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김해에서 취업준비를 위해 공부중인 수험생입니다. 저와 같은 수험생들이 요즘 정말 많습니다. 어찌 보면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고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매일 꼬박꼬박 열심히 방송을 듣는 청취자는 아니지만, 공부하다 가끔 머리가 아프고 지칠 때 두 분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으면 씻은 듯이 나아집니다.
며칠 전 어머니의 지갑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쓰시던 게 얼마나 오래 쓰셨는지 구석구석 실밥이 뜯어지고, 지퍼는 고장이 나서 잘 채워지지도 않았는데, 많이 불편하셨는지 바꾸신 모양입니다.
처음엔 그냥 별다른 관심 없이, “아, 지갑을 바꾸셨구나” 라고만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어제 펜과 노트가 필요해서 집 근처에 있는 할인 마트를 갔습니다.
쇼핑 바구니에 펜과 노트를 담은 후 이리 저리 구경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발이 편해 보이는 운동화 한 켤레, 건전지 한 묶음, 깜찍한 인형이 달린 핸드폰 줄을 담으며 마트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우연히 잡화 코너를 지나다가 벨트, 가방, 지갑 등이 진열된 것을 보았습니다. 여성용 지갑이 보통 5~6만원 선이었습니다. “할인 마트에서 파는 건데도 꽤나 비싸구나, 백화점에 파는 건 더 비싸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계산대로 나오는데, 계산대 근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특별 균일가, 여성용 지갑 8,000원> 거기에서 어머니의 것과 똑같은 허름해 보이는 비닐로 된 빨간 지갑을 발견했습니다.
팔천원...... 그 순간 한참을 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헤집고 지나갔습니다. 내가 쓰고 있는 지갑, 옷, 신발 등의 물건들....
우리는 메이커가 아닌 상품은, 옷도 신발도 장신구도 잘 하고 다니지 않는데, 아니 그보다 한 결 더해서 “명품”, 명품만을 고집하는데, 순간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게 생각되는 것이었습니다.
또다시 나의 생각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끔 찾는 3,500원짜리 보리밥 집에서 깔끔한 양복을 입고 식사 후 지갑을 꺼내던 한 신사분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 분의 지갑은 초등학생들이나 쓸 법한 검은색에 파란색이 더해진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지갑이었습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그런 모습으로 살고 계신 것입니다. 시장에서 100원이라도 싸게 사려고 흥정하는 모습,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 자식들 입에 맛있는 것 하나라도 더 넣어 주고 싶어하시는 모습...
당신의 자식들은 명품, 메이커만 찾아다니고, 아무 거리낌 없이 당신께서 주신 돈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쓰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그렇게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쇼핑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당장 내게 필요치도 않은 물건들.... 신발장에 이미 여러 켤레가 있는 운동화. 충전지가 있음에도 충전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산 한 묶음의 건전지. 이미 2개나 달려 있는 핸드폰 줄 등...
다시 발길을 돌려서 그 물건들을 진열대로 돌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계산대로 나갈 때, 그 ‘8,000원 짜리 지갑’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쉽게 그 자리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작은 다짐을 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무엇이든 아껴 쓰고, 나중에 꼭 첫 월급을 탄다면 어머니께 정말로 예쁘고 좋은 빨간색 지갑을 가장 먼저 선물해 드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