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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哭..(1)
게시물ID : love_15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설니홍조
추천 : 2
조회수 : 4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8 09:19:13
2년을 만났고, 그중 1년은 함께, 나머지는 반만 함께 살았었던 너..
나머지 1년도 급한 결혼 욕심에 아직은 때가 아닌듯 하다는 내 손을 끌고 너희 어머님 앞에 날 데려다 놓았을때, 날 바라보시던 너희 어머님의 그 표정은 절대 잊혀지지가 않는다.

처음 인사 드리는 자리였지만, 우리가 사간 커피가 아니었다면 한잔 물 한모금 주시지 않으셨을거라 확신한다..
'벌레'.. 음성은 나지 않았지만 난 분명히 들을수 있었다.

장사를 오래하신 탓인지, 너희 어머님은 사람 보는 눈에 유난한 자부심이 있으셨던걸까?
말도 몇마디 섞지 않으시고 물으시던 '직업이 뭔가?'라는 질문에 최대한 포장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나보다. 내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어머님은 대화를 끊어주셨었지.
옆에서 상황을 보던 너 역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깨닫고, 급히 돌아나오는 길에 너희 어머님은 가는 날 일어나 배웅조차 하지 않았었다. 가게에 소금을 팔지 않아서 다행이라 안도했으니까..

귀하고 곱게 키운 딸을 극잔히 사랑하는 마음에, 대충 봐도 조건이 별로인 남자를 내 쫓으신거라는 어렵지 않은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 머리와는 달리, 마음은 그 쉬운 현실도 이해할 능력이 없었던 것인지..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었다.
'예상은 했었잖아'라는 영양가 없는 위로도 바닥난 자존감 회복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형수가 밧줄에 목이 메달려서 '예상했었잖아'라고 자위한들.. 오히려 그 예상 때문에 다가올 죽음은 집행전부터 그들을 옥죄어 왔을지도 모른다.

그 전부터 너와 많이 다투고, 이별도 말했었지만, 사실은 아무리 좋게 말하고, 달래고, 이해했던 내 마음은 정말이지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 너에 대한 최후의 저항이었고, 나름의 무력 시위였을뿐 정말 이별을 생각한 적은 없었다.(그 방법이 너에게는 큰 상처였을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정말 많이 인내했고, 독약을 탁자위에 두고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괴로웠었다고 나를 변호해본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런 사랑이었으면 진작에 헤어지지 못했던 죄에는 꼼짝할 수 없지만..)
그랬기 때문기 늘 너가 와서 사과하고, 잘못했다고 울며 빌고, 날 떠나지 못한다는 니 최후의 항복을 듣고 나서야 니 마음 바닥에 깔려있던 마음이나마 확인하고서야 다시 받아줬었지. 그 반복이 정말 지겨울만큼 이었고, 주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빈번한 일이었고..

이미 보통의 사랑이라고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겠지만, 너의 이기적이고 스스로에게만 관대한 마음이 언젠가는 나를 닮아갈 거라 믿었다. 그래서 견뎠고, 반복하다보면 전해질거라 생각했었다.
우스운 얘기지만, 너의 못된 성격도 유순한 나와 달라서, 우리가 사는데에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식당이나 카페 종업원에게 무례한 요구도 서슴없는 널 보며 말이다.(웨이터의 법칙이라는 것고 잘 알고, 너에게 설명까지 했었다. 내가 아둔해서 이런 사랑을 한건지, 사랑 때문에 아둔해진건지 알수 없다.)
 하지만 너희 어머님을 뵙고 돌아서는 그 순간부터, 난 너에게 행복한 삶을 줄 수 없다는 공포심이 심겨졌던것 같다.
처음보는 '손님'인 나에 대한 가차없는 박대에 '딸은 엄마를 닮는다'는 말이 떠오르며, 너의 성격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마음에 심겨진 것 같았다.
마침내야 마딱뜨린 현실 앞에 그제서야 '결혼하겠다고 한것도 아닌데..', '나에 대해선 아직 다 모르실텐데..'라는 먹히지 않을 방어막을 펼쳤던 것이다. 늦은 자기보호에 이미 들어와버린 충격은 출구를 모르고 내 속에서 요동쳤다.

정말 온 마음을 다 줬었고, 우리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 했었다.
처음 우연히 널 만나게 되었고, 홀리듯 너에게 빠졌고, 너 역시 나에게 호감이 있음을 난 느꼈지만, 이혼남인 내가 너에게 마음을 숨기고 접근하는 것이 그리 양심적인 삶을 살지 않은 나였지만, 왜인지 너에게 만은 그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빨리 알리고, 현실직시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지.. 
솔직히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비극의 시작인 그 마음엔 분명 혹시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는 것만으로, 지금 내 고통이 자학임을 부정할 순 없다.

용기를 내서 너의 연락처를 묻고, 연락을 하고 만날 약속을 잡으니, 무언가 통한다고 느낀 내 예상처럼 흔쾌히 넌 수락을 했었지. 너희 동네 카페에서의 솔직한 내 고백에, 예상과 달리 넌 동요하지 않았고 그런 너의 모습에 나의 현실 감각이 무뎌진듯 했었다. 

상처와 빚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혼남은 사랑을 피한다기보다 스스로 체념한 상태였다. 누가 날 사랑해줄까? 하지만 '현실을 극복한 사랑'이라는 낭만적 꿈을 심어준 당신과의 사랑이, 맛깔나는 진수성찬을 즐기다 예상치 못하게 씹어버린 쓸개 마냥 쓰디쓴 괴로움을 줄 줄이야.. 아니, 분명 예상은 했었다. 너와 사랑을 시작할때 '당신이 나에게 천사인지, 악마인지는 끝나봐야 알것 같다'라고 내가 얘기했었으니 말이다.

분명히 예상은 했지만, 철저히 외면을 했던 것이다.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 누린 뜨거운 사랑이었기에, 그 쓰디쓴 현실은 철저하고도 엄밀히 외면되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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