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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끝을 느낀다
게시물ID : gomin_16729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ongip
추천 : 0
조회수 : 4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21 18:16:47

평소와 같은 날. 저녁.

별스럽게 저녁을 거하게 차려먹고 싶어서

냉동실에 언제부터 얼려있던 목살도 꺼내고,

밥도 앉히고.

혼자서 뭐가 신났는지 흥얼거리며 상을 차리려던 때,

조용히 노래나 불러주던 핸드폰이 울린다.


오랜만에 열린, 옛 친구들의 단톡방.

이번 주에 결혼한다는 네 이야기.

축하한다며 왁자지껄 떠드는 그 안에서

익숙한 깊은 고요함을 느꼈다.


하나둘 스쳐가는

잊고있던 오래된 기억들.

다락 한구석에 쌓아두고 먼지만 쌓여가던 추억상자가 열리듯

그 안에서 기억 하나둘이 꺼내진다.

하나도 특별할께 없었던 그때 그 시간들,

그래서 이젠 너무 찬란했던 우리들.

그런 사소한 기억들은

오래된 상자에서 꺼냈는데도

왜 이리 새것마냥 빛나는지 모르겠다.


꺼내어 놓은걸 

이내 다시 하나둘 차곡차곡 쌓아 담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서른이 훌쩍 넘은 이 시기에

내 이십대가 저물었음을 이제야 가슴이란 상자에

이름 달아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상자를 닫는다.

꺼내놓은 고기가 어느새 흐물거리며 녹아 있고

밥솥은 제 할일을 다 하였음을 알리듯

취이익 거리며 시끌거리며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던 노래도 멈춘,

조용하지도 시끄럽지도 않은 내 방 한쪽에 앉아

어느때보다 차분해진 날 내가 본다.


밥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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