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자존감에 관한 교육을 듣고있는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특징 하면서 얘기하는게 죄다 제 얘기네요 ㅎㅎ
그렇다고 폐쇄적이진 않고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하고 어색하지 않게
금방 농담하고 잘 지내거든요?
근데 자존감은 낮은 것같아요.
윗사람을 어려워 한다거나 누군갈 만날때 마음에 벽은 두고 만난다거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릴적 기억이 다 자란 지금에도 영향을 주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들어주세요.
늦둥이로 태어나 7살 부터 혼자 지냈어요
유치원 다녀오면 저녁때 식구들 올 때까지 할게 없으니까
엄마가 사놓은 디즈니 비디오를 보고 다시보고 다시보고 다시보고
인어공주 미녀와야수 등등 인물들 대사, 노래가사 하나하나 다 외울때 까지
테이프가 늘어질때까지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제가 초등학교때 누나는 20살이 됐어요.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임신이 됐데요.
아이를 낳았죠. 애는 우는데 매일 매일 술먹고 집에 늦게들어와요.
애보다가 짜증이난 엄마와 형이 늦게들어온 누나와 말다툼을 합니다. 성질이 나자 팹니다.
사실 난 깨어있습니다. 그렇게 싸우는데 안깨는게 이상하죠.
무섭습니다. 일어나서 그만 하라고 하고싶은데 몸집도 엄청 큰 어른들이 싸우니 나는 자는척을 합니다.
말 하나하나 뺨때리는 소리 다 들리는데 그저 누워있어요.
다 싸웠나봐요 집이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참았던 오줌을 싸러 그제서야 졸린눈 비비는 척 하며 일어나 오줌을 누고
다시 벌벌 떨면서 잠이 듭니다.
누나 약혼자가 같이 못살겠데요. 식구들끼리 얘기하기로 같이 안살기로 했데요. 전 그저 그렇게 됐다고 전해 듣습니다.
몇년 후 작은형이 또 아이가 생겼답니다. 아이를 낳고 사는데 이번엔 작은형네가 같이 못살겠답니다.
전 그저 또 전해 듣습니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었을까요.
우리 막내아들 씩씩하고 밝게 자라줘서 너무 고맙답니다.
이렇게 제가 살아왔어요. 자기들 끼리 일은 다 벌이고, 다 결정하고, 막내인 너는 사고 안치고 자라줘서 고맙데요,
막내 너는 부디 형 누나들처럼 사고치지말고 잘 살라네요.
그래서 어릴때 부터 사고치는것 한번 없이 자랐구요, 주변사람들은 모두 내가 밝고 명랑한 끼 있는 사람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자존감 검사지를 해보니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어릴때의 이런 그저 무력한 제 모습이 다 큰 성인이 된 지금에 저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는거같아요.
생각해보니 늘 남에 기분, 남에 비위 맞춰주기 좋아하고, 남이 날 싫어하는거 같으면 주눅들고
그러니 더욱 남을 재밌게 해주려고 하고 남 웃기려고 하는거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 조차 스스로 나약한걸 핑계 대는건 아닌지 계속 고민 되구요.
이런 상태 정신과 상담 받아야 할까요? 받아야 한다면 어느 분야를 가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