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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날 가장 힘들게 한건은 내 자신이었다.
게시물ID : gomin_16754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GI-VE
추천 : 7
조회수 : 4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2/05 07:56:36

나는 참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언제부터 시작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스스로를 원망했고, 저주했고, 미워했다.

그러다가도 이내 자기 자신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날 이내 동정했고, 나의 잘못에 변명을 내 스스로에게 늘어놓으며 날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못하다. 그렇기에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고는 한다.

남들에게 안보여주지만, 혹은 들키지 않았지만

보통의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무게와 죄악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믿고는 한다.

 

나는 많은 실수와 잘못을 했고, 꽤나 남에게서 잘 숨기고는 했다.

내가 불편한 주제가 나오면 그저 웃으면서 이야기를 바꾸고는 했고, 남들이 알아도 상관없을 실수와 잘못을 말하고는 했다.

그렇게 나는 내 가장 아픈 상처를, 가장 제일 비참한 실수와 잘못들을 남에게서 숨기고는 했다.

 

하지만 나한테도 숨길 수는 없다.

실수와 상처들 앞에서 난 무너져 내렸다.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줬을 때도 내가 잘못한 건가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좀만 당당하게 싫다고 말했어도, 아니 내가 좀 조심스럽게 행동했으면 성추행으로 경찰서에 갈 일도 없었겠지. 정신 좀 만 차리고 있었으면 휴대폰을 도둑맞지 않았겠지.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 나는 위로 해줬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그러지 말라고. 너 잘못 아니라고.

 

하지만 난 나에게는 그러지 못했고, 날 원망했고 욕했다. 모든 게 내가 부족해서였다.

이 사실들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그들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볼지도 두려웠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날 위로해주고 때때로 같이 눈물도 흘려주는 좋은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다. 남의 눈 신경 안쓰고 살다가도 왜 그럴 때만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그런 신경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답답해졌다.

그런 순간만큼은 정말 내가 미웠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그런 내가 불쌍했다.

자기원망과 자기연민이라는 감정이 공존했고, 때때로는 내 손목에 상처를 내고는 했다. 누군가가 내 손목의 상처를 보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너무나 미운 내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상처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내가 병신 같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미친 것 같았다.

 

 

그런 나였기에 노력도 했다.

날 덜 힘들게 하려고 날 만족시키려고.

 

기준을 낮추기도 했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학점을 받기위해 미친 듯이 공부했다.

외모도 꾸몄고 옷을 잘 입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잘 웃는다.

그래 정말 잘 웃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내 우울함을 알면 놀랄 정도로 그렇게 웃고는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날 멋지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당한 성격이 부럽다거나 학점관리를 잘한다는 사실로, 혹은 내가 한 몇몇 경험들에 의해서.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더 받는게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고 행복한건 아니었다.

 

그 노력하는 동안 나는 울었으니깐.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안 나올때는 더 비참했으니깐, 내 능력의 한계에 대해서.

 

그리고 날 가장 많이 울게하는 사람간의 사이는 노력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깐.

 

그나마 다행히도 인복이 좋은 편이라 참 좋은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내가 힘들 때 같이 눈물 흘려주는 친구도 있고 온전한 나의 편인 가족도 있다.

뭐 이성관계는 별로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연애를 하면서 상처를 받고 많이 울었다. 상처 받기도 주기도 했다.

누가 나에게 고백을 하면, 날 좋아해준다는 사실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내가 그 사람을 받아줬을 때도, 받아주지 않았을 때도 그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지독히도 스스로가 미워졌으니깐.

 

뭐 그렇게 말을 해도 누군가를 만났고 얼마 안가서 헤어졌고, 헤어짐에 울었다. 반복되는 그런 일들에 지쳐갔다.

왜 나는 좋아하지 못할까 저 좋은 사람을, 왜 나는 저 나쁜 사람을 잊지 못할까.

 

 

그렇게 진지한 관계에 힘들어할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기억을 차렸을 때 가장 친한 친구와 한 침대 위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일이 일어났다. 정말 훌륭하게 지 인생 지가 꼰다는 게 뭔지 알았다.

내가 서로 합의 된 관계에 도덕적 문제만 없다면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과 그 행동의 주체가 된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왜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그래서 사는대로 생각하기로 결심했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문제니깐 가볍게 생각해버리자고.

 

근데 이도저도 아니게 막상 가벼운 관계도 맞지 않았다.

실수로 시작했지만 뭐 실수가 아닌 관계였고 가벼웠다. 의무도 책임도 없는 사이. 짧은 연애와 가벼운 관계 중 가벼운 걸 선택했다.

울거나 상처받을 일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좋은 친구였고 그 뒤에 숨겨진 생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날 잘 챙겨주니깐. 관계는 재미있었고 거기다 걱정할 것도 없었다. 뭐 이미 여기서는 다른 애들한테 꽤 들킨 이야기지만 동시에 몇 달 뒤면 얼굴 못 볼 사람들끼리의 이야기니깐.

 

근데 결국 나는 그 애가 신경이 쓰였고 가벼운 관계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 관계에 있어서 당당하지 못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과도기다. 진지한 관계는 아프고 두렵고 가벼운 관계는 공허했고 부끄럽다.

 

 

이 상황에서는 날 미워해야할지 한심해야할지 욕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고 그냥 길을 잃은 채 서있는 기분이다.

 

난 날 사랑하지 못하고, 내가 완벽하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못하는 날 미워하고 몰아붙이고. 스스로를 위한 변명은 종종 더 최악의 결과를 내고.

늘 내 자신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게 나라서. 내가 한 모든 선택이 최악인것만 같아서. 무엇가를 배웠다고, 그 당시 최선이었다고 자위해봤지만 그저 그 순간일 뿐이었다. 다들 잘 살아가는데 나 혼자 나약하다는 그 생각.

 

 

이제는 내가 뭘해야하는 걸까 싶다.

스스로와 화해하기에는 날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이라서, 그 사람이 너무 밉고 불쌍해서.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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