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때부터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손꼽히게 똑똑한 아이었고,
부모님도 선생님들도 늘 저를 칭찬했어요.
글쎄요, 그 때 제가 상상했던 지금은..
수험표를 들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중이거나, 해외 유명 대학에 붙어 있는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죠.
아빠는 어릴때부터 엄마와 저희 자매를 때렸어요.
다혈질에, 욕은 죄송하지만 정말 또라이라는 말이 아니고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화가 나면 손에 집히는 게 뭐든 그걸 들고 때렸어요.
미화원 분들이 쓰시는, 커다란 빗자루가 부러지도록 맞은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삽을 들고 때리고.. 책장을 엎고..
한창 화를 내다가 겁에 질린 저와 언니에게 너희는 안 맞으면 말을 안 듣지?
네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것 같은 질문을 던지고 너희가 그렇다고 했어, 하며 합리화시키고 때렸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엄마 아빠는 이혼을 했어요.
전교 2등을 한 성적표를 보고, 왜 1등을 하지 못했냐며 죽이려 드는 모습에 저희는 도망을 나왔어요.
당장 들어오지 않으면 농약을 마시겠다며 쇼를 하던 아빠는 결국 엄마가 십 년 전부터 써 뒀던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어요.
그 후로도 너무나도 불안정했던 저와 언니를 엄마는 지역 상담 센터에 보냈어요.
나보다 더 어둡고 우울했던 언니 덕에, 저는 늘 밝은 척, 더 활발한 척 했어요.
그런 나를 보고 그곳의 상담사들은 ㅇㅇ이는 괜찮지? 웃으며 말하고 다들 언니에게만 관심을 가졌어요.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웃는 얼굴과 그 말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요.
그리고 일 년 뒤, 엄마는 새로 산 명품 목걸이를 하고 내가 가고 싶어하던 특목고 학비를 대줄 수가 없겠다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나는 공부를 놓았어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실업계 고등학교에 왔어요.
엄마는 그 고등학교는 못 보내지만, 인문계는, 대학은 가야 한다며.. 말리고 싸웠지만 난 꿋꿋히 여기에 왔어요.
저는 원하던 대기업에 합격했어요.
엄마는 나를 그토록 망가뜨렸던 그 말을 기억은 하는지, 돈을 벌어와 가계에 도움이 될 지금의 나만 보이는지 매일을 행복해하세요.
중학교 때 친구들은 다들 어디 수시를 합격했다며 행복해해요.
그 아이들이 하는, 수능을 못 봤다는 불평마저 나는 부러워요. 나는 왜 그토록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을까요?
당장 몇 달 뒤면 맞닥뜨려야 할 그 사회가 나는 너무나도 두려운데.
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내 친구들은 이리도 멀리 있는 것 같을까요?
나는 절대로 겪지 못할 그 아이들의 고 3, 수능.. 그런 것들이 너무 부러워요. 다르게 살기 싫어요.
그냥.. 다른 글에 댓글을 달다가 생각이 길어져서 새 글로 썼어요.
정리도 안 되고.. 저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려고 쓴 건지 잘 모르겠는데..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위로가 필요한 것 같았는데.. 왜 필요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