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고싶다.
당장 무거운 이불을 벗어던지고 새로 산 코트와 헌 목도리를 한 채로
눈이 내리는 거리로 뛰어 나가고싶다.
남색 하늘과 회색 코트는 잘 어울릴것이라고 생각하며.
손을 휘저어 택시를 잡고싶다.
몇 대의 택시를 놓친다 해도 개의치 않을 것 같다.
택시를 잡다가 손이 곱고 나서야 "아, 장갑을 잊었구나,"하고 탄식하겠지.
눈을 털고 택시에 올라, 창문을 약간 열고 밖을 바라보며
스쳐가는 가로등에 나즈막히 설렐 것이다.
깜빡 졸다가도 문득 뺨에 스치는 바람에 놀라 눈을 뜨기를 반복하면
어느샌가 익숙한 유리문앞에 서게 되겠지.
그리고 망설임없이 7층으로 올라가 당신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연구실 모니터를 바라보던 가늘고 빛나는 눈빛을 미처 풀지 못한 채
전화를 받기 위해 무거운 문을 밀고 나온 당신이
얼굴에 순식간에 꽃무더기를 피우는 것을 보며 나는 당신에게 입을 맞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