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6년을 키워왔던 반려견이 있습니다.
사실 정성과 사랑으로 이뻐해주면서 키웠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챙기는 식구가 워낙 많아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챙겨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그렇게 편하게 살았어요.
그냥 보면 이뻐해주고, 사진 찍고, 간식 가끔 사오고, 가끔 밥 주고, 물 주고, 눈 마주칠 때 말 걸고, 심심할 때 부르고, 혼내기도 많이 혼내고, 장난도 많이 치고..
평범하게 그냥 같이 살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설이 되기 전 우리 강아지는 간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설사를 3일 연속해서 이상하다 싶어 데리고 갔었는데 이미 너무 늦었던거죠.
다니던 병원에서는 어차피 설을 못 넘길거다.. 라고 얘기하고 더 이상의 진료를 거부했고 그래서 같은 지역의 다른 병원으로 옮겼어요.
나이도 있고 이미 퍼질대로 너무 퍼진터라 수술은 못 한다고..
그래서 약만 타와서 하루 3번 먹이고 있어요. 고통을 좀 덜어주고 진행을 좀 늦춰준다고 해서..
너무나 잘 먹던 놈이었는데 끼니를 거부하는 일도 잦아 식욕촉진제도 타와서 먹이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너무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거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기운이 있는 한 끝까지 같이 살자는 마음으로 같이 살고있습니다.
그리고 설을 못 넘길 거라는 우리 아이는 추석이 지나고도 연말을 앞두고도 아직 살아있고
기운은 좀 없어졌지만 화장실도 혼자 잘 가고 가끔 입맛 돌을 땐 제 허벅지를 벅벅 긁으며 조르기도 하면서 잘 살고 있어요.
너무 고맙게도 우리 가족들에게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주려고 그러는구나 하며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조마조마했던 여름을 무사히 넘기고 가을이 지나가면서 눈에 띄게 입이 짧아졌고, 기운없어보이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가족끼리 있을 때도 살이 많이 빠졌네.. 하며 안타까워하고, 이것저것 사다가 먹여보고.
그런데 이번 달 초 쯤 미용을 맡기려고 동생을 시켜 늘 맡기던 곳에 전화를 했는데 미용사님께서 너무 부담스럽다고, 예약거부를 하시더라고요.
그 당시엔 너무 서운했고 실망했었습니다.
우리 강아지가 너무 기운이 좋아서 미용하기 힘들다고 동일 체급 미용비에 웃돈까지 따로 요구하셨던 분이었거든요.
그리고 집에 와서 우리 강아지를 봤는데 아.. 갑자기 너무 새삼 말라보이더라고요.
지난 여름까지는 꽤 체중이 나갔던 아이었는데 (보통 6~7키로 나가야하는데 8키로 후반.. )
날이 추워지면서 어머니께서 작년에 입혔던 옷을 꺼내서 입혀주는데
그 옷이 분명히 작년까진 작았는데.. 이제는 너무 헐렁해서 벗겨지려고 하네요.
예전엔 포동포동해서 말랑말랑 주무르던 등이랑 엉덩이는 뼈가 드러나기 시작했고요.
털도 너무나 푸석푸석. 입 주변은 약이랑 침이랑 엉겨붙어서 뭉쳐있고.
아.. 이제 정말 끝이 얼마 안 남았구나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전 제가 우리 강아지랑 이별할 준비가 거의 된 줄 알았어요.
물론 진단받고 한달 정도는 너무 힘이 들었지만 조금씩 익숙해진 줄 알았어요.
여름 쯤 어머니께서 종종 기운좋은 강아지를 보고 기적이라는 게 있을 거 같다고 막 희망을 갖자고 그러셨을 때도 전 기적이라는 건 없을거라고. 기적이 있다면 그냥 고통없이 햇살이 따뜻할 때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많이 덤덤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각성의 순간부터 하루하루 너무 무섭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강아지가 곤히 잠들었을 때 숨을 쉬는걸까 가만히 귀를 갖다대고요.
울다가 잠드는 일도 수두룩합니다. 깊게 잠들지도 못하고요.
제가 과연 우리 강아지없이 그냥 가슴에 묻어둔 채로 살 수 있을까요.
그 동안 착한 우리 강아지는 저한테 시간을 많이 줬는데. 너무 못난 언니는 그 시간동안 감정 하나 추스리지도 못했네요.
언젠가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강아지가 우리 가족 곁을 떠나는 날이 오면 정말 그 때는 어떡해야할까요.
너무 힘들게 떠나면 어떡해야할까요. 너무 아프게 떠나면 어떡하죠. 너무 추운 날에 떠나면 어떡해야할까요..
하루 종일 그런 생각들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알아요.
방법은 없고 그냥 그저 남은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많이 예뻐해주고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걸요.
누군가에게 얘기해봤자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는 것 같고
눈물 보이는 것도 싫고 대화하며 후벼파는 것도 괴로워 이렇게 게시판에서나마 넋두리 해봅니다.
올릴 사진이 없네요.
이뻤던 시절 사진을 올릴려고 해도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 같고,
지금의 사진을 올릴려고 해도 너무나 병색이 완연한 모습이라 아무것도 올리지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