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껏 대체 뭘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분명히 나만의 공간이어야 할 자취방은 그날도 염치없이 밥을 얻어먹으러 온 회사 동기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퇴근후에 만나러 갈 여친도 없이 내 집에서 밥을 얻어먹는게 유일한 낙인 놈들이지만,
그래도 나름 소개팅들은 열심히 하고 있던 처지들이라
그 날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그 와중에 소개팅이라고는 씨가 마른놈 하나가
"니들만 소개팅하니까 좋냐"며 자기도 소개팅좀 시켜달라며 불평을 해대기 시작했고
그래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우리는 그 녀석의 이상형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놈은
"일단 3D 였으면 좋겠어" 라는 말로 나의 헛소리부터 막고 말을 이어 나갔다.
"딴건 필요 없고, 피부가 하얗고, 눈 크고, 작고 귀여운 스타일" 이라는 말에 다른 동기들은
거울을 그 놈앞에 들이밀고 주제를 알라며 그놈을 갈구기 시작했고
나는 책장에 있는 래리티 인형을 그놈한테 안겨주었다.
출처 |
뿔 없는 말 아닌거로 다시 소개시켜달라는 그놈의 원망에 EQG mini 래리티를 가져다 주었고
그 녀석은 나한테 새 전시장을 사게 해주겠다며 날뛰었다.
다음달에 사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