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초반 평범한 여자에요.
잊지못할 첫사랑의 기억도 있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했던 연애경험도 있지요. 하지만 늘 사랑의 시작은
새롭고, 상대와의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인가봐요.
저는 중소기업 N년차 과장이에요. 주 업무는 아니지만
종종 대기업을 상대로 합니다. 상대는 제가 상대하는
대기업의 담당자에요.
이 전 담당자와의 관계는 좋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전 담당자가 승진을 하면서 인사발령을 받아
후임자에게 인계를 해줄 적에 저희 회사와
담당인 저에 대해서는 한마디 더 해주고 가겠다라고
우호적인 말을 해주었을 정도였죠.
그런데 첫만남에서 무척 까칠하고 냉정한 태도를
하더라구요. 보통 사무적으로-무생물 대하듯- 대하는 것은
많이 겪어봤어도 이런 태도는 처음이라 조금 떨떠름했었죠.
그렇게 일 때문에 두어번 더 공적으로 보았는데 태도는
변함이 없었어요.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 날 떠났던
전임자의 전화를 한 통 받았어요. 셋이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자는 겁니다.
전임자와는 업무적으로 차는 몇번 마신 적이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까칠한 현담당자와의
식사자리라니. 마음이 너무 불편했었죠.
하지만 전임자에게는 보답하고픈 마음도 있었고,
자신이 불편하면 안나오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왠걸. 약속 당일에 믿었던(?)전임자는 안오고
까칠한 현담당자인 상대만 나와있는 겁니다.
어리둥절 하는 사이에 어느 새 곱창이 올려져있는
불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게 되었어요.
전임자는 갑자기(??)출장이 잡혔답니다.
긴장해있는 저와는 달리 이 인간이 내가 알던 그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정도로 소탈하고 부드러운 겁니다.
업체미팅때마다 들어가기 전에 천장한번 보고 큰숨한번
쉬게 만들었던 남자와 다 익은 곱창을 내 앞에 놓아주는
이 남자가 동일인물일까 싶었죠.
의심과 긴장을 다 풀지못하는 저에게 부담갖지 말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제게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더군요. 나이는 저보다 4살 위, 아직 미혼, 군필,
담배는 안하고 술은 소주 2병까지. 기타등등.
제가 사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본인이 계산한 뒤,
호프를 사라고 해서 얼떨결에 2차맥주집까지 가게되었죠.
부담스럽지 않다면 집까지 데려다주고싶다고 해서
그 날의 분위기는 그 때 제 입에서 "네. 부담스러워요."
라는 말이 나오기가 더 부담(?)스러웠어서 승락을 했어요.
데려다만 주고 깍듯하게 인사 후 바로 가더군요.
"집에 잘 들어갔냐, 오늘 즐거웠고 나와줘서 감사하다.
잘 자라" 라는 문자를 받았죠. 전 속으로 이게 뭐지? 싶었죠.
그게 우리의 첫 시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