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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서 저는 지난날들을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게시물ID : sisa_7948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라노의손톱
추천 : 10
조회수 : 4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1/23 00: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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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평소에 저는 뉴스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뉴스 뿐만이 아니라 그냥 TV자체를 안봤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을 자취생활로 혼자 살았지만,  그 흔한 TV하나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활고에 시달려서가 아니라, 딱히 TV가 필요하다  생각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구입하지도 않았습니다.  
TV가 있었어도 아마 볼 수 없었을 듯 합니다. 
늘 일에 치여 살다보니 자취방은 정말 잠만 자는 공간이었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매체는 오로지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전부였습니다. 
그 마저도 만질 시간이 부족했기에, 정치, 사회문화, 핫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직장에서 사람들이 하는 대화를 흘러 들으면서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고 
제 흥미를 끌 만한 일이 생기면 그제서야 뉴스를 검색해 보는 정도였네요. 
정말로 너무 부끄럽지만, 지금도 사실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스스로 뉴스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내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나라 사정이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신랑이 
'네가 뉴스를 다 스스로 틀어서 보고있다니.. 세상이 잘못되도 한 참 잘못된건 맞는거 같다.' 
라고 얘기 할 정도 입니다. 신랑이 정치얘기 하는거 정말 딱 싫어했거든요. 
딱히 어떤 정치색에 빠져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면 
공감할 수도 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땐 그냥 빨리 구조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 이었습니다. 
그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무서울까..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정부에선 노력하고 있겠지 곧 다 구조되겠지.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선생님과 아이들 그리고 국민이 있으며, 
유가족들은 계속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저는 저의 삶을 살기도 벅차서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큰 일이 터졌습니다. 제가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때까지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여러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중 가장 큰 궁금증이 바로 세월호 사건 이었습니다. 

왜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았을까? 
배가 완전히 가라 앉기까지 분명히 시간이 있었을 텐데, 왜 구조작업이 빨리 진행되지 않았을까?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죽어야했을까? 
왜 정치판에서는 세월호를 두고 싸우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저 같은 사람 일지라도 '상식' 이라는게 있다면, 
분명히 저런 의문점이 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해결 될 수 있는 저 의문점들이 돌이켜보니 해결된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나보다 더 많이 배우신 분들이, 지식을 가지신 분들이 분명 나랏일을 하고 계실텐데.. 
왜 하나도 해결 된게 없지?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상식' 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뭐, 애초에 이런 일 따위 일어나지도 않았을거란 생각이 스쳤습니다. 

대학 졸업 후 20대 초 중 후반을 거치며 자취방에서 잠만 잔 시간만 빼면 뼈빠지게 일만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죽어라 일하며 돈을 벌면, 꼬박꼬박 내 월급에서 세금도 잘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치가떨려 잠도 안옵니다. 
내가 번 돈에 대해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잘 지켜온 결과, 
그 일부가 어쩌면 최순실 모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또는, 
대통령을 포함하여 저 말도안되는 현 정부의 관계자들 월급으로 쓰였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니, 
이때까지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잘 살아보겠다고 끝도 없이 고생한 결과는 지금 뉴스에서 비춰지고 있네요. 
어떤이는 하루에 연습실에만 8-10시간을 갇혀 살며 날 밤 새며 공부해서 
겨우 대학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 또 4년을 죽어라 공부하고 
학자금 대출 갚느라 일개미마냥 죽어라 일만하는데, 
어떤이는 실력을 위한 노력 따윈 없어도 특혜란 특혜는 모두 다 받으며 공주대접 받고, 
심지어 대기업에서 엄청난 금액의 지원도 받으며 
부모잘 만난 능력 덕분에 어려움이라곤 전혀 모르고 살 수 있네요. 

친정아버지와 했던 통화 내용이 문득 생각납니다. 

"요즘 뉴스 참 재미있죠?" 
"그러게. 드라마 보다 더 재미있구나." 
"살기 힘든 시대네요." 
"너희를 보면 참 안타깝고 미안하구나." 
"아버지가 왜 미안하세요?" 
"그냥 기성세대로서 우리 자식세대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어른들이 이끄는 나라가 지금 이 지경인데, 어른들이 어찌 젊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겠냐. 
우리 세대도 참으로 힘든 시절을 겪어왔지만, 그래도 우리네는 낭만이라는게 있었는데...
너희들은 낭만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아니잖니. 
우린 조금만 노력하면 취업을 하고 돈을 벌고 집을 사고 노력한 댓가가 따라왔지만, 
너희는 그냥 옆에서 지켜보면 밑 빠진 독에 하염없이 물만 넣고 있는 거 같구나. 
이렇게 힘든 세상이 될 줄은 미처 몰랐구나.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할 말이 없구나." 

우리는 낭만을 가질 수 없는 세대이며 시대를 살아가는중인 걸까요? 
우리의 아이들도 그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게 될까요? 
상식없는 사람들 때문에, 상식있는 국민들이 힘든 나라. 다시 되물림 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저는 아이를 가지기가 무섭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이런 말도안되는 시대를 계속해서 살아나가야만 한다면, 
그냥 여기서 멈추고 싶습니다. 
저같은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요즘들어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저는 이번 주 광화문으로 가려합니다. 
국민으로서 무지했던 지난 날들을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가는데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어보려합니다. 
신랑은 야간 출근이라 함께 할 수 없지만, 저 혼자서라도 가려합니다. 

한 사람으로서 제가 가진 기본 상식만 가지고 쓴 글입니다. 
알고 있는게 없어서 너무 부족한 내용이지만,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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