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panic_128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쿨김
추천 : 2
조회수 : 630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1/03/06 20:00:47
1
「물거품」
어쩐지 의식을 잃었다가 깬 것 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개가 낀 다리 위에 서있고, 그 아래로 보이는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다리 바로 아래로 누군가 떨어진 모양이다.
살려달라는 듯이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난 수영도 미숙할 뿐더러, 어설프게 구하다가 나도 같이 휘말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보는 타인일 뿐이다. 게다가 지금은 핸드폰도 없고 주위는 사람은 커녕 차도 얼씬하지 않는다.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강 아래를 계속 내려다본다. 스스로 이런 무관심이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누군가가 결국 수면 아래로 사라져간다‥‥.
인영이 사라진 물 위에는 이상하리만큼 물거품이 솟아오르고 있다.
보글거리며 물거품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로테스크하다.
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사실에 은근한 두근거림을 느끼며 도로를 걸어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뭔가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어 초조해졌다.
뭔가를 놓고온 것 같은 기분인데‥‥. 기분 탓인걸까.
집에 도착하자 부엌에서 엄마가 파를 손질하고 있었다.
엄마의 상냥한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여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아‥ 너무 배고파서 파라도 씹고싶어.]
[저녁엔 전골을 먹자. 그런데 같이 산책하고 온다더니, 혼자만 왔네?]
[같이?]
기억났다.
한시간 전에 함께 산책을 나선 것은
내 동생.
물거품과 함께 사라진 것은‥‥.
2
「행운의 요정」
중학교 친구 중에 집이 매우 빈곤한 녀석이 있었다.
드라마 같은 설정이지만 외도로 집을 나간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에 노름꾼인 아버지.
그 하나뿐인 아버지마저 어서 함께 죽자는 말을 입에 살고 달 정도로 최저인 인간이었다.
물론 고등학교 진학도 의심될 정도로 성적은 바닥.
옆에서 보는 나조차도 정말 엉망진창인 인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불운해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나 요즘 요정이 보여.]
나는 너무 불행한 나머지 녀석이 약간 맛이 갔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은 점점 야위어갔다.
하지만 초췌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성격은 활기차졌다.
[처음엔 희미했는데 요즘은 또렷하게 잘 보여.]
녀석은 요정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밝은 모습을 보니 나름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후에 녀석은 죽었다.
사인은 납 중독.
3
「영원을 산다」
언제부터인가 죽음이 견딜 수 없을만큼 무서워졌다.
죽는게 무서워지니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흉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물론이고, 대인관계도 엉망진창.
언젠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봇대에 붙여진 전단지를 보게 되었다.
[영원을 살게 해드립니다.]
사이비 종교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곧바로 전화를 해 연구소라는 곳을 찾아갔다.
음침하기 짝이없는 그곳은 쓰지않는 창고의 지하를 개조한 것 같았다.
자신이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죽음을 느끼지 않고 영원의 시간 속에서 살게 하는 연구라고 했다.
나는 바로 수락을 했다. 밑져야 본전이니 얼마든지 돈은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남자는 돈보다 더 값진 것을 얻으므로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나를 안 쪽의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은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지금부터 영원 속에서 살게됩니다.]
그 순간 나는 갑작스레 정신을 잃었다.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다.
앞은 암흑이고 바람소리하나 들리지 않는데 웅웅거리기만 한다.
게다가 말하려해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움직이려해도 아무것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약간 숨가쁘게 호흡하는 것 뿐이었다.
몸뚱이를 최대한 움직일때서야 미적지근한 물의 촉감이 느껴진다.
그제서야 나는 몹시 무서워졌다.
어쩌면 지금 나는‥‥
4
「의식」
철저하게 준비한 재료를 섞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외워둔 주문을 중얼거렸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촛불만이 일렁인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이런걸 믿었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진다‥‥.
실망하며 문을 열고 나가자 엄마가 부엌에 쓰러져있다.
놀란 내가 달려가서 보니, 팔이 뒤틀리고 두개골이 약간 함몰되어 온몸이 피투성이다.
진한 피냄새가 코를 찔러와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경악해 있는 사이, 엄마는 힘겹게 일어나서 쌓여있는 설거지를 향해 손을 뻗는다.
기괴하게 꺾이는 손이 접시에 닿을 때마다 붉은 피가 묻어난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설거지를 한다.
나는 그런 엄마를 뒤에서 껴안는다.
의식은 성공했다.
5
「약속」
B와 나는 학창시절부터 단짝이었다. 따돌림 당하던 나를 구원해준 고마운 사람이기도 했다.
언제나 어딜 가도 우리들은 항상 붙어지냈다.
우리 둘다 모델을 지망했기에 더욱 말이 잘 통했던 것 같다.
그런 우리들을 보는 주위 시선은 곱지 않았기 때문에,
B가 따돌림의 주범이었다든지, 널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식의 소문이 종종 들려왔다.
하지만 B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B가 말했다.
[나, 네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나를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감동해버리고 말았다.
나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니, B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 약속하지 않을래?]
[무슨 약속?]
[만약에‥ 우리 둘 중 하나가 먼저 죽으면 나머지도 같이 죽는거야.]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는 B가 이상했지만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의 우정은 죽을때까지 영원할거라 생각했으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에이전시에 들어가 신인 모델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에 반해 B는 적당한 기회를 잡지못해 겉도는 것 같았다.
B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난 가슴이 아팠지만, 나의 주가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B가 실종되고 말았다. 달랑 쪽지 하나를 남긴 채였다.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어서 이런 방법을 택하고 말았습니다. 나의 죽음을 용서해주세요.]
B의 장례식에 다녀온 나는 예전에 했던 약속이 떠올라 점점 두려워졌다.
B에게 미안했지만 지금 죽을 순 없었다. 내 인생의 행복이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되었으므로‥‥.
그러던 어느날, 잠에 취해 있던 나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눈을 떴다.
눈앞에 B가 살기등등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재수없는 년 같으니! 어째서 죽지 않은거야! 어째서 죽지 않았어!]
아무래도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6
「용서」
아버지가 사기를 당했다. 아버지 친구의 말에 속아 투자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 때문에 온 가족이 거리에 나앉기 일보직전이 되었다.
나와 오빠는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해 집에 생활비를 보탰다.
그렇지만 크게 무너진 집안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 이후 우리집은 암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알았는지 아버지 친구는 우리 집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했다.
엄마는 매몰차게 거절했고, 오빠는 야구배트로 아저씨를 흠씬 두들겼다.
아저씨는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집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다른 변명같은 것도 없고 그저 죄송합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동정할 필요 없어! 아버지가 죽었다고!]
오빠는 언제나 그렇게 소리질렀다. 나도 처음에는 증오와 원망을 쏟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속죄를 하듯 항상 얻어맞을 걸 알면서도 매일매일 집 앞으로 오는 것이 어딘가 불쌍해 보이기도 했으므로‥‥.
게다가 급속도로 쇠약해져가는 얼굴을 보고있자니 모두들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날, 오빠는 이전보다 훨씬 더 그를 흠씬 때렸다.
[우린 당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당신은 살아서 우리집에 한 발자국도 들일 수 없어! 용서할 수 인간 같으니!]
그 이후로 약 일주일간 그 아저씨는 집에 사과하러 오지 않았다.
나는 중상이라 입원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와 오빠는 제 풀에 지쳐 포기한 모양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꽤나 묵직하고 큰 상자가 집에 배달되었다.
보내는 사람 이름에는 그 아저씨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이런걸 보내봤자 아무 소용 없는데‥‥.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상자의 포장 끈을 자르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포장 끈 사이로 작은 편지가 끼워져 있던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용서 받을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상자 안에 있는 것은‥‥?
7
「수상한 녀석」
같은 클래스의 녀석이 수상하다.
매일 학교가 끝날 무렵, 혼자 학교 뒤에 있는 텃밭에 가는 것이다.
녀석은 매일 뭔가를 묻고있다. 뭔가의 시체같은 것 같다. 크기는 작지만 분명하다.
[너 아무래도 이상해. 항상 뭘 그렇게 숨기는거야?]
내 말에 녀석은 당황한듯 텃밭에 나를 데려갔다.
거기에는 많은 유기견들이 묻혀있었다.
유기견들의 시체를 묻어주는 것 뿐이라는 녀석의 말에 나는 왠지 김이 새버렸다.
에이, 난 또 나같은 애가 더 있는 줄 알았네.
실망한 난 혼자서 집에 와버렸다.
목출처 : http://coshuttle.co.kr/xe/?mid=horror&page=6&document_srl=173907 - 기묘한이야기 - 이해하면 무서운 공포괴담 7가지록
엮인글
1
「물거품」
어쩐지 의식을 잃었다가 깬 것 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개가 낀 다리 위에 서있고, 그 아래로 보이는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다리 바로 아래로 누군가 떨어진 모양이다.
살려달라는 듯이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난 수영도 미숙할 뿐더러, 어설프게 구하다가 나도 같이 휘말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보는 타인일 뿐이다. 게다가 지금은 핸드폰도 없고 주위는 사람은 커녕 차도 얼씬하지 않는다.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강 아래를 계속 내려다본다. 스스로 이런 무관심이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누군가가 결국 수면 아래로 사라져간다‥‥.
인영이 사라진 물 위에는 이상하리만큼 물거품이 솟아오르고 있다.
보글거리며 물거품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로테스크하다.
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사실에 은근한 두근거림을 느끼며 도로를 걸어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뭔가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어 초조해졌다.
뭔가를 놓고온 것 같은 기분인데‥‥. 기분 탓인걸까.
집에 도착하자 부엌에서 엄마가 파를 손질하고 있었다.
엄마의 상냥한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여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아‥ 너무 배고파서 파라도 씹고싶어.]
[저녁엔 전골을 먹자. 그런데 같이 산책하고 온다더니, 혼자만 왔네?]
[같이?]
기억났다.
한시간 전에 함께 산책을 나선 것은
내 동생.
물거품과 함께 사라진 것은‥‥.
2
「행운의 요정」
중학교 친구 중에 집이 매우 빈곤한 녀석이 있었다.
드라마 같은 설정이지만 외도로 집을 나간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에 노름꾼인 아버지.
그 하나뿐인 아버지마저 어서 함께 죽자는 말을 입에 살고 달 정도로 최저인 인간이었다.
물론 고등학교 진학도 의심될 정도로 성적은 바닥.
옆에서 보는 나조차도 정말 엉망진창인 인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불운해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나 요즘 요정이 보여.]
나는 너무 불행한 나머지 녀석이 약간 맛이 갔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은 점점 야위어갔다.
하지만 초췌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성격은 활기차졌다.
[처음엔 희미했는데 요즘은 또렷하게 잘 보여.]
녀석은 요정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밝은 모습을 보니 나름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후에 녀석은 죽었다.
사인은 납 중독.
3
「영원을 산다」
언제부터인가 죽음이 견딜 수 없을만큼 무서워졌다.
죽는게 무서워지니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흉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물론이고, 대인관계도 엉망진창.
언젠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봇대에 붙여진 전단지를 보게 되었다.
[영원을 살게 해드립니다.]
사이비 종교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곧바로 전화를 해 연구소라는 곳을 찾아갔다.
음침하기 짝이없는 그곳은 쓰지않는 창고의 지하를 개조한 것 같았다.
자신이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죽음을 느끼지 않고 영원의 시간 속에서 살게 하는 연구라고 했다.
나는 바로 수락을 했다. 밑져야 본전이니 얼마든지 돈은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남자는 돈보다 더 값진 것을 얻으므로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나를 안 쪽의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은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지금부터 영원 속에서 살게됩니다.]
그 순간 나는 갑작스레 정신을 잃었다.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다.
앞은 암흑이고 바람소리하나 들리지 않는데 웅웅거리기만 한다.
게다가 말하려해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움직이려해도 아무것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약간 숨가쁘게 호흡하는 것 뿐이었다.
몸뚱이를 최대한 움직일때서야 미적지근한 물의 촉감이 느껴진다.
그제서야 나는 몹시 무서워졌다.
어쩌면 지금 나는‥‥
4
「의식」
철저하게 준비한 재료를 섞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외워둔 주문을 중얼거렸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촛불만이 일렁인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이런걸 믿었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진다‥‥.
실망하며 문을 열고 나가자 엄마가 부엌에 쓰러져있다.
놀란 내가 달려가서 보니, 팔이 뒤틀리고 두개골이 약간 함몰되어 온몸이 피투성이다.
진한 피냄새가 코를 찔러와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경악해 있는 사이, 엄마는 힘겹게 일어나서 쌓여있는 설거지를 향해 손을 뻗는다.
기괴하게 꺾이는 손이 접시에 닿을 때마다 붉은 피가 묻어난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설거지를 한다.
나는 그런 엄마를 뒤에서 껴안는다.
의식은 성공했다.
5
「약속」
B와 나는 학창시절부터 단짝이었다. 따돌림 당하던 나를 구원해준 고마운 사람이기도 했다.
언제나 어딜 가도 우리들은 항상 붙어지냈다.
우리 둘다 모델을 지망했기에 더욱 말이 잘 통했던 것 같다.
그런 우리들을 보는 주위 시선은 곱지 않았기 때문에,
B가 따돌림의 주범이었다든지, 널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식의 소문이 종종 들려왔다.
하지만 B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B가 말했다.
[나, 네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나를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감동해버리고 말았다.
나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니, B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 약속하지 않을래?]
[무슨 약속?]
[만약에‥ 우리 둘 중 하나가 먼저 죽으면 나머지도 같이 죽는거야.]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는 B가 이상했지만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의 우정은 죽을때까지 영원할거라 생각했으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에이전시에 들어가 신인 모델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에 반해 B는 적당한 기회를 잡지못해 겉도는 것 같았다.
B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난 가슴이 아팠지만, 나의 주가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B가 실종되고 말았다. 달랑 쪽지 하나를 남긴 채였다.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어서 이런 방법을 택하고 말았습니다. 나의 죽음을 용서해주세요.]
B의 장례식에 다녀온 나는 예전에 했던 약속이 떠올라 점점 두려워졌다.
B에게 미안했지만 지금 죽을 순 없었다. 내 인생의 행복이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되었으므로‥‥.
그러던 어느날, 잠에 취해 있던 나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눈을 떴다.
눈앞에 B가 살기등등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재수없는 년 같으니! 어째서 죽지 않은거야! 어째서 죽지 않았어!]
아무래도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6
「용서」
아버지가 사기를 당했다. 아버지 친구의 말에 속아 투자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 때문에 온 가족이 거리에 나앉기 일보직전이 되었다.
나와 오빠는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해 집에 생활비를 보탰다.
그렇지만 크게 무너진 집안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 이후 우리집은 암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알았는지 아버지 친구는 우리 집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했다.
엄마는 매몰차게 거절했고, 오빠는 야구배트로 아저씨를 흠씬 두들겼다.
아저씨는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집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다른 변명같은 것도 없고 그저 죄송합니다. 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동정할 필요 없어! 아버지가 죽었다고!]
오빠는 언제나 그렇게 소리질렀다. 나도 처음에는 증오와 원망을 쏟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속죄를 하듯 항상 얻어맞을 걸 알면서도 매일매일 집 앞으로 오는 것이 어딘가 불쌍해 보이기도 했으므로‥‥.
게다가 급속도로 쇠약해져가는 얼굴을 보고있자니 모두들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날, 오빠는 이전보다 훨씬 더 그를 흠씬 때렸다.
[우린 당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당신은 살아서 우리집에 한 발자국도 들일 수 없어! 용서할 수 인간 같으니!]
그 이후로 약 일주일간 그 아저씨는 집에 사과하러 오지 않았다.
나는 중상이라 입원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와 오빠는 제 풀에 지쳐 포기한 모양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꽤나 묵직하고 큰 상자가 집에 배달되었다.
보내는 사람 이름에는 그 아저씨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이런걸 보내봤자 아무 소용 없는데‥‥.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상자의 포장 끈을 자르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포장 끈 사이로 작은 편지가 끼워져 있던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용서 받을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상자 안에 있는 것은‥‥?
7
「수상한 녀석」
같은 클래스의 녀석이 수상하다.
매일 학교가 끝날 무렵, 혼자 학교 뒤에 있는 텃밭에 가는 것이다.
녀석은 매일 뭔가를 묻고있다. 뭔가의 시체같은 것 같다. 크기는 작지만 분명하다.
[너 아무래도 이상해. 항상 뭘 그렇게 숨기는거야?]
내 말에 녀석은 당황한듯 텃밭에 나를 데려갔다.
거기에는 많은 유기견들이 묻혀있었다.
유기견들의 시체를 묻어주는 것 뿐이라는 녀석의 말에 나는 왠지 김이 새버렸다.
에이, 난 또 나같은 애가 더 있는 줄 알았네.
실망한 난 혼자서 집에 와버렸다.
목출처 : http://coshuttle.co.kr/xe/?mid=horror&page=6&document_srl=173907 - 기묘한이야기 - 이해하면 무서운 공포괴담 7가지록
엮인글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