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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다
게시물ID : gomin_12803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RnZ
추천 : 5
조회수 : 23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2/07 00:51:47
수능을 못봤다. 
나는 가채점을 하지 않았고 3일날이 되서야 내 성적을 알았다. 믿을 수 없었다. 세상이 빙빙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믿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 칸에 들어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변한 건 없었다. 등급도 점수도 내가 처음 봤던 것 그대로였다.
표정관리가 안됐다. 한 등급이 내려갔다고 울먹이는 친구의 말도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 하나만으로도 벅찼다. 집에 가며 아는 얼굴을 만났지만 아는 체 하고 싶지 않았다. 숨고싶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집에 가는 길은 너무나도 멀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 치나가는풍경이 평소와 똑같았다. 오히려 조용해 보였다.
나는 내신에 비해 모의고사가 잘 나오던 학생이었다. 다시 말해, 수시에서 논술밖에 넣을 게 없었다. 그래서 여섯개 다 논술로 넣었다. 
떨어졌다. 여섯개 다.
그건 성적표를 받았을 때부터 알던 사실이었다. 나는 며칠째 방황했다. 수능은 끝났다. 점수가 나빴다. 나는 이제 뭘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아무리 고민해봐도 명쾌한 해답은 나오질 않았다. 3일 이후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점점 추위를 더해가는 나날들 가운데에 내 가슴만 까맣게 타들어갈 뿐이었다. 
부모님은 묻지 않으셨다. 성적표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않으셨다. 나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성적표에 대해서는 아는 척 말라, 고 말씀하는 것을 들었다.  그게 감사하고 또 죄스러웠다. 차마 말씀드릴 수 없는 점수였기 때문이었다.
재수를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성적표를 받은 순간부터 들었다. 다른 생각보다도 그것이 맨 먼저 떠올랐던 것이다. 내 자신의 비겁함을 그때만큼 강하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부끄럽지만 재수를 하고 싶었다. 나는 이런 점수를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고 시간은 오늘까지 흘러왔다. 되는 것도 확신한 것도 없이 답답한 가슴을 품고있던 나였기에 어머니의 말씀 하나도 좋게 들리지 않았다. 나는 버럭 짜증을 냈고 집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그 뒤로 지금 이 글을 쓰는 때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눈물이 많이 나왔고 말을 나눌 수록 죽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죽고싶었다. 죽고싶다. 
내 삶의 이유를 찿을 수가 없었다. 찾기도 싫어졌다. 죽음 뒤에 영원한 평안이 있을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많이 슬펐다. 이렇게 더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싶다. 혼자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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