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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신문배달 알바하면서 겪었던 일 3
게시물ID : panic_91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슥삭쓱삭
추천 : 34
조회수 : 412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11/23 04:10:19
군대가기 전 1년동안 신문배달 알바를 하면서 3번 기묘한 일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그 마지막 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겪은 일은 앞서 겪은 2가지 일보다 조금 더 강렬하게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맛있는 반찬 있으면 끝까지 하나는 남겨서 마지막에 먹는 제 성격때문에 이 일을 가장 마지막에 소개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때는 여름 장마철이였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비가 오는 날은 평소보다 시간이 더욱 지체됩니다.

만약 비가 하루 전날 저녁부터 쭉 이어지는 비라면 신문이 비닐에 코팅되어 지부에 배부되지만, 밤늦게 비가 오거나

새벽부터 비가 오는 날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신문을 비닐에 넣어야되기 떄문이죠. 

거기다 우산을 쓰면 접었다 폈다 하는게 불편하여 우의를 입는 것이 훨씬 편한데, 봄이나 가을 또는 겨울이면 괜찮지만

무더운 여름날에 우의를 입으면 훨씬 더 덥기 때문에 땀이 그냥 줄줄 흘러 곤혹이였습니다.

사실 저도 비오는날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비를 피하여 집에 있을때만 해당되는 사항이였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빗소리가 들리면 한숨부터 쉬곤 했습니다. 
빌라 사진.jpg
( 위 사진은 제가 겪은 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진을, 이해를 돕기위해 구글링해온 것입니다.)

요번에 겪은 사건의 무대는 저 사진과 비슷한 외관의 빌라였습니다.

빌라의 1층에는 빌라의 입구가 있고 입구의 양 주변에는 방에 있는게 아니라 주차장으로서 기능하는 공간이 있는 형태였습니다.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의 빌라죠.

그 날도 어김없이 무덥고 습한 날씨에 비가 굉장히 많이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비오면 여름에라도 새벽엔 추울 줄 알았는데 위치가 남쪽 지방이라 열대야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 몇번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니

금새 몸에 열이 오르면서 땀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문제의 빌라가 위치한 곳도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라 가로등이 없어서 다른 곳에 비해 어두컴컴했습니다.

거기다 비가 왔기 때문에 달빛이 없어서 어둠은 더욱 배가 되었죠.

비도 오고 주위는 어둡다보니 평소보다 조금 더 스산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문제의 빌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손수레를 세우고 문제의 빌라와 더불어 주변의 주택에도 넣을 신문을 한웅큼 들고서는 

빌라로 향했습니다.

빨강 마티즈.jpg
( 위 사진은 제가 겪은 사건과 무관한 사진을,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링해온 것입니다.)

먼 발치서 빌라를 향해 걸어가는 데 빌라 입구 양옆에 위치한 조그마한 주차장에 빨간색 마티즈가 주차되어 있더군요.

벽을 보고 주차돼있었기 때문에 제 시점에서는 딱 위 사진과 똑같은 구도로 보였습니다.

제가 빨간 마티즈에 주목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그 차량이 그 빌라에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반년간 같은 구역에서 신문배달을 하게 되다 보면 기억하기 싫어도 그 시간대에 1층 주차장에 어떤 차가 주차되어 있고

어떤 상가는 불이 켜져 있으며 어떤 상가는 불이 꺼져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패턴을 기억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무채색 계열의 차량이였다면 별로 눈이 안갔겠지만 아무래도 빨간색이다보니 어둠 속에서도 

제 시선을 끌더군요. 물론 이 것만 가지고는 기묘하다고 할 수 없겠죠. 우연히 차를 끌고 하루 놀러 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모종의 일을 마치고 돌아온 것일 수도 있구요.

사실 두번째 이유이자 제가 그 차에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뒷자석에 앉아 있는 여성때문이였습니다. 

처음에 조금 거리가 있을때에는 차량 뒷 좌석 위에 인형을 놔뒀나 생각했었지만 다가갈수록 확실한 사람, 그것도 여성이더군요.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성의 모습이 하얀 소복을 입었다거나 긴 머리를 무질서하게 치렁치렁 늘여뜨린 모습이 아니라

단발의 모습이였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현대적이였기 때문이죠. 뒷모습, 그것도 상반신 밖에 못봤지만 나이대도 대학생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사실 다가가면서 기대했었습니다.

이 야심한 새벽에 제 시점으로는 앞 좌석에는 사람의 형체가 보이지 않았고 뒷좌석에 여성 혼자 앉아 있다면 이 것은 혹시 

차량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상대인 남성분은 당연히 뒷자석에 몸을 수그려 모종의 행위(?)를 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관음증은 아닙니다만 빌라 입구로 들어가 신문을 배달해야 할 직책을 맡은 저로서는 어짜피 가는 경로였는지라

몸은 빌라 입구를 향하면서 시선은 계속 그 빨간 마티즈 차량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선을 그 곳에 두며 빌라 입구로 걸어가던 와중에 갑자기 그 뒷좌석에 여성분이 몸을 홱 돌리면서 

손을 들어 차량 뒷 유리에 짚으시더군요.
항복포즈.jpg
( 위 사진은 제가 겪은 일과 무관한 사진을, 이해를 돕기위해 구글링 해온 것입니다.)

위 사진과 비슷한 포즈였습니다. 차량 뒷 유리에 손을 짚었으니 손 위치는 조금 더 높겠네요.

여하튼 이렇게 몸을 돌리시니 당연히 저와 눈을 마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남녀가 차안에서 나누는 뜨거운 사랑을 보려고 시선을 향하는 와중에 그 주인공과 눈을 마주쳤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홱 고개를 빌라 입구로 돌리고는 황급히 빌라 안으로 몸을 향했습니다.

그 빌라도 6층짜리 빌라였는데 항상 제 구역에 신문을 받아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4층 이상의 높이에 사시더군요 ㅎㅎ 

그 빌라도 4층과 6층에 각각 신문 한 부씩 받아봤기 때문에 저는 6층까지 올라가면서 당황한 기색을 몰아냈습니다.

그런데 당황이라는 감정이 없어지자마자 이번에는 다른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감정은 바로 '기묘함'이였는데요, 우선 그 여자의 표정이 너무 무표정이였습니다. 

그 여성도 저랑 눈을 마주쳤기 때문에 저를 봤을 터인데, 깜짝 놀라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거기다 웃는 것도 아니요, 찡그린 것도 아닌, 뭐라 형용할 수 없이 말 그대로 무표정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 깨름칙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기묘한 감정이 스멀스멀 제 몸을 감싸더군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이미 빌라의 6층을 왕복하고 그 빌라의 입구를 나서고 있었습니다.

반년이나 몸에 익은 뒤라서 사실 그 전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반쯤 비몽사몽인 상태에서도 몸이 기억해 알아서

빌라를 오르 내리거나 한 적이 많습니다. 

약간 야간행군때 졸면서 걷는 듯한 느낌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여하튼 그 빌라 입구를 나서고 다시 그 빨간 마티즈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그 여성분은 커녕 

차량 안에서 어떠한 형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뭐 그래도 나랑 눈이 마주치자 뻘쭘해서 차에서 내려서 집에 갔나보다 라고 생각했습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여자와 눈을 마주친 그 장면을 떠올려보면 뭔가 기묘하고 어색했습니다.

저는 나머지 구역을 돌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 그 장면을 떠올려 봤었는데요. 

계속 뭔가 답을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그 느낌에 답답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날 신문알바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뒤 샤워를 하고 못한 학과 과제를 하려고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그 장면을 떠올리다가 문득 그 답을 발견하고는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그 여성이 상반신을 뒤로 돌리는데, 분명히 팔은 왼쪽으로 돌아 뒷창의 유리를 짚었습니다.

그러나 몇번을 떠올려봐도 그 여성이 목 위, 그러니까 머리는 오른쪽으로 돌려 뒤를 쳐다봤다는 것이죠.

혹시 지금 의자에 앉아 이 글을 보시는 분이라면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의자에 앉아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자세를 취해보다 그 답을 얻었으니까요.

팔을 올려 왼쪽으로 돌아 뒤에 유리가 있다고 가정하고 유리를 짚는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고개는 오른쪽으로 돌려 뒤를 쳐다보는....

이 동작을 수행하려면 고개가 180도 돌아가야 합니다. 

뭔지 모를 기묘함과 어색함의 답을 알아챈 저로서는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잘 못 본거 겠지라는 생각을 계속 함으로써 자기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다음 날, 그 빌라에 다시 갈 때 무척 두려웠습니다.

그 차량이 다시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으로 갔습니다만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결국 제가 그만두기 전까지

그 빌라 입구 양 옆 주차장에 그 빨간 마티즈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다시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 일을 겪은 뒤로 저는 왠지 모르게 빨간 차량만 보면 섬찟한 기분이 듭니다.

새벽에 길을 나설때면 주차되어 있는 차량에 눈길도 잘 안주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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