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처음으로 소설을 써봤어요. ㅋㅋ 단편이지만 아직 도입부분! 제목은 틈!
게시물ID : readers_269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비의상서
추천 : 0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1/20 02:53:58

(음.. 잔잔한 사랑얘기예요!)

틈.


6, 석현은 퇴근을 한다.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양복 사이로 얇은 바람이 내 속살을 간지럽힌다. ‘겨울 코트를 벌써 꺼내야 하나?’ 양복을 상의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석현은 생각한다.

 

석현은 2년 전에 선희와 헤어지고 나서 공무원을 준비했다. 아주 보잘 것 없고 찬란했던 20대 초반. 선희와 석현은 3년을 만났다. 석현이 대학교 2학년 때, 선희는 작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서로 만났다. 가볍게 시작됐던 사랑은 어느새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고,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갔다. 3년간 그 둘의 사랑을 적어보자면 사실 누구나 하는 그런 사랑일 것이다. 싸우고, 웃고, 첫 키스, 첫 섹스. 그리고 익숙함.

 

먹을 것 좀 사갈까?’ 석현은 생각했다. 저녁을 먹지 않는 편이지만 그날따라 편의점에 삼각 김밥이 무척이나 먹고 싶어졌다. “.... 3,800원입니다.” 전자레인지에 20초를 돌린 후 삼각 김밥과 맥주를 가방에 넣고 기분 좋게 집으로 간다.

 

그 날 석현과 선희는 서로 만나기로 했었다. 대학 졸업을 하고 일을 찾고 있던 석현과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던 선희였다. 석현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사업도 하고 싶었고 공방도 가지고 싶어 했으며, 그러면서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20대 중반을 들어선 그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공무원 합격 후 가장 행복해 했던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여보세요? 어 엄마! 아휴 일 힘들게 뭐 있어. 그냥 어? 반찬? 그럼, 내가 좀 잘 해먹어? 걱정 마시고요. 다리는 어떠세요? 일 좀 쉬엄쉬엄해. 아부지는? 아들 보고 싶다고? 다음 주 주말에 내려갈게요. 걱정 마세요. 결혼? 아직 좋은 여자 생기면 바로 집으로 데려갈게. 걱정 말고. 사랑해요.” 오랜만에 어머니와 통화를 한 석현은 어제 다운받아놓은 무한도전을 틀어 놓고 삼각 김밥과 맥주를 꺼내 놓는다.

 

그녀가 그의 방에 왔다. 그는 자취중이였고, 무기력했고, 힘들어했고, 꿈이 많았고 또한 꿈이 없었다. 석현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석현과 선희가 만나기로 한 그 날, 석현은 선희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띵동. “나 왔어. 오빠 뭐 만들어?” “응 너 좋아하는 파스타. 오일 조금 넣고 너 좋아하는 마늘 많이 넣고!” “아 맛있겠다. 근데 나 오빠랑 먹을 라고 족발 사왔는데...” “둘 다 먹으면 되지. 요 앞에 그 족발 집 말하는 거지? 상 피자. 다 됐어.” 50cm는 될까? 족발만 올려도 가득 차는 작은 상이였다. 석현이 만든 오일 파스타를 올릴 자리는 남아있지 않았다. 구석에 비집고 올려놓은 그 파스타는 위태로워 보였다. “어휴 이럴 줄 알았으면 족발은 사오지 말걸..” 그날 선희는 구석에 놓인 파스타보다 족발을 더 맛있게 먹었다.

 

930. 삼각 김밥 2개와 무한도전을 안주 삼아 맥주 1캔을 기분 좋게 먹은 석현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한판 한다. 오늘은 게임이 잘 풀린다. 약한 놈들만 만나서 그런지 모르지만. 2시간이 지나고 1130. 석현은 알람을 확인하고 누워 잠을 청한다. 배는 적당히 부르고, 등은 따뜻하고, 얼굴에는 얕은 미소, 그리고 짧은 한숨,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한다.

 

파스타가 많이 남았네?” “오늘은 족발이 맛있더라고, 오빠가 만든 건데 미안해.” “아냐. 간이 좀 짜게 된 것 같아.” 남겨진 파스타를 바라보며 석현은 자기 같다고 생각했다. 족발에 없었다면 파스타를 남김없이 먹었을 것이다. 아니면 파스타의 양이 너무 많았을지도 모른다. 작은 상을 탓해보지만 내가 만든 이 파스타는 족발, 아니 그 어떤 음식이 상에 올라와 있었어도 남겨졌을 것이다. “디저트 먹자!” 선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 의미를 아는 석현의 입 꼬리도 올라갔다. 그날 밤 석현의 작은 자취방에서 둘은 익숙한 사랑을 나눴다. 약간의 떨림. 가냘프고, 굵고, 잔잔한 신음. 그 둘은 그렇게 마지막 사랑을 나눴다. 마지막 사랑이었다는 걸 둘 다 느꼈을까? 짧은 사랑이 끝나고 선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좋았어?” “.” “우리 그만 만나자감흥 없는 대답. “.”

 

7, 핸드폰. 아주 고요한 세상 속에서 작은 떨림, 검은색 셀로판지를 붙여놓은 듯, 이런 세상. 새벽이 오고, 석현은 잠에서 깼다.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은 잠시, 그는 밤새 그의 몸을 어루만졌던 따스한 이불을 벗어 던졌다. 어제 먹었던 맥주 때문인지 약간 부은 것 같은 얼굴이 물 자국으로 얼룩진 화장실 거울에 비췄다.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날씨가 많이 추워진 것 같으니, 코트를 입어야겠다.’ 그의 자취방, 그 작은 세상, 그의 공간에서 문을 열고 밖을 나가보니, 어제 밤 퇴근길에 나를 괴롭히던 간지러운 바람은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두꺼워진 옷 코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감흥 없는 대답 후에 우리의 이별은 너무나 쉽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뤄졌다. 여느 때와 같이 선희는 옷을 챙겨 입었고, 석현은 속옷만 걸친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갈 거야?” “” “벌써 가려고?” “.. 더 있어 봤자 뭐하겠어?” “그래... 데려다 줄까?” “아니야. 버스 정류장이 코앞인데 뭘 그래” “그럼 집 앞까지만 마중 나갈게석현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말과 다르게 그녀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줬다. 안녕. 잘지내. 조심히 가고. . 안녕.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딱히 슬프지도 않았고 따로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열열히 사랑했던 감정, 그와 그녀의 추억, 대학교, 캠퍼스, 자주 가던 술집 몇 가지가 머릿속에 생각날 뿐이었다. 석현은 그 날 눈물이 나지 않아 슬픈 영화를 보며 울었다. 석현의 머릿속에서 그녀는 내 첫사랑이었다. ‘었다.’ 라는 과거형에 너무나도 확실한 어떤 확신이 생겼다. ‘내 첫사랑은 선희었다.’ 라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을 짓는 사람은 자신일거라고 생각했다.

 

꿈이 없어서, 미래가 없어서 그녀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석현은 지쳐있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그녀의 영향이 아예 없진 않겠다. 20대 초반, 그 초라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약 1천일, 24천 시간, 144만분 동안이나 같이 지냈던 사람의 영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역시나 거짓말이겠다. 그녀와 헤어지고 1년 반 동안 공무원 준비를 했고, 2번의 시험을 거쳐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작은 자취방을 구했고, 주말을 비롯한 공휴일마다 쉴 수 있었고, 안정적이었고, 일이 간단했다. ‘내가 공무원을 미리 준비했다면, 공무원이 되었다면 그녀는 날 떠나지 않았을까?’ 석현은 잠시 생각했다. 이내 실소를 지었다. 석현은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지도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3년간의 추억. 슬프지만 그것이 다였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하철 안은 약간 더웠다. 그는 코트를 벗고 가방을 든 손에 걸친 후 자리에 앉았다.

 

출근을 하고 평소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부서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웃고, 어제 뉴스얘기, 저번 주 예능얘기 등등 실속 없는 대화를 나눴다. 6시가 되였고 석현은 퇴근을 한다. 오늘은 별 생각이 없어 저녁은 건너뛰기로 한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 그는 세상의 소리를 작은 P자 모양 2개에 맡긴다. 가느다란 줄 사이로, 세상의 소리, 사람들 지나가는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 고요하고, 살짝 무뎌진 칼끝 같은 바람 소리, 모든 것을 잊은 채 P자 이어폰에 소리를 맡긴다. 듣는 노래라고는 20곡 남짓한 노래다. 슬픈 사랑 노래, 신나는 락, 어깨를 살짝 움직일 수 있는 느낌 있는 랩. 석현은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향한다. 집까지 거리는 생각 없이 걸으면 15, 어떤 생각을 하며 걸어도 15. 딱 그 정도 거리였다.

 

잔잔한 노래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클라이맥스 부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도입부분도 아니었다. 시선은 약간 아래, 쓸데없는 잡생각에 빠진 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왼쪽, 경사진 언덕이 나오고..’생각을 하며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역시나, 혹시 내리막길이면 어쩌지 생각이 났지만 오르막길이었다. 앞에는 한 여자가 올라가고 있었다. 항상 이 시간, 나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앞쪽으로 오는 건지, 왼쪽으로 꺾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편의점에 들른 날에는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여자였다. 또각. 또각. 그녀의 구두 소리가 내 잔잔한 노래의 틈을 깨고 들어온다. 잠깐. 3분이면 (정확히 시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일거라 석현은 생각했다.) 없어지는 소리. 그녀가 잠깐 멈춰 섰고 예상보다 빠르게 멈춘 그 구두소리를 의아해 한 채 석현은 그녀의 앞을 지나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열 발자국 정도 갔을 때, 그녀가 나를 불렀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