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사위를 처음 마주한 장인어른의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애지중지하며 키워낸 막내딸이 어느 날, 2년 넘게 만나면서 인사한번 안오던 남자친구란 놈의 아이를 가졌고
그래도 직장은 번듯할 줄 알았더니 대학다니는 25살짜리 연하남이라고 하면 나라도 피가 거꾸로 솟을테다.
그런데 이 놈이 처음 인사하러 오는 자리에서, 아무것도 없는 놈이 딸 일 그만두게 하고 자기가 책임지겠단다.
나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거다.
그렇게 장인어른하고 인연이 시작됬다.
한결같이 눈도 마주치지 않으시던 장인어른이
결혼식때 아내몰래 준비한 이벤트를 보고, 신행 다녀와서 먹지도 못하는 술 토해가며 받는 걸 보고 마음이 조금 풀리셨는지 다음날 아침 처음으로 김서방이라고 불러주시며 숙취해소 음료를 건내주셨다.
시댁살이 반년하고 바로 전세집 얻어서 나왔을땐 고생했다. 인생은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나아가는거다 격려해주셨고
전세계약이 다 되서 이사했을땐 전집보다 낫다면서 조금씩 무리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그리고 오늘, 김장때문에 처가집에서 2박 3일하는 마지막 날
나는 일 그만둔거 후회안한다는 아내 말에
'그래, 너는 서방 잘만나서 시집 잘갔으니 그걸로 됐다.'
장인어른 그 한 마디에 뭔가 기분이 말랑말랑하면서도 붕 뜨기도 하고 그렇다.
처가 식구들은 다 그냥 흘러듣는듯이 넘어갔지만 나는 하루종일 바행기에 탄 듯이 둥둥 떠있다.
시댁에는 자식노릇 못한 죄
처가댁에는 귀한 딸 고생 시키는 죄
항상 양가에 죄진사람처럼 살고있었는데 그래도 알아 봐 주셨다는게 감사했다.
물론 우리집 윈스턴은 장인어른 말씀에 뿌듯해하는 나를 비웃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