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하는 소리가 울렸다. 거울은 잘게 갈라져 더 많은 '나'를 비추고 있었다. 순간 숨을 짧게 들이켰다. 홧김에 내지른 주먹에서 피가 흘러 떨어졌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느낄 수 없었다. 그런 걸 느낄 새조차 없었다. 갈라진 거울의 저편에서 수많은 '나'가 나를 보고 있었기에.
일순 떠오른 것은, 공포. 그 순간부터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거울을 떼어내 바닥으로 내던졌다. 무언가를 비출 수 없을 때까지 짓밟았다. 가루가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짓밟았다. 그것이 뭔갈 비출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서, 멈출 수 없었다.
한참을 짓밟아, 그것이 본래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그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조금 전까지 거울이었던 것을 보며,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어째서 안심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안심했다.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째서 거울을 깼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서히 식어가는 머릿속 깊은 곳에서부터 물어왔다. 정말 모르는 거야?
벽에 기대어 흘러내리듯 주저앉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엉망이 된 방 안과, 여직 피가 흘러내리는 주먹이었다.
…피로 범벅이 된 손, 아직도 잔뜩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잊고 있었던 고통이 한 번에 밀려왔다. 쥐라도 난 듯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이, 불에 데기라도 한 듯 화끈거리는 주먹이, 그 모든 감각이, 그 실감 나는 고통이, 내심 기뻤다. 그래, 나는 아직 사람인 거야. 한 명의 사람인 거야. …그렇게, 절실히 생각했다.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거울 속의 '나'가 떠올랐다. 그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낯선 모습이, 두려웠고, 역겨웠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그래, 꼭, 금방이라도 사라지는, 그 신기루인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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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거울에 비친 상 할 때의 그 상입니다 자기 자신이 흐려진 것만 같아서 낯설고 막 그러는 듀란달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