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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증에 대한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4036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디다시팜
추천 : 5
조회수 : 37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11/18 11:13:08
꽤 오랫동안 눈팅러였다가 그냥 심심해서 글 남깁니다. (이하 음슴체)

나는 어릴 때부터 손발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을 앓고 있다. 

이걸 가지고 '나도 땀나는데 뭐그리 대단하냐'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땀이 나니까. 그런데 나의 경우는 이 증상이 꽤 심했다. 군 입대에 지장이 갈 정도로. 그럼 도대체 어느 정도였나!!! 

1. 일단 잠을 자는 시간 외엔 늘, always 손발이 젖어 있다. 자다 일어나면 손발이 찌릿, 땀구멍이 열리는 느낌이 나면서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2. 긴장할 경우 땀의 폭발력이 무한대로 증가한다. 땀나는것을 보이지 않으려고 손을 꾹 쥐고 있으면 주름을 따라 땀이 뚝뚝 떨어지고, 신발 안감이 땀에 절어 쉽게 부식되거나 가죽신발의 경우(ex. 호킨스) 가죽이 땀 때문에 비틀어져버린다. 신발 오래 못 신는다. 

그런 까닭에 긴장할 일이 있으면 늘 땀수건과 여분의 양말을 준비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것 또한 임시방편일뿐..예를 들어 수능날.. 시험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목장갑을 꼈던 적이 있는데, 땀이 장갑을 뚫고 나와서(흠칫) omr카드를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오열) 그렇게 omr카드가 다 번져버리고, 이후 몇 번을 교체해가며 시험을 치뤘었다.

발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일단 각종 피부질환(무좀, 발톱무좀, 습진, 소와융해각질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군 생활 시절을 전성기로 꼽고 싶다. 발냄새가 오죽하면 담당 하사가 베이비파우더와 발가락 사이에 끼는 스펀지를 선물로 줬을까. 아, 그런 까닭에 소대의 평화를 위해 냄새 치료를 목적으로 휴가를 나갔었는데, 피부과 의사 말이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바르는 약은 절대 불가합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건 군대에서의 총기수입 에피소드. 내가 군 생활을 했던 지역은 육안으로도 북한이 보이는 곳이었는데, 그런 만큼 총기관리에 대한 룰이 엄격했다. 해서 2~3일에 한번 총을 기름칠하고 닦는데, 왜 분명 지난주에 기름칠한 총에 녹이 생기나?? 그렇다. 손에서 나는 소금이 총을 부식시킨 것이다. 내 손은 염전이었던 것이다. 

3. 옷 소매부분'만' 닳아없어진다. 땀에 절어서.. 

4. (믿기 힘들겠지만) 카톡 보내려고 핸드폰 자판을 마구 치는데 아무것도 입력이 안 될 때가 있다. 

5. 남들과 악수 못한다. 어찌 하더라도 당황하는 상대방의 표정을 차마 볼 수가 없다.

이런 생활상의 이유 때문에 군에서 제대한 이후 바로 신경절제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손으로 가는 신경을 자르거나, 태우거나, 묶어서(!?) 땀을 이전보다 덜 나게 해주는 수술이란다.. 가슴과 겨드랑이에 구멍을 내고 내시경으로 수술한다. 전신마취를 할 만큼 간단한 수술은 아니었던 것으로..

수술 경과는 좋았다. 손이 메말라 찢어져 피가 나는 날이면 너무 행복해서 핸드크림을 치덕치덕 발라댔던 기억이 난다. 다만 의사 말로는 땀이 이동하는 통로를 옮긴 것 뿐이지 땀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신체의 어느 부위로 땀이 다시 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 상관 안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저녁식사 후식으로 나온 사과를 먹는데 얼굴이 찌릿했다. 그리고 살며시 흐르는 땀방울 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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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쭉 이런 상태입니다. 개그맨 김준현씨가 먹방프로에서 땀흘릴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손은 다행히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는데 얼굴과 발은 땀에게 점령당했네요. 그래도 예전의 생활보다는 나아졌다고 되뇌이며 긍정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내일이 대학원 필기(한문) 시험인데 긴장했는지 공부하는데 자꾸 종이가 젖네요.. 그러면서 문득 예전 생각도 나고. 손수건 몇 장 준비해서 가야겠습니다. 땀에 고통받는 오유인들이여 나를 보고 힘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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