 맞닥뜨린

'불법복제를 해서 멀쩡한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서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이 뿌리 깊게 각인되어

지금까지도 회사의 고객대응 방침에 그 관점이 남아있는 것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넥슨이 부분유료화 과금정책을 개발하게 된것도

'게임프로그램의 사용권'에는 패키지 판매 방식이든, 월정액 방식이든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약한

그 한국사람들이 "이상하게 게임 내 아바타에는 돈을 잘쓰더라"는 것을 깨닫게 된 뒤부터 였으니까요.

하지만

올해 한국 고객들이 보여주는 보이콧 선언은 더이상 '화이트 데이 사건'이 한국게임업계에서

한국 고객을 바라보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킹든갓택에게 조기섭종의 명분을 제공해준 오버워치가 국내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한국식 부분유료화 정책이 가진 한계가 더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 게임업계가 업계의 사업관행을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유지한다면

한국 게임업계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더 줄어들 수 밖에 없겠죠.

한국식 부분유료화 정책을 이제는 중국 자본이나 다른 후발주자들이 습득했기 때문에,

자본력과 시장규모에서 이미 규모차이가 확연하게 벌어진 한국게임업계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자본이 실소유주인 넷마블이 현 한국게임시장의 주요 업체중 하나이니

한국 시장이외의 타국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한 회사가

스마일 게이트같은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시피한 한국 게임업계가

이미 한국 시장의 한 덩어리를 자신의 시장으로 점유하고 있는

중국게임업계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한국 시장내에서의 물량공세가 아니라

기존의 사업방식으로는 수익을 얻기 힘들었던 고객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고객과의 관계부터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겠지요.



그와 대비되게 오버워치를 한국에 런칭하면서 보여준

블리자드의 마케팅전략과 수익창출방식, 고객대응 방식을 보면 확실히

똑같이 부분유료화 정책을 적용한 회사임에도 수준차이가 느껴집니다.

특히 한국을 공략함에 있어서 패키지만 팔았다면 절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을 고객층을

피시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완전히 장악해버리고

본격적인 서비스 이전에 각 캐릭터들의 에피소드가 담긴 고퀄리티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먼저 공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국 게이머들에게서 기대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자국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를 상대로 수익을 올리는 이 회사의 사업방식은

충분히 계산적이면서도 고객의 감정까지 고려해서 행동하는 여유가 있다는 것을요.

거기다 공개된 게임의 퀄리티는 유저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합할만큼 높은 수준이었고,

그것을 이용하는 데는 피시방 요금 200원 가량을 더내거나,

저처럼 45000원짜리 기본 패키지를 사는 등, 훨씬 더 합리적인 거래를 할 수 있었죠.
(오리진 구매자 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그리고 그 거래는 소수의 핵과금러들만이 아니라

그저 친구들따라 게임하는 사람들까지 맺을 수 있는 거래였고요.



냉정히 말하면 한국 게임업계는 명품의류업체처럼

자사제품에 큰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수의 고객들만을 선별적으로 상대해왔고

오직 그들에게만 의존해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 몰렸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게임회사가 부분유료화 정책을 펴며 게임이용권을 무료로 제공 하는 것은,

게임사용권에 돈쓸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일단 공짜로 하게 해준 뒤

그 사람들을 아이템 등급과 같은 게임 시스템을 통해

소수의 특권층과 대다수의 비특권층으로 철저히 구분하여

그 특권적인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거나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쓸 유저들을 선별해내기 위한

사전작업에 불과합니다.

명품회사가 자신들의 상품이 소비자를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구분시켜준다고

광고와 가격을 통해 암시하는 것에서 더 발전하여

한국의 게임회사는 확률에 따라 철저히 계급화된 별도의 사회를 아예 창조해버림으로써

명품업체보다 더 확실하게 고객의 결제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많은 고객들은 게임 속에서 마저도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자신은 얻지도 못할 사회적 지위를 마냥 쳐다보며 사는 것에 질렸고,

양극화된 유저들 사이에서 양쪽을 다 부추기며 과금을 유도하고

그러면서도 고객의 요구나 고객의 의견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사업태도에

완전히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보이콧을 할정도로 말이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사업방식을 못 바꾸면 한국 게임업계는 반드시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기존의 사업 방식으로는 슈퍼셀이나 중국자본같은 훨씬 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신흥세력과

한국시장을 두고 경쟁해야하는 처지가 되었고,

그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전통적인 패키지 판매가 있지만,

그것은 이미 한국 게임업계가 한 번 버린(혹은 버려진) 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버워치처럼 사회적 지위를 팔지않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유료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봅니다.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스토리니 설정이니 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고객에게 가장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게임 안의 재미요소가 아니라

'특권적인 사회적 지위'였기 때문이라는게 제 관점이라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 고객과의 관계계선은 필수고요.
(물론 블리자드가 혜자스러운 부분유료화 정책을 할 수 있는 건,
한국 외지역에서 이미 패키지 판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태에서 추가적인 수익을 얻는 것이기에
시간당 2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봅니다. 스팀의 90%세일과 같은 맥락인 거.)



출처 읽어준 것만으로도 감사. 고생하셨어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