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생활하고 낮에 자는 생활을 한지 이제 10년은 되었다. 참 할 짓이 못되는 것 같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느새인가 굳어져 불면증 증세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몸이 내게 강요를 하는 기분이다. 지난 10년간 중간중간 한두달간은 평범하게 일어난 일도 있었지만 한낮의 강렬한 햇빛을 견디기가 괴로웠고 어둠이 찾아오면 맑아지는 정신이 다시 나를 이렇게 다시 만들었다. 정확히는 이틀에 한번 꼴로 자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밤을 샌다 하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이런 삶이 내 정신을 지리멸렬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리멸렬! 그것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참 좋아하는 낱말이었건만 이제는 정말 나를 그대로 표현하는 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언제나 이 새벽은 나를 심적으로 방황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종종 일에 보탬이 되고 밤샘 작업에 큰 도움이 되곤 했었지만 결국에야 얻는 것은 무엇도 없으리라는 걸 나는 안다. 이미 내 주변에는 그 산 증인이라 할 수 있을만한 70대의 독신 저자가 있다. 그 사람과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관계를 맺고 있지만 현재는 편집자와 저자의 입장에서 내게 언제나 충고를 한다. 몸 관리를 하라며 잔소리를 쉬지 않고 한다. 정말 까탈스럽고 자신밖에 모른다는 말을 종종 듣는 저자지만 나는 그것이 진심으로 걱정되어서 하는 말임을 안다. 그 사람 역시 20대부터 항상 잠을 적게 자며 밤을 새던 사람이며 자신이 이 나이에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니코틴과 카페인 알콜을 가까이 하며 예술과 반세기를 함께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다행일까. 어쨌든 새벽의 허무함은 나를 방황으로 내몰았던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 방황 속에서 나는 음악에, 글에, 그리고 연애에 (연애라고 부르기에는 미안함이 참 많다) 심취했었고, 그런 과정에서 마치 타인의 위에 올라선 것 마냥 어줍잖은 우월감을 느끼곤 했었다. 실상 당시의 그녀들은 결국 내 뜻대로 움직여 주었고 나는 열정의 포로가 아니라 열정의 지배자가 된 기분이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행태 후 남은 것들은 미안함과 아련함, 그리고 얻지 못한 진실되고 참된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가끔은 모두를 진정으로 사랑했노라고 생각하지만 말할 이 없기에 더더욱 마음은 무겁다). 물론 이 책임을 모두 나의 '새벽'에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니까. 하지만 조금 이기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나는 나의 '새벽'이 만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다. 이 횡설수설인 짧은 글도 참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단순하게 키보드를 통해 한줄 한줄 늘어나는 활자들.. 어떤 마음에 드는 글도 활자화되었을 때 성에 찰 수 있을까마는 그렇기에 더욱 나의 졸렬한 문장들은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나는 확인 버튼을 누른다... 새벽에 다시 밀려드는 허무함을 달래는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