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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군대에서 겪었던 일 - 문제의 2번 초소 -3(完)-
게시물ID : panic_91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슥삭쓱삭
추천 : 15
조회수 : 154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2/02 23:47:12
말도 많았고 여러가지 기묘한 사건도 있었던 2번 초소에 관한 마지막 일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해안 근무 임무를 수행하면서 힘들었던 일, 재밌었던 일, 기묘했던 일 등등 군대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멈춰있을 것만 같았던 시간도 가긴 가더군요.

훈련병 시절에 소원이 작대기 3개 달고 싶다는 것일 만큼 상병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있었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그 작대기 3개를 단지도 꽤 시간이 지났을 때 입니다.

< 4 > 수화기 너머의 파도 소리

모든 것이 얼어 붙을 것만 같던 강원도의 한겨울 날씨에도 제가 근무했던 소초에는 평상시와 다르게 사람이 북적거렸습니다.

이제 슬슬 해안 경계 근무를 선 지도 어언 1년이 다 지나감에 따라 저희 부대의 해안 경계 임무를 인수 인계 받으려는 다른 대대의

부대원들 중 몇명이 선발대로 왔기 때문입니다.

선발대의 구성을 보면 간부 1명에다가 병사 8명이였는데 병사들 가운데 3명빼고는 다 상황병, 취사병, 통신병 같은 특수병들의

인수인계를 위해 선발대로 온 병사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실 일반 초병이 수행하는 경계 근무 자체에는 그다지 인수인계가 필요없지만

소초가 돌아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간, 야간 상황병들, 그리고 중요한 감시장비와 통신장비의 인수 인계에 필요한 통신병,

그리고 소초 단위의 조리와 배식 등의 급양관리에 익숙해져야 하는 취사병들은 꽤나 인수인계할 사항도 많고 

당장 경계 근무 부대의 교체기에 가장 할 일이 많은 병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존 경계 근무 부대원들이 '아, 이제 우리들도 내륙으로 가는구나'라고 실감하는 때도 바로 이 선발대가 온 시기죠.

선발대가 오면 선발대의 모범이 되려고 평소보다 더 fm처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이미 우리임무가 아니란 것처럼 느슨해집니다.

그렇게 FM이던 우리 소대장님도 선발대가 온 직후로, 평소에 한번도 거른적 없던 점호때의 도수체조마저 거를 정도였으니까요.

여하튼 이런 어수선할 때 일이였습니다.

지난번 2번초소 문 보수 사건 이후로 2번 초소 관련 사건도 잠잠해진 탓인지 아니면 계속 봐서 정이 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지나가다 2번 초소가 보여도 그다지 신경안쓰고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슬슬 저희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선발대가 오니 부대원들이 하나같이 2번 초소에 관련된 썰을 맛깔나게 풀어댔습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한사람이였죠.

앞서 소개해드렸던 2번초소 문 보수 사건, 2번 초소 앞 무전기 사건, 해무 낀 날 2번 초소 허수아비 사건들을 정말 입이 닳도록

풀어댔습니다.

그 중에서도 허수아비 사건이 가장 반응이 핫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네 들도 해무낀거 보고싶다고 했지만... 한 겨울이라 해무는 커녕 눈만 실컷 보게 될거라고 했습죠.

실제로 선발대가 오기 전에 폭설이 내려 눈이 제 허벅지만큼 쌓여서 제설하는데 죽을 지경이였으니깐요.

여하튼 선발대가 왔지만 그래도 해안 경계를 서야했기 때문에 그날도 어김없이 부사수와 함께 후반야 근무 1번 초소에 투입되었습니다.

선발대 초병 3명이 각각 순찰 1명, 전반야 1명, 후반야 1명으로 나누어서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그날은 3번 초소인원들이랑 들어가더군요.

선발대 초병 인원들이랑 근무들어가면 정말 재밌었습니다.

다른 부대 아저씨라 서로 말도 편하게 할 수 있고, 타 부대 썰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오만 얘기가 오고갔었더랬죠.

그날은 저희 초소에 저랑 부사수 후임 단 둘이였기 떄문에 내륙가서 뭐하고 놀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있다가 밀조 시간이 오자 겨울 바다의 매서운 찬바람을 맞기 너무나도 싫었지만 초소문을 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소초에는 평시에 1,3,5,8번 초소를 잡는데 3번 5번이 고정 초소입니다.

따라서 1번 초소 인원들이 주위 순찰을 하다가 3번초소로 가면 3번 초소 인원들이 특이사항 인수인계하고 나와서 주위 순찰하다가

1번 초소로 들어간 뒤 일정 시간있다가 다시 밀조 시간이 오면 주위 순찰을 하고 3번 초소로 되돌아가는 시스템이였습니다.

5번과 8번 초소도 동일하게 진행되었죠.

여름에는 밤이 짧으니 근무시간도 짧아 밀조를 1번하면 끝났지만 겨울철이라 밤이 길어짐에 따라 근무시간도 덩달아 길어졌기 때문에

밀조도 2회 실시했습니다.

거기다 1번과 8번 근무자는 밀조를 운영할때 초소가 비기 때문에 안에 있던 통신장비도 다 회수해서 들고 다녔어야 했습니다.

안에 있는 통신장비로 말씀드리자면 군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선 군용 전화기 였습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전반야 인원들이 투입할 때 들고 와서 각 초소에 비치된 선에 연결하면 저희 소초 상황실과 연결되는 전화기였죠.

상황실에 있는 모선은 각 초소마다 번호가 적혀있고 그 번호 옆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그 번호의 초소에서 유선 신호가 온 것이므로

버튼을 눌러 응답하는 시스템이였습니다.

그 날도 1회째 밀조를 마치고 3번 초소에 있는데 상황실에서 무전이 왔습니다.

대개 소초 상황실에서 무전이 오는 경우는 크게 3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상급부대 순찰자가 돌아댕긴다라는 정보가 들어왔을때 전 초소 인원들에게 무전을 해 각별히 신경쓸 것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는 기타 상급부대 강조사항이나 지시사항이 내려왔거나 특이사항이 있을 때 입니다.

세번째는 그냥 야간 상황병이 심심해서 장난치려고 입니다...

유독 저는 상황병들이랑 친했기 때문에 자주 그 대상이 되었죠. 

그래서 저는 세번째라고 내심 예상하고 무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무전의 내용은 뜻밖이더군요.

'밀조 중에 2번 초소에 들어가서 유선 전화기를 연결한 적이 있느냐'라는 내용의 무전이였습니다.

뜬금없이 2번 초소 얘기를 하길래 처음에는 또 장난인가 싶어서 '2번 초소 들렀는데 가보니 허수아비도 선발대로 왔더라' 라고

장난스럽게 응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장난 아니라면서 다시 한번 같은 내용으로 묻더군요. 

그제서야 저도 아니라고 대답했습죠. 실제로 들어가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럼 지금 밀조중인 인원에게 무전넣어서 2번초소 들어갔냐고 물어보라고 합디다.

알았다고 하고선 지금 밀조 중인 3번 초소 인원에게 무전 넣으니 거기서도 2번초소 들어간적 없다고 답이 왔죠.

아무리 요즘 잠잠하다고 하더라도 2번 초소는 워낙 말이 많았기 때문에 밀조 간에도 2번 초소를 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난 데 없이 상황실에서 저런 무전이 오니 뭔가 일이 터졌다 싶어서 갑자기 긴장했습니다.

다시 한번 밀조 타임이 와 3번 초소 인원들 3명이 왔는데 선발대 초병 아저씨의 눈이 땡그랗게 떠져있고 뭔가 불안해하는 구석이더군요.

그래서 내가 3번 초소 사수에게 물어보니까 이번에 온 무전 가지고 자기가 무서운 얘기를 지어내서 얘기해주니까 리얼하게 반응하더랍니다 ㅋㅋ

그래서 제가 선발대 초병 아저씨께 웃으면서 

"그런걸로 쫄지마세요, 여기 1년동안 있으시면 더한 것도 겪으실텐데 ㅎㅎ"

하고 반쯤 놀리면서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근무가 끝나 철수하고 나서 저는 바로 상황실로 달려가 아까 왜 그런 무전 넣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니까 야간 상황병 2명은 물론이요 옆에 있던 선발대 야간 상황병들도 새파래진 안색으로 말하더군요.

새벽 2시가 넘어서 간부들도 슬슬 나른해지고 야간 상황병들은 서로 농담따먹기 하느라 즐거워하고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선에 빨간 불이 삑하고 들어왔답니다.

그걸 본 선발대 야간 상황병이 옆에서 요번에는 자기가 눌러서 응답해보면 안되냐고 하니까 저희 초소 상황병이 그래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고 "상황실입니다" 라고 말하니까 상대편 쪽에서 아무 말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자기가 받아서 당황했나?'라고 생각해서 옆에 있던 저희소초 상황병이 다시 '상황실입니다'라고 하니까 그래도 답이 없더랍니다.

뭔가 이상해서 저희 소초 상황병이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해서 몇 번 초소에서 신호가 왔는지 보려고 모선을 봤는데 

놀랍게도 2번 초소에서 온 신호였더랍니다. 

당연히 기묘한 상황임을 파악한 저희 소초 상황병들은 소름이 끼쳤는데 정작 옆에 선발대 상황병들은 그저 신호상태가 안좋아서

상대편 소리가 안들리는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저희 소초 상황병이 '우리는 밀조할 때 2번 초소에 안들린다' 라고 설명하던 와중에 신호가 한번 더 왔었답니다.

깨름찍하지만 그래도 안받기는 뭐해서 다시 받았더니 요번에도 아무 대답이 없었는데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렸답니다.

그래서 상황병들이 무슨 소리인지 들어보려고 모선 볼륨을 키워 다시 들어보니 놀랍게도 

철썩... 철썩... 하는 파도소리가 들리더랩니다.

순간 상황병 전부다 소름이 돋아가지고 다 욕하고 난리치면서 혹시 누가 장난친거 아니냐면서 저희한테 무전했다고 합니다.

과연 2번 초소에서 온 신호는 무엇이였을까요? 

그리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신호를 보낸 것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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