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저벅...
지금 누군가가 내 뒤를 밟고 있다, 이어폰 소리를 넘어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음악을 끄고 뒤쪽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앞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칠흑같은 밤이었다.
저벅...저벅...뚝.
갑자기 발소리가 끊겼다.
타박..타박..탁..탁..탁..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뛴다!
찰나의 시간이었을까, 내 뒤를 쫓아오는 뜀박질 소리에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다, 코너를 돌자 앞쪽에 커다란 가로등이 환하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밝은 곳으로 가면 안전할 것이란 생각에 무작정 그곳으로 뛰어갔다.
헉!...헉!..허억...
오랜만에 뛴 것일까 굉장히 힘들었다, 뒤쪽을 돌아보니 날 쫓아오던 사람은 나를 놓친듯 하다. 잠시 숨을 돌릴 겸 다시 뒤에 신경을 집중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
이상하다, 그 흔한 풀벌레 소리나 잡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기묘한 고요 속에 나는 가로등 불빛이 닿는곳으로, 가로등에서 가로등 사이로만 걸어다녔다.
조금 더 걸었을까, 나는 완전한 패닉에 빠져 거의 울면서까지 길을 헤맸다.
진정하자고 수도없이 되뇌이며 가로등 불빛만 쫓아다녔다. 날 쫓아오던 사람은 없어졌지만 무서움은 떨쳐낼 수 없었다.
몇분이나 흘렀을까, 이제 점점 안심이 되고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무서움을 떨쳐내려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나였다, 여전히 가로등에 의지해 가기는 했지만.
"불쑥"
뭔가가 솟아올랐다, 검고 긴 그림자가 내 뒤의 가로등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