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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엄청난 감정노동이다
게시물ID : wedlock_58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주류박람회
추천 : 12
조회수 : 242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12/05 00: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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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직 결혼 준비중인 쪼렙이라 유부대선배님들이 계신 게시판에 글을 쓰긴 민망하지만..

결게에 결혼생각이 있는 미혼분들도 많이 오시는 것 같아서요. 그 즈음의 사람들이 하는 '이사람이랑 결혼해도 되나?', '어떻게 하면 안(덜) 싸울까?'라는 고민에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싶어 용기내서 몇자 적어요ㅎㅎ

제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니 생각의 폭이 많이 좁을수도 있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더 좋은 의견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결혼상대로 이성을 볼때,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고르세요. 

여기서의 대화란 다들 아시겠지만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싸울때와 상대방이 민감해하는 주제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눠보라는 거에요. 

결혼은 두사람+가족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 금전적인 부분과 본인의 가정에 대한 각종 민낯이 드러나기 때문에 늘 꽃길걷는 기분을 유지할 순 없어요. 오히려 열받고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 더 많습니다.  
 
기분이 좋을때나 평이한 상태에는 누구나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려고 하죠. 그리고 너도나도 즐거운 대화주제는 서로 말을 못해서 안달일겁니다. 

그러니 상대가 기분이 나쁜 상태일때, 돈이던 집안일 배분이던,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던 서로 조율이 필요한 민감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고  상대방이 내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는지, 서로 맞지않는 부분에 대해 상호간에 양보하고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등등을 꼭 확인해보세요. 

제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제 배우자가 될 사람은 평소때나 싸울때도 언성 높이는 일이 없고 늘 배려하려는 자세가 몸에 베인 사람입니다. 오히려 제가 욱하는 성격이라 저를 다독여 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답답함과 서운함이 많이 들었어요. 대부분의 일에서는 이성적이고 배려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지만 부모님에 대한 일은 일절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저는 소중한 사람과 관계를 잘 이어가려면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상대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기 때문에 제가 제시하는 방법들이 '흥정'으로 다가와 기분이 상하는 거였어요. 

내가 이 대화에서 왜 답답함을 느끼는지 원인을 파악하는데도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상대방이 꺼내기 꺼려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까지도 많은 인내가 필요했어요.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해 100% 서로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저희는 그래도 서로의 한계점을 인지하고, 이해하기로 한 범위 내에서는 되도록 상대방의 의견에 따라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미안해 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을 고르세요. 그럼 싸움도 줄어듭니다. 이것도 엄청 당연한거 같은데 생각보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ㅎㅎ 입밖으로 꺼내려면 은근 부끄러워지는 단어거든요. 

이런 말을 시기에 맞게 자주 한다는건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서로의 관계에서 자존심보다 상대방을 더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어찌됐든 살면서 한번도 안싸우긴 힘들거에요. 저희도 많이 싸우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결혼 앞두고 예민한 일들이 많아 두어번은 크게 싸웠어요. 싸울때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알고 사과를 한다면 크게 번질 싸움은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몇안되는 싸움의 시발점은 원인에 대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못들어서 였어요. 이건 제가 사과 집착녀라 더 그럴수도 있습니다...ㅋㅋ

그리고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을 잘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결혼준비를 하다보면 서로 희생하는 부분이 많을텐데,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해주면 상대의 기분도 좋아지고 뭔가 더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마법의 단어죠. 

좀 과하다 싶겠지만 저는 문만 열어줘도 고마워요 라는 말이 자판기마냥 튀어나와요. 듣는 상대방도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지만 적응되고나면 좋아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사소한거에도 고마워하다보니 저 스스로도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아진거 같아요.  

고맙다는 말을 많이하라는건 결혼생활 10여년 하신 선배님이 해주신 조언이에요. 처음엔 뭘 이런거가지고 다 고맙대 싶은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힘이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건 좋은 상대를 만나기 보다는 내가 좋은 상대가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는지의 여부 같습니다. 

상대와 한 약속을 지킬수 있을지, 상대와 상대의 집안을 포용할 심리적 경제적 여건이 되는지, 자존심 세우지 않고 한발 물러날 아량이 있는지...

결혼 준비 이후로 저는 계속 자아성찰의 굴레에 빠진 기분입니다..ㅋㅋㅋ  

제목 그대로 결혼은 엄청난 감정노동이 수반되요. 물리적 노동으로 인한 피로는 어떻게든 풀 수있지만 감정적으로 지치는 것은 회복하기 힘들죠. 

그래서 이 큰 짐을 함께 풀어갈 사람이 다방면에서 나와 대화가 잘 통해야하고, 상대방보다 더 큰 부모님이라는 산을 헤쳐나가려면 상대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서로의 감정노동을 덜어줄 수 있는 배려와 마음가짐을 1순위로 두고 서로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결혼의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저의 좁은 의견이지만, 도움이 되셨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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