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최순실 게이트]공식진료 공간인 의무실外 이용 확인
“나는 진료만… 주사는 간호장교가”
‘대통령 불면증치료제 복용’ 밝혀… 靑의 ‘순방수행원용’ 해명과 달라
“靑행정관이 대통령 혈액 가져와 면역력 수준 진단검사 실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 내에 위치한 일명 ‘파우더룸’에서 주사제 처방 등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본보 11월 29일자 A10면 참조). ‘비선 진료’ 의혹을 받은 대통령 자문의 김상만 씨(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사진)가 1일 채널A-동아일보 취재팀에 이같이 밝혔다.
○ 새로 드러난 사실들…“파우더룸 이용” 김 씨는 대통령 진료 장소를 묻는 질문에 “의무실이나 관저 내 파우더룸, 둘 중 한 곳에서 진료를 해왔다”고 밝혔다. 차움의원 진료기록부에 적은 ‘청’은 청와대 의무실을, ‘안가’는 관저를 의미한다고도 덧붙였다. 대통령 공식 진료 공간은 청와대 의무실이다. 앞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의료 시술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김 씨는 “박 대통령이 ‘서카딘서방정’을 드셨다”며 “그러다 머리가 아파서 안 드셨다”고 밝혔다. ‘서카딘서방정’(개당 2
mg)은 수면의 질이 저하된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 치료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11, 12월 이 약품을 600정이나 구입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해외 순방 시 수행원들의 시차적응용”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거짓 해명을 한 셈이다.
그는 “안봉근 당시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로 들어와 줄 수 있느냐’고 해서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당시 김원호 의무실장(현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이 박 대통령과 사이가 좀 안 좋았다. (청와대에) 들어가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의무실에 근무했던 조모 간호장교에 대해서는 “조 대위가 주사를 잘 놨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 앞에서 주사를 맞으신 적은 없다”며 “난 진료만 하고 주사 맞을 때는 직접 (간호장교가 주사를) 들고 들어갔다. 박 대통령이 업무가 끝나고 맞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맞춰지는 퍼즐…혈액검사 이유 나와 김 씨는 2013년 9월 박 대통령의 혈액을 차움의원에서 검사한 이유에 대해 “‘자연살해세포 활성도(
NK cell activity)’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며 “서울지구병원에서 검사를 할 수 없어 외부에 의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인체 면역 세포 중 하나인 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해 면역력 수준을 진단하는 것이다. 검사 비용은 10만∼20만 원 수준. 차움의원 등 고가의 건강검진 전문병원에서 주로 했지만 올 7월 건강보험이 적용돼 검사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혈액 반출 과정에 대해 “청와대 행정관이 혈액을 차움의원 1층으로 가지고 왔다”며 “간호사가 당황하며 받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의 정확한 신상에 대해서는 “이름은 모른다. 남자였던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후에도 청와대 공식 진료가 아닌 외부 병원을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올해 설 무렵 박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나도 따라갔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측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차움의원에서 박 대통령을 가리키는 가명 ‘길라임’이라고 적힌 기록이 대통령 취임 후에도 등장하는 점에 대해 “옛날에 박 대통령을 검사한 기록을 식단 처방을 하는 후배 의사에게 전달해 대통령의 식단을 짜 달라고 부탁하면서 남은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실제 내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부탁을 한 이유는 “박 대통령이 영양제나 약 같은 걸 잘 못 먹는다. 그래서 식단으로 조절해 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유독 비타민주사, 영양주사 등을 자주 처방받은 점도 약 복용을 기피하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씨는 박 대통령이 가려움증을 겪었다는 진료기록에 대해 “주사제에 따른 부작용이기보다는 박 대통령이 원래 아토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