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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벽 너머로 의경이랑 소통했어요
게시물ID : sisa_7925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이포죵이
추천 : 36
조회수 : 1442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11/20 01:09:32
집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마음 속에 기분 좋은 훈훈함이 남아 있어서 시사게에 처음 글을 올려요.
오늘 시위에 참여해서 촛불 들고 같이 행진하다가 경복궁역쪽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벽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었어요. 그 경찰 차벽 말고, 일반 관광버스가 죽 늘어서서 인도에 아예 못 들어갔었거든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소리 높여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그러시고. 그리고 아마 혹시나 버스 너머로 넘어갈까봐 그런지, 버스와 버스 사이에 아주 좁은 틈이 있잖아요? 딱 그 간격으로 의경들이 서 있더라구요.
아무튼 그래서 버스 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저 너머에 의경이 한명 씩 서 있길래, 운전석 쪽에서 제가 의경에게 촛불을 흔들었어요 약간 인사하듯이..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아마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들 앞으로 진행을 못하고 멈춰있던 타이밍에 의경분이 딱 보여서 그랬나봐요) 암튼 제가 계속 휘휘 흔드니까 차렷 자세 하고있던 그 의경분이 고개를 잠깐 숙이시더라구요. 아마 웃으신듯.ㅋㅋ 그리고 전 안보였지만 아마 옆에 서 있던 다른 의경이랑 이야기를 몇마디 나누다가 버스쪽으로 다가오시는 거에요! 그래서 속으로 어 왜오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는 반대편 창문에 완전 바짝 다가서서는 저에게 경례를 해 주셨어요.
우와..
 그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아, 저 너머에 있는 의경들도 우리랑 같은 생각이구나. 우리랑 같은 마음인데, 차벽 너머에서 지키고 서 있으면 그 마음이 얼마나 답답할까. 아까 위에서 제가 말한 것처럼 어르신들이 차벽에 대해 소리 높여서 화내시고 그랬는데, 차벽 너머에서는 다 들릴 거 아니에요. 그걸 듣는 의경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런 생각도 들고. 
제 남자사람친구들은 보통 지금 군대에 가 있거나, 곧 갈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제게 경례를 해 준 그 의경분도 분명 제 또래일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분이 제 촛불을 본 것도, 웃으며 반응을 한 것도 신기한데, 대답을 경례로 해 준게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 있죠?
별거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만 전 오늘 경험이 오래갈 것 같아요. '차벽'이란 게 단절의 의미이잖아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저쪽 너머는 적대적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차벽' 너머의 사람과 소통을 했다는 사실이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애주는 것 같아요.

오늘 시위 오셨던 모든 분들,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다음주에도 또 만나요:D

+) 행진 중에 커다란 쓰레기 봉지 들고 보이는 쓰레기 모두 주우면서 행진하셨던 카키색이랑 검은색 롱패딩 입었던 두 여성분!! 정말 아름다웠어요! 감사저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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