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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관계에 대한 수필
게시물ID : readers_269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온기
추천 : 1
조회수 : 2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21 11:57:29
지난 겨울은 숨 쉬는 모든 것들이 벽이었다. 관계에서 오는 모든 의미가 부질없게 느껴졌다. 추위에 시드는 식물이 잎을 쳐내 양분을 보존하듯 불필요한 관계를 모두 쳐냈다. 스스로 쳐낸 것도 있지만 무르는 인생을 찾아오는 곤충도 드물었다. 겨우 생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양분만으로는 많은 잎을 둘 수 없었고, 줄기와 뿌리만을 보존한 채 그해 겨울을 보냈다. 봄이 오자 생각이 녹았다. 물리적 기온을 생의 온도로 착각한 탓이다. 착각이 길어지자 습관이 됐고, 생에 대한 체감이 봄의 기온과 맞물렸다. 착각을 하고도 민망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었지만 어쨌든 산뜻한 결과였다. 그 뒤로는 벽을 허물려 했다. 벽에는 높이와 두께가 있었다. 높이는 마주침의 벽이고, 두께는 맞닿음의 벽이었다. 벽이 높은 사람은 대면하기에 불편했고 두터운 사람은 진솔함을 공유하기 어려웠다. 벽의 높이와 두께는 사람마다 달랐는데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생의 차이인지라 인연 타령에 좋은 구실이 되었다. 생활 속에는 쉽게도 편한 사람과 쉽게도 불편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 편할 사람이 불편하기도 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몇 번을 해보니 벽을 허무는 일은 벽을 두는 일보다 복잡하고 피곤했다. 그 피로감이 내게 어울리는 관계의 범위를 알게 했다. 지난 겨울은 단지 익숙하지 않은 봄이며 관계의 균형이 가장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벽을 넘어 마주하는 일이 특별했을 뿐, 벽은 관계의 일반적인 생리였다. 관계에 대한 회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관계의 한계를 마주하며 극복됐다. 때로는 미련 없는 인정이 일그러진 삶의 균형을 되돌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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