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은 2012년도쯤 했었으나,, 3년간 눈팅만 해오다가 처음 글 써보는 오뉴비입니다 (__)
작년 10월쯤 있었던 일인데요.
예전부터 고양이를 꼭 키우고 싶어했던 사람으로써 능력이 안돼 꿈만 꾸고 살다가 아 지금 상황이면 키울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자 마자, 바로 분양사이트들을 뒤적거려보았습니다.
분양에 대해 문외한? 인데다가 마음이 먼저 앞서서 (내 나이 29이 되어서야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니!) 5분 단위로 분양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만 눈팅하다가 샴고양이 4달된 아이를 분양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연락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줏어들은 얘기는 있어서 전화로 애는 건강한지, 예방접종은맞췄는지, 사진 보니까 4달치고는 애가 많이 큰거 같은데사진좀 더 보여달라고 이런저런 얘기는 했었는데요.
답변은 건강하다, 예방접종 맞췄는데 접종카드는 없다, (묻지도 않은) 중성화 수술도 했다. 사진은 더 없다. 였습니다.
또 왜 분양하시는지 물어봤더니, 자기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몰랐다.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언제쯤 데려갈 수 있냐고, 그랬더니, 지금 바로 데려가겠다. (그 때가 밤 9시였습니다.)
고양이 물품도 다 주겠다. 이러더군요.
네.. 맞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쌔한 느낌이…
그리고 그때 제가 깨달은 건, 아무리 내가 경계하고 조심하면서 산다고해도, 충분히 눈뜨고 코가 베일수도 있다는 것이구요.. (그래서 그때 일 이후로 절대 무슨 사기 당했다는 사람들에게 너무 공감합니다. 물론 조심하면서 살면 그럴일은 거의 없겠지만, 산다는게 딱 머릿속에 생각한데로만 흘러가는게 절대 아니라는걸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되더군요..
여하튼, 그래서 밤 10시에 건대입구에서 보자, 이랬는데 일 끝내고 시간 맞춰 나가니 그 새끼가(죄송하지만 이제부터 새끼라 칭하겠습니다.) 애를 학교다닐 때 쓰는 백팩에 말 그대로 구겨넣고 택시타고 와서 꺼내 주더군요. 책임금 5만원을 달라면서,
솔직히 제가 물건 사는거 였으면… 물론 이전에 이미 낌새를 눈치채고,, 됐다고 했겠지만, 불안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야옹야옹 울어대던 그 녀석을 바라보니, 정말 머리가 하얘지더군요. 그래서 그길로, 집에 데려와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바로 동물병원에 검진도 받을 겸 해서 데리고 갔죠. 사실 3일간 물도 잘 안먹고, 밥도 거의 안먹어서 걱정은 하고 있었는데, 적응하느라 그런거겠지 하고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 의사선생님 표정이 안좋으시더라구요. 현재 상태로는 황달기가 있어서, 정밀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달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사실은 몇일 전에 분양사이트에서 이리이리해서 데리고 왔다고 말씀드렸더니..병에 걸린 애를 속이고 분양한 것같다고 그러더라구요.. 심지어 4달도 아니고 얘는 못해도 4년은 살았다고..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아이고.. 그동안 경계하느라 아무것도 안먹은게 아니라 아파서 그런거였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미안하고 제가 못나서 3일이나 더 아프게 내버려뒀다는 생각에 그 새끼한테 화가 치밀면서도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겠더라구요.
그래서 의사선생님이 피검사, 키트검사하는데 총 20만원정도 드는데.. 데리고 오신지 얼마 안된 애라 제가 추천드리기가 솔직히 좀 어렵다.. 저보고 결정하시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검사 해주세요. 할 수 있는건 다 해주세요. 라고 했습니다.
.. 그 결과로 건성복막염이더군요…
고양이를 키워보셨거나 키우는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치사율 100%에 이르는, 현재로써는 딱히 답이 없는 그런 병입니다..
의사선생님이.. 원하시면 수액주사 계속 맞으면서 입원시킬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렇게 하더라도 크게 호전되지는 않을꺼라고.. 차라리남은 시간 집에서 돌보면서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는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2주가 지나고 어느 일요일 아침, 제 무릎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제발, 저도 인격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키우다가 아프다고, 그렇게 버리지 마세요.
지금도 마음에 묻은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그 새끼에 대한 빡침보다 아이가 그동안 같이 살던 사람에게 받았을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컷을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비록 저와 한달 남짓 같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묻어준 곳에 찾아갑니다.
제가 지어준 우리아이 이름은 나루입니다.
출처 | 제 경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