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족과 저녁에 성당을 갔습니다. 혹시나 해서 제가 가장 나중에 집을 나갔어요. 그리고 모두 함께 성당에서 미사지내고 행사하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선물이 있던 거에요.
제 방에 편지 하나. 베란다에 제 선물 하나. 안방에 제 동생 선물 하나.
그당시 정말 미스터리했고, 선물 받은 사실에 기뻤습니다. 가족 전부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선물이 있다니..
그당시 제가 생각한 이게 부모님의 선물이 아니란 증거는 1. 집문, 창문이 모두 잠겨있었다. 2. 부모님 모두 성당에 계셨다. 3. 편지가 한글이 아니었다.
첫 부문에선 지금 생각하면 그 순수함에 웃음이 나오지만 부모님은 마법사가 아니시기에 이걸 뚫을 순 없다. 이 삼엄한(?) 방어태세를 뚫을 분은 오로지 산타할아버지 뿐이라고 여겼지요. 특히 마지막 부문에 저는 부모님의 선물이 아님을 확신했지요. 산타는 한국인이 아니고, 부모님은 외국어 못하시는 한국인이시니 이는 산타가 쓴 것이다.
그리고 중 2 때까지 이 논거로 산타는 존재한다며 강하게 주장했어요.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것이 선물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갖고 싶은 건 조립할 수 있는 레고였어요. 근데 선물은 레고 비스무리한데 완성품 로봇이었지요. 즉, 부모님은 제 취향을 정확히 아시는데 내가 원하지도 않는, 사실 제 취향도 아닌 선물을 주실 리 없다. 그러니 내 취향을 대강 아는 산타만이 이런 디테일을 놓친 선물을 줄 수 있다.
뭐 그렇게 고 1까지 산타를 믿었습니다. 사실 편지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려했는데 이녀석은 오래전 사라졌고, 그때 받은 선물도 어느새 없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