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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참여했습니다.
게시물ID : sisa_7982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볼랑말랑
추천 : 2
조회수 : 1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27 03:02:08
을지로에서부터 걸어서 종각, 시청, 광화문 다 돌고 돈 후에

함께한 동생들 몸 덮히라 술도 한잔씩 사먹인 후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집회를 주관하는 주최에 대해 정확히는 모릅니다.

따라서 마이크를 붙잡고 힘차게 외쳐주시는 그 분이 누군지도 미처 몰랐습니다.

다만 그중 한마디가 참 가슴 찡하더군요.


80년대 이후 오늘이 처음으로 청와대 가장 가까이 집회를 하는 날이라고.

무엇이 그리 찡했나 걸으며 고민해봤습니다.


문득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고 미워졌습니다.

당신은 그리 일찍, 쉽게 죽어선 안되었습니다.

좀 더 오래 살아서 이땅의 촛불이 불타오르는 걸 지켜봤어야 했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일을 겪었다면, 대규모 집회가 민중들에 의해서 일어났다면

그 사람은 그냥 허허 웃으며 집회하라고 하세요. 아니 내가 직접 나가보겠습니다.라고 했을 사람입니다.


몇 주씩이나 닿지 않는 외침을 시민들이 외칠 필요도 없었을 테고, 우리 거대한 힘을 보여주며 시위로 그 위치를 투쟁해낼 필요도 없었을 테지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리석게도 정치인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문재인 전대표가 힘써주고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경계의 대상입니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이 발끈하고, 분노할 수도 있는 말입니다만, 나에게는 그렇습니다.

정치는, 정치인은 염원을 대행해줄 사람이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비명에 갔기 때문에 나에게는 영원한 믿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산 사람은 아니지요.

믿어서는 안됩니다.

오늘도 나는 이런 내 생각에는 틀림이 없다고, 적어도 현 시점의 정치판에는 그런 믿음을 줘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정치가 믿음과 혼동되어 괴물이 된 결과물이 아직도 저 푸른 기와집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잘못된 믿음을 끌어내리기 위해 간 우리들이 또다른 일그러진 괴물을 재생산해서는 안될 일이겠지요.


집회는 시민들의, 민중의 힘이 집결한 장소입니다.

우리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잘못된 것이 무엇이라고 힘차게 외칠 줄 아는 사람이 이만큼이나 많아졌고,

모두가 성숙하다고 인정하는 방식으로 인내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일개 정치인 개인이 아닌 우리 자신의 힘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곳에 간 것은 무도한 집권당의 횡포에 분노한 따름입니다.

야에 이용당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나는 바랍니다.

내 의심이, 내 회의가 그저 색안경이었기를, 지나친 경계였기를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비명에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굳세게 버텨서 민주주의를, 깨끗한 정치를 세우는데 일조하고 내 회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다음 정권은 좀 더 깨끗한 정권이길 바랍니다.
출처 술 한잔 하고 울적한 건지 뿌듯한 건지 모르겠는 내 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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