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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압 주의] 꿈 잘꿔서(?) 천만원 날릴 뻔 한 거 막은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4333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본아루
추천 : 3
조회수 : 3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08 09: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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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하고도 일곱.
이뤄놓은 거 개뿔 음따. 스펙이고 재산이고 능력이고 뭐 암것도 음따. 가진 거라곤 눈에 넣으면 아플 게 분명한 딸내미 둘과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싶어지는 남편(이라고 쓰고 큰아들이라고 읽어야 하는)이 있을 뿐. 

그래서 나는 "뭔가가 되고 싶은" 열망이 아주 큰 편이다. 물론 지금도 직업이 있기는 한데, 내가 꿈꾸는 직업과는 무관한 만년꼬봉(도통 일머리가 안 늘어서 ㅠㅠ) 사무직. 내가 꿈꾸는 직업은 상담가 겸 작가로, 상담도 하고,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싶은 원대한 꿈이 이따. 왜냐. 내 인생이 워낙 거지발싸개 같다는 자괴감을 극복해 보고자 열심히 최면, 명상, 수비학, 끌어당김의 법칙, 꿈 분석, 뇌과학, 타로카드 등등을 독학하면서 나 자신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다소 변하고, 삶의 방향도 여러모로 많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선회했기에, 이제는 내가 알게 된 것들을 남을 돕는 데 쓰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뭔가(훌륭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돈과 존경도 받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은" 열망 하나를 인생의 큰 축으로 놓고 살아가던 중,

영국에서 아주 유명한 심리학자의 강연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강연이 마음에 들었던 바 그 심리학자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우연찮게도 그분이 내가 사는 도시에 와서 최면술사 자격증을 따게 해 줄 과정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7월인가 그랬었다.) 심리학 학위가 없어도, 이 계통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이 과정은 열흘 동안의 오프라인 과정에 11개월 간 온라인 과정이 이어지며 자격증은 시험을 따로 봐서 따야하지만 영국에서 이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 거의 전원 합격했다고. 아, 이렇게 해서 내가 또 꿈에 한발 다가가는 구나! 라고 생각하며 발빠르게 최면술 과정에 등록을 하...려고 하는데 수강료가 무려 천만원에 육박하는 거시여떤 거시어따. 수중에 천만원은커녕 백만원도 없었고, 그래서 일단 포기를 했다. 

그러다가, 8월 말/9월 초 즈음, 현재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내 근무시간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원래 입사할 때는 몇 달만 일 배워가면서 잘 있으면 풀타임에 거의 준하는 근무시간을 주겠다고 했었는데, 나에게 자기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하기로 했던 직원이 집안사정 상 은퇴를 못하게 됐다는 거였다. 위기였다. 안 그래도 지금 버는 돈도 시원찮은데, 근무 시간을 더 줄인다니. 친정부모님과 살고 있는 나는, 엄마에게 이 상황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는 내가 일하는 동안 꼬꼬마들을 돌봐주시고 계시니깐. 여차저차 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엄마는 매우 상심하시면서도 내가 직장을 옮기는 데 격하게 반대를 하셨다. 지금 직장이 걸어서 5분 거리인데다가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다던지 부모님 모시고 병원을 가야한다던지 하면 일을 하다가도 집에 가라고 허락해주는 너무나도 훌륭한 상사를 두고 있으니까, 돈은 당장 좀 덜 벌더라도 그 시간에 애들이나 보면서 끝까지 버텼으면 한다는 거였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게 저 최면술 과정이었다. 
"엄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부업이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평소 같으면 부업 같은 소리 말고 애나 보라고 할 엄마가 어쩐 일로 "부업 좋지만 니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냐." 그러시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등짝 스매쉬와 욕 한 바가지를 각오하고, 엄마에게 이러저러한 최면술 과정이 있는데 그 자격증을 따면 어떻겠느냐고 지나가는 말인냥 슬그머니 흘렸다. (참고로 우리 엄마는 최면이니 심리상담이니 하는 것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엄마 왈,
"그래, 너 원래 학생 때부터 그런 거 하고 싶어하지 않았었니?"
뭐? 엄마 뭐라고???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울 엄마는 애초에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전공은 모조리 못마땅해 하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는데다가 내가 진짜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관심조차 없는 줄 알았고 더구나 엄마가 신뢰하지도 않는 최면을 공부하겠다는데 이렇게 쉽게 오케이를 하다니! 

그리하여 나는 다음 단계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진짜 유명한 사람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사기 당할 걱정도 없고, 나 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수강할 수 있고, 자격증만 따면 내 지금 버는 시급보다 훨씬 더 잘 벌 수 있는 것까지는 다 알아뒀는데... 수강료가 무려 천만원이라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고 운을 띄웠다. 물론 엄마한테 돈을 빌리려는 건 아니었고, 은행에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니 혹시 은행에서 나중에라도 독촉장이 날아온다거나(;;) 할 가능성도 있기에 미리 말을 꺼내본 거였다.
그랬더니 웬걸, 이번엔 엄마 왈, "얘, 솔직히 터놓고 말하자면 내가 이제 수중에 남은 돈이 한 1200만 원 정도 밖에 없어.. 이걸로 일단 등록은 할래?" 하시는 거여따!

스에상에!
일이 되려니까 이런 식으로 풀리는구나!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등록 시기는 10월 말이었고, 과정은 11월 중순에 시작한다. 이제 남은 건, 그냥 때 되면 돈 내고 수업이나 열심히 들으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나 혼자 뭔가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뭔가 꺼림칙했다. 적은 돈도 아니지만 더구나 노친네(;;) 얼마 남지도 않은 재산을 거의 다 털다시피까지 해가며 이걸 하는 게 맞는가? (물론 틀렸는데 당시에는 이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부터, 이렇게 쉽게 "개나 소나" 최면술사가 되어 환자를 볼 수 있다는 게 뭔가 좀 찝찝한 거 아닌가, 이게 과연 정당한 건가? 까지. 
그리고 더욱 결정적인 것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는 ***최면을 믿지 않았***다!! 최면 자체가 여러 심리적, 신체적 이상을 다루는 방법으로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라는 명목의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최면술사라는 "외부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도 본인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내 진짜 가치관이었다. 실제로 최면이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옆에서 말로 이끌어 주는 명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건선이라는 병을 최면이라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문을 찾아 읽었는데, 최면을 한 그룹과 하지 않은 그룹 사이에는 통계학적 차이가 있었으나, 건선에 대한 직접적인 메세지를 담은 최면 치료를 받은 그룹과 그냥 전반적인 긍정의 메세지를 담은 최면 치료를 받은 그룹 사이에는 통계학적 차이가 없었다는 게 핵심요지였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훌륭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돈과 존경도 받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고,
이렇게 딱 맞치맞게 기회가 왔고, 반대의 선봉에 서리라 생각했던 가족의 지지에다가 기대도 안했던 돈까지 지원 받았는데? 
이런 천우신조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일이 착착 풀려가는 걸 보면 이게 내가 가야할 길 맞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밀고 나가는" 형국이었는데, 내 두 눈은 욕심에 멀어 그러한 상황판단을 의식의 표면으로 이끌어 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때 꾼 꿈이 다음과 같았다. (꿈 분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 카페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가져와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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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여 (워킹맘이지만 파트타임이어서 반백수 + 자격증 준비 중)


제목에도 썼듯이 반복되는 꿈입니다. 살면서 한번씩 이 꿈을 꾸는데, 이런 꿈을 꾸는 시기들의 공통점이 뭐였는지 딱 짚어내기가 어렵네요. 가장 최근에 꾼 꿈을 베이스로 하고, 반복되는 패턴을 부연해서 써 볼게요.


 1층에서 2층에 가려고 했습니다. (패턴: 늘 어딘가 "가까운" 곳을 향해 가려고 하는 중입니다.)

당연히 계단으로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동행하고 있는 남편(아기를 안고 있음)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니 웬 문이 나옵니다. 문이 띵 열리는데 엘리베이터네요. (패턴: 엘리베이터는 항상,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건물의 구석이라든지, 방 안쪽의 안쪽이라든지. 그리고 늘 좀 어두컴컴해요.) 

열린 문에서 아버지가 무표정? 시큰둥?한 얼굴로 내리시면서 껌 한통을 건네주고는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하십니다. 나는, 바로 문 앞에 놔두는 곳이 있는데 왜 손수 안 하시고 나더러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혼잣말로 툴툴거리며 다른 껌통이 있는 곳에 그 껌통을 갖다둡니다. (이 부분은 반복되는 부분이 아닌데 어쩐지 인상이 깊어서 써봤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남편과 아이는 없어지고 혼자 타고 있네요. 꽤 큰 방 정도 크기로 굉장히 넓고, 우아한 느낌의 티테이블과 번듯한 의자, 그리고 꽃이 꽂힌 큰 화병도 있습니다. 큰 창문이 있었던 것도 같고, 약간 환한 빛이 들어옵니다. 엘리베이터의 번호판 윗쪽 벽에 엘리베이터 고유번호가 써져 있으나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패턴: 엘리베이터 내부 공간이 매우 넓고 큽니다. 창문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요. 혼자 탈 때도 있고,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이 타고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른 엘리베이터와 스쳐지나가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사람들, 특히 젊은 여자들이 많은 공간에서 내리게 됩니다. 무슨 백화점 비슷한 느낌이에요. (패턴: 내리는 장소는 늘 사람들이 많은 곳 또는 층과 방이 많은 건물 안에서 내립니다. 크고 고급스러운 호텔식 아파트, 넓은 기숙사, 백화점 등.)

그리고 내가 가려는 목적지(어딘지는 모르겠고)에 가기 위해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찾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닙니다. (패턴: 반드시 어디론가 가려고 하는 중인데 거기가 어딘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그곳으로 연결되는 다른 엘리베이터에 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엘리베이터에는 항상 뭔가 특정 고유번호가 붙어있는데, 그 번호가 무엇인지, 혹은 다른 엘리베이터 입구 자체가 어디 있는지, 이런 것들을 몰라서 찾기 위해서 헤매고 다닙니다. 때로는 엘리베이터를 찾기는 하는데, 내가 타야하는 그 엘리베이터가 아니어서 로테이션 하듯이 여러번 갈아타는 일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 꿈의 스핀오프로는 "열차" 내지는 "선로 위를 움직이는 지상형 이동수단 (엘리베이터가 지상에서 수평으로 움직이는 형상)"을 타고 이동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패턴은: 

- 첫 의도는 어딘가 가까운 곳을 가려던 길에 

- 말도 안 되는 곳에 있는 열차/엘리베이터/이동하는 방에 올라타게 되고, 

- 그 열차/엘리베이터/이동하는 방은 아주 넓으며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고

- 내리면 사람이 많고 넓은 공공의 장소 (주로 고층건물의 느낌이 드는)

- 그리고 그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헤매는

형태가 주요하네요.


이상입니다. 


쓰고 보니... 평소 인생에서도 나는 인생의 목적지를 늘 찾고 있으며, 그 목적지에 갈 일을 염두에 두고 이런 저런 일들을 찾아보고 구상하고 공부도 필요하면 하고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그리고 그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려고 준비 중이고요. 여러 가지 일인 것 같지만 맥락은 하나인, 그런 일입니다.) "나"는 아직도 헤매고 있는 상태인 걸까요? 최근에서야 구체적으로 한 개의 통합된 목표를 가지게 되어 그 일을 위한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이거든요. 늘 추상적이고 좀 막연하던 뭔가가 비로소 가닥이 잡히고 구체화 되어가고 있어서 내심 신바람이 나는 상태인데 또 반복되는 엘리베이터의 꿈을 꾸게 되니까 이게 마음에 걸리네요. 사실은 이게 내가 반복해서 꾸는 꿈의 패턴이라는 것도 이번 꿈을 꾸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럼, 부디 투사 꼭 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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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에 달린 댓글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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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초점을 두고 연상을 좀 해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라는게... 참 거시기해요. 인간이 만든 기기 중에서 엘리베이터만큼 인간을 의존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드는게 없다니까요. 사실 우리의 다리는 한 5층까지도 거뜬하게 올라갈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들어서면 2층 가는 것도 귀찮아요. 엘리베이터가 눈에 띄는 이상 내 다리로 가기 싫어진다니까. 인간을 한없이 무력하게 만들어요. 실제로 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 2층에서 내리는 사람이 수월잖게 있어요. 어떤 경우는 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리다 타게 되었는데 3층에 내려요. 와, 그렇게 기다려서 3층에서 내리는구나... 그런 생각도 하지요. 나는 어떤가요? 나의 의존성과 수동성을 얼마만큼 자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도대체 사회적으로 무엇에 대한 성취를 꿈꾸는지 궁금합니다. 집안 or 안방에 엘리베이터라... 내가 성장한 집안의 분위기가 이럴까... 수직적 분위기를 연상시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지 않으면 탈 수가 없잖아요. 이런 집을 설계하는 이유가 뭘까요. 어떤 사람이면 이런 집을 설계할까... 집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정도이면 상당히 폐쇄적인 공간이구나 그렇게 느껴집니다. 사람이든 뭐든 외부에 대한 경계심도 많고 굉장히 안정을 지향하는구나, 그렇게 느낍니다. 무엇보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음. 의심과 경계하는 마음일거 같습니다. 조심성과 신중함으로 표현될 수도 있겠으나, 꿈을 보면 훨씬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간거 같거든요. 뭐랄까… 아무도 믿지 못하는 마음, 뭐 그런게 느껴져요. 그 중 아마도 내 자신을 가장 믿지 못할테지요, 사실. 감정적 인색함도 문제가 될 거 같습니다. 아버지의 행동에서 여러 가지가 전해지는데 그 중에서도 내 가족이 아니면 껌 하나도 맡기지 못할 성격은 아닐까. 그렇네요. 내 안에 이런 존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구요. 껌 하나 놓이는 장소까지 알아야 한다… 내가 이렇게 소모되어도 되는 것인지. 내가 무엇에 제대로 집중이나 할 수 있나요? 이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는 섬세하고 정교한 것이 아닌거 같습니다. 아주 미미하고 소소한 것까지 챙겨야만 하는 내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이렇게 분산된 상태이면 나는 영원히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되지 않을까요... 
목적지를 모르는 내게 엘리베이터는 무소용일 것입니다. 
아버지를 뿌리치지 않은 것은 엘리베이터 때문입니다.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지요. 그것의 유혹이란 너무도 근사한 것이라… 나는 거기에 탑승하고 싶고 탑승하는 즉시 수직으로 쫙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단시간내에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줄 것이란 이 환상... 참으로 깨고 싶지 않은 황홀한 이미지지요. 안타깝게도 목적지만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건너뛴 채, 엘리베이터 탑승에 목을 메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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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했다. 
나는 비로소 내 눈을 가리고 있던 내 손을 내려놓고, 내 진심을 마주했다.
그리고 최면술 과정을, 진짜 나름대로는 과감히, 포기하였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또 당연하게도, 마음이 참 편했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내가 지금 가야 할 길이라는 사실을,
내 꿈의 종착지가 어딘지 뚜렷한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지만 
이렇게 서서히 가지치기도 하고 잡초도 뽑아가면서 갈피가 잡혀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는 이제 또 다른 엘리베이터 꿈을 꾸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어쩌면 어느 고층건물에 들어갔다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해서 타고, 내가 내려야 할 층에 내려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꿈을, 기다리고 있다... 라는 문장을 쓰다가 문득 기억이 났는데 실은 어저께 엘리베이터 꿈을 꿨다. 엘리베이터가 전혀 핵심 존재이지 않은 그런 엘리베이터 꿈을 꾸면서, 나의 꿈자아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서서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아, 이제 반복되는 엘리베이터 꿈을 벗어났구나... 마음이 편하다"라고. 
요즘 내가 그렇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라는 생각을 한다.    

오유에서 이름은커녕 닉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혹은 기억을 한다 치더라도 친목질 금지니깐 -_-;) 스치고 가는 많은 유저들이 꿈의 메세지를 듣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큰 도움을 받았으니까, 나처럼 헤매는 청춘(나는 이제 나 자신을 청춘이라고 부르기가 좀 뻘쭘한 나이가 되어버렸지만)들이 있다면, 그네들에게도 꿈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길라잡이가 되어 좀 더 나은 내일을, 후회 없는 오늘을,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PS. (1) ...그러니까 꿈게에도 글들 많이 올려주시고, 댓글 달리면 피드백도 좀 해주고 말이에요, 네?! 여러분 네???? (꿈게 영업으로 급마무리!)

PS. (2) 마지막 문장 도저히 근질거려서 못 참겠다... 
"그네들에게도 꿈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길라잡이가 되어..." 
아, 정말... 
"근혜는 무슨 꿈을 꿨길래 길라임이 된 거니?!" 
(-_-;;; 아재 개그를 참지 못한 서른 일곱 아짐의 최후;;;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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