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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갈등 해결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길지만 봐주세요.
게시물ID : love_16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퇴폐미
추천 : 1
조회수 : 68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11/22 09:45:07
첫 연애, 3년이 좀 넘은 것 같습니다(저 25, 남자친구 34).
남자친구는 첫 연애가 아니고 저만 첫 연애입니다.
다른 건 다 좋지만 갈등 해결 방식이 달라서 힘듭니다.
서로 상대가 하는 행동이 서로의 자존감을 깎아내린다고 느낍니다.
남자친구는 솔직한 편, 쉽게 흥분하는 편. 기분에 따라 얘기하지만 모든 말이 진솔, 그래서 때론 과격한 말도 하죠(너 진짜 쓰레기 같다거나 하는 말들,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싸움 때문에 2번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거의 흥분하지 않습니다. 화날 수록 말이 없어지고 생각하면서 화를 푸는 편인데 그걸 엄청 싫어해서 억지로라도 얘기해요. 쌍욕도 못하는 편이라, 화난 상태에서 억지로 말하다 보니 상대를 비꼬고 은연중에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어감을 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사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남자가 소리지르고 물건 던지고 하는 것에 굉장히 예민해서 그런 쪽으로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 싸우는 상황에서 화가 나면 그걸 남자친구는 그걸 잊어버리고 그런 행동을 하고 -> 전 화가 나서 상대를 인격적으로 모욕하고의 반복입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제가 남자친구의 심기를 건드는 말을 하고 -> 남자친구가 크게 화나지 않는 상황에서 얘기를 통해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화내지는 않고 언성만 높아지는데 말을 구성하는 단어가 저를 화나게 해요, 답답하다든지, 네가 이러면 다른 쓰레기같은 새끼들이랑 뭐가 다르냐든지) -> 제가 그 얘기를 듣고 나서 하는 얘기나 행동이 남자친구를 더 화나게 하고 -> 그 다음은 제가 위에 적은 상황입니다.

남자친구는 물건을 던지며 화를 냈어도 금세 화가 풀려 저를 이뻐하곤 하는데요(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저는 그게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이렇게 금방 풀릴 거면 왜 내가 화나게 했다는 말들에 대해 한 번 더 나의 의사를 물어보거나 화내지 않고 얘기할 기회를 안 줄까? 하는 생각 뿐. 

저는 한 번 크게 싸우면 마음의 상처가 한 달은 가던데요. 남자친구랑 같이 웃고 있어도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그 기간에는 속으로 관계에 회의적입니다. 그렇다고 남자친구가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다만 '이 사람은 지금 나한테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하지만 또한 쓰레기같다고도 말할 사람이다'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요.
그 모습으로 인한 상처가 옅어지고 한동안 잘 지내다가 또 싸우게 되면 반복되곤 합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둘 다 헤어짐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죠.
진짜 헤어져서 기간을 두고 다시 사귄 건 아니고, 서로 헤어지자고 했을 때 그 자리에서 각자 잡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자친구를 잡을 때 그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 사람과 사귀고 있는 상태의 나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해요. 제 전공 관련 글을 쓰는데도 남자친구가 싸우면서 하는 얘기 중에 '너처럼 혼자 멋대로 결론내려버리고 남을 단정짓는 사람은 박근혜 욕할 자격도 없다, 너도 그런 사람들과 다를 게 뭐냐' 등 이런 말이 떠올라 나 따위가 세상을(다른 누군가를) 비판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주저합니다(위에 말을 들은 이유는 제가 싸우다 지쳐 이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다른 개체다. 같은 현상을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정말 다르게 보여서 다르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고 존중하자." - 아마 이 말을 보고 멋대로 결론내린다고 말한 이유를 추측하자면 그 사람에게는 정답이 있는 문제였고, 저에게는 아니었던 거겠죠).

복잡하네요. 저는 싸움을 싫어하지만 싸움을 회피하는 편이 아닙니다. 남자친구는 화가 나면 숨기지 않고 화를 내는 편입니다.
사귀고 나서 1년은 안 싸웠어요. 제가 먼저 사귀자고 했고, 너무 좋아해서,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 사람에게 맞춰줬죠. 근데 어느날부터 왜 그래야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많이 사랑하지만 마음이 좀 힘드네요. 몹시 피곤합니다.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을까요? 부부가 아니어도 이런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요. 오유징어님들의 조언도 부탁합니다. 기왕이면 둥글게 표현해 주세요, 날카로운 말은 충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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