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무슨 모든 작가들이 다 참여하는 비밀커뮤니티같은 음모론을 펼치자는 게 아님. 십~수십명 정도의 카카오톡 단카방. 그거면 충분하다고 봄. 그게 3~4개 정도 존재하는게 아닌가 하는 소설을 써봄.
이 사태에서 제일 이상한 점은 이거였음. 작가들이 너무 전투적으로 자기도 순교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 왜냐면, 만화든 소설이든 '작가'라는 건 일단 프리랜서 OF 프리랜서임 협업을 해봤자 3~4인이고 기본적으로 그들이 하는 작업이란게 혼자서 주구장창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임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작가들이 보인 태도는 딱 그거였음. 집단사고. 친목질에 빠진 집단이 극단적으로 보이는 최후의 광기.
그러니까, 이 사태가 심상치 않게 판이 커져간다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 그렇다면, '아 시발 좆되기 전에 입닫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당연한 것임 내가 개인적으로 메갈을 빨든 안빨든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잘못하면 좆된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게 먼저라고.
근데 입을 안 다물고, 기름통 짊어지고 참전함. 자기들이 무슨 성자성녀야? 프리랜서라는 게 논란있으면 커리어 끝장인데 신경도 안 쓰고 자살함.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를 그리고 만화로 인정받고 싶어하던 사람들이 아니었음? 근데 '내 의견에 반대하는 새끼들은 보지마 ㅆㅃ'라고 말하고 있음. 입을 다물거나, 이러지 말자고 워워하는 애들이 있어야 되는데 없음.
거기에, 기본적으로 작가들은 다 하나하나가 서로 경쟁자임. 진짜 잔인하게 말하면 누구 다른 작가 하나가 좆되면 나한테는 이득임. 아주 피도 눈물도 없이 말하면 그렇다는 것. 그런데 작가들은 실드쳐주는 수준을 넘어서 집단자살을 하고 있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트인낭이라고 하기엔 너무 경향성이 뚜렷함. 여시 사태와 아주아주x100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임. 이건 친목질의 결과로 나온 집단사고로밖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봄.
친목질에 빠져서, 자신이 속한 집단에 자신을 일체화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의식을 버리고 '두뇌'가 지시하는 대로 뛰어든다. 이 상황 아님?
자, 상황을 냉정하게 보면. 그래. 잘 모르고 메갈 실드쳐줄 수 있음. 솔직히 '여자는 왕자님이 필요없다' 이거 문구 자체는 난 좋은 문구라고 생각함. 그렇다면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고당했다'고 오해할 수 있음. 충분히 그럴 수 있음. 이것까지는 인정해야됨.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 문제임. 그 티셔츠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티셔츠를 누가 만들고 누가 돈을 벌었는가, 이게 문제 아님? 사람들이 아무리 수백번 수천번 사건의 내막을 설명해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넥슨 나빠요~ 페미니즘 욕하는 한남충 ㅉㅉ~' 이렇게 가고 있음
여기서 허탈감을 느낀 사람이 많을 거임 약간 종교에 빠진 광신도같은 느낌 아님?
이건 친목질의 결과물이라고밖에 설명이 안됨
그렇다면? 가설을 세워봄. 3세대 웹툰작가들 다수가 소속된 폐쇄적 커뮤니티가 존재하며, 그 커뮤니티에서 나타난 친목질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현재의 사태라는 가설.
3세대 웹툰작가는 그냥 내 멋대로 나눠봄. 내 생각에 웹툰계에 작가들은 세대분류가 가능하다고 봄.
1세대는 출판만화, 잡지연재 시절부터 살아남은 그룹. 2세대는 네이버웹툰 초창기에 발탁되어 선점효과로 성장한 그룹. 3세대는 웹툰 파이가 커 진 뒤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은 그룹.
1, 2세대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님. 여기도 핑크레이디 사건이며 뭐 잡다구리한 사건들이 많았음. 털면 입만 아픔.
하지만 이 정도의 대형사고는 친 적이 없음. 왜? 1, 2세대가 더 좋은 사람들이라? 난 성악설을 믿지는 않지만 그정도로 순진하진 않음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게 낫다는 건 당연함.
외주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실상 많은 무명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수입원은 외주인데, 이 외주라는게 당연히 인맥이 없으면 따오기 아주 어려움. 왜냐? 그림 잘 그리는 애들은 사실 너무 많걸랑.
그러니 자연스럽게 뭉칠수밖에 없다고 봄. 이것까진 당연한 거임. 인간은 원래 조직을 만들고 조직이 커지면 파벌을 만든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나 치열했기에,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조직에 들어가서 의탁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던져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인맥을 타고 조직에 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직 구성원들에게 잘 보여야 된다.
그러다 보면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기 쉽다. 아차하는 순간 조직의 말이 진리요 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고, 자기반성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쁘다고 하니까 진짜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가능하다고.
아까부터 말했지만 무슨 마피아조직같은 그런 음모론이 아님. 그냥 10명 안팎의 지인이면 충분함.
아까도 말했듯, 웹툰작가들은 '혼자서' 작업하기에 정보를 이 정도로만 차단하면 얼마든지 친목질이 가능함 친목질이라는 게 생기기 어려운 직업이지만, 반대로 그 직업 특성때문에 친목질이 생겨나면 통제가 안 되는 것임
레바에 대해 생각해보자. 레바는 세대구분이 안되는 이상한 캐릭터임. 얘는 완전 독고다이라고. 근데 잘나감.
난 레바툰에서 이 대사 듣고 무릎을 탁 쳤음 '만화는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에요'
맞음. 그림 존나 수려하게 유화처럼 그리는데 존나 재미없는 만화 VS. 그림은 개차반인데 꿀잼인 만화 둘중 뭘 볼 거임? 당연히 후자지.
그러니 레바 사태가 터졌을때 과연 얘를 실드쳐주고 싶었을까? 자기들은 개고생하는데 언뜻 대충 찍찍 그린거같은 독고다이가 툭 나타나서 레진 탑티어가 되는 꼴을 보고? 솔직히 '야 레바 그새끼 왜 인기있는지 이해 안된다. 니가 그림 십만배 더 잘 그리는데.' 이런 말 안 나왔을까?
1, 2세대에 가까울 서나래, 마인드씨도 마찬가지. 3세대 작가들은 이미 자신들 사이의 폐쇄적인 커뮤니티 안에서 친목질을 시도했고, 이미 친목질은 완성되었으며, 자신들 이외의 작가들과 그다지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가깝다고 봄.
문제가 된 작가들이 선민의식처럼 '위대하신 작가님들한테 토달아? 그냥 만화나 재밌게 쳐보면되지 미개한 것들' 이러는 것도 친목질의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됨. 그냥 자기들끼리 좆나 빨아준 거야. 그러다 보니 작가가 서비스업 종사자가 아니라 위대한 귀족같은 거라고 착각하게 된 거임.
3줄요약 - 3세대 웹툰작가들은 레드오션에서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에 자연스럽게 집단을 만듦 - 불행히도 만화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친목질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나타남. - 이들은 1, 2세대나 독고다이 만화가들과 동질감을 느끼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