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교 2학년 때 2002월드컵을 통해서, 처음으로 광장으로 대규모의 시민이 꺼리낌없이 모여들기 시작한듯 합니다.
물론 그래도 저는 광화문으로 향하지는 않는, 그저 그런 소심쟁이에 불과했습니다.
뭐 이전의 피냄새와 최루탄 냄새나는 여러 반독재 투쟁들은 우리세대에는 마치 먼 옛날의 전설처럼 전해진 일이 되었지요,
아기에서 벗어나서 사회를 알아갈때쯤 TV를 보면서 처음으로 본게 노태우 전대통령이니....
그리고 난생 처음 대통령 투표권을 얻어 투표한 사람이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 이었습니다.
그전에 효순이미순이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사태, 광우병 촛불집회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효순이 미순이 사건때와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사태때는 엄밀히 말하자면 참여할 수 없는 신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당시 사관후보생이었고, 시위참여가 드러나면 제적대상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사복차림으로 가서 얼굴 사진만 찍히지 않으면 된다지만, 그걸 감수할만큼 나가야할 필요성을 못느꼈던것 같습니다.
-작은 반항으로, 후에 학군교에서 군사훈련중 정훈관련수업시 기무사소속 부사관 교관이 당시 촛불집회에 좌익세력이
주도하여 선동당했다는 요지의 강의후 나눠준 설문후 제출서류에 해당 집회가 선동당했다 하기에는 분노가 정당하며,
너무나 많은 시민이 참여했음을 볼때 교관님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고 적어서 낸 정도(?)-
광우병같은 경우엔, 본질은 국민의 먹거리를 함부로 협상하는 정부태도에 불만은 있었으나,
시위에 나갈정도로 심각한 사태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명박 out 이라는 팻말을 들기에는 너무 집권초기인데다가 공감대 없이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 들었을정도니까요.
(물론 지금은 그때 대통령 갈아치웠으면 우리에게 잃어버린 10년이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박근혜가 당선되는꼴보고는, 그야말로 어떻해서든 이민가야거나, 아님 이 헬조선에서 되는대로 살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네요.
전략적으로 어제의 촛불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늘 아침 언론의 태도도 그러하구요.
지금은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데 입석표를 구해서 서서와서 7시부터 함께 있었던것 같습니다.
서울역에서 내려서 대중교통은 이미 마비일테니 그냥 걸어서 갔지요.
중간에 왠 찬송가 부르면서 태극기 흔들던 집단 있던데 썩소 한번 날려주고, 명박시절 불태워먹은 남대문 지나서,
평소때라면 차들로 빡빡차있던 거리가 사람으로 차있더군요...
무료로 나눠주는것도 있었다곤 하지만, 거리의 노점에서 천원주고 촛불을 사서 쭉 걸었습니다.
최종목적은 문자로온 박시장님 좌담회는 참석한다였기 때문에 청계광장 대로까지 가서는 열심히 광화문에서 이순신 동상까지 왔다갔다 했네요.
그리고 박시장님의 길거리 좌담을 듣고, 다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단에 서서 말씀하시던 할머님들을 보며,
그리고 거리에서 본 가족들과, 너무나 다양한 세대가 다 모여서 한목소리가 된 광경을 보면서,
이후에는 부산쪽의 집회를 참석하겠지만.... 올라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가족들로부터도 핀잔듣는, 차갑고 희망적이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촛불이 실패할 위험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촛불에 참여한 사람들이 좌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태우 전대통령이 뽑힌것 처럼, 어쩌면 우리는 두번째 실수를 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담그면 안된다고도 생각합니다.
박근혜의 사례를 통해 다시 구세력이 간신히 집권해도 다시는 이따위로 통치할 엄두도 못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언제나 최악을 생각하지 않으면 현실에 지고만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입에 함부로 담기로 싫은 과거의 실수들을 끄집어내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는 열차안에서 적는 이 시점에서는
언론의 태도와 정치인들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낸 작은 승리를 축하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