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학과수업을 듣던 학부생때였습니다. 

나이지긋한 노교수의 전공수업때, 

여러분들의 가장오래된 그리고 가장처음 기억나는 순간의 색은 어떤 색이었나?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저마다 자신들만의 추억과 기억을 되살려 많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할머니댁 파란기와 

어머니가 나를 안아주면서 바라본 늙은호박의 주황빛

비가많이내리던날이었고 장마였을거라며 말하건 푸른녹색 

한참이 지나 제 차례가 왔고, 저의 기억을 더듬어 말한 색은 

회색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가장 처음본 그리고 기억하는 세상의 색은 흑백사진 한장처럼 회색빛이었습니다. 

영상도 아닌, 정지된 사진 컷들이 띄엄띄엄 오버랩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성남. 

1층짜리 주택. 

주인할머니와 우리집, 작은방엔 이름모를 삼촌, 그것보다 더 작은방엔 되게 예쁜데 뭔가 바쁜누나. 마을 어귀에서 만나면 구멍가게에서 과자하나 물려주던 누나. 

 흑백의 가장오래된 기억이자 첫 기억을 이야기하고서 

노교수는 이야기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억에 대한 색이 참 다채롭다. 

헌데, xx군(저를 지칭)은 내 또래들이 기억하는 모습과 같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 잿빛처럼 기억하는데 

xx군은 나이도 젊은데 그런 색으로 기억한다는게 정말 놀랍다. 

혹시 저만 흑백기억을 갖고있는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