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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이나 정신이 특별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 되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방금 어떤 유게이가 쓴 글 보고 생각나서 적어본다.
민주주의 2.0이라는 단어 기억하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라며 시민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방향성으로 여겼다.
유시민 작가에 의하면 노무현은 퇴임 이후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한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물을 가르거 달린 것 같다.
진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다. 다른 어떤일을 통해서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이후 대통령직이 아닌 평범한 시민 노무현으로서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셨다.
때마침 IT 분야에서 웹2.0 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시절,
노무현은 자신의 그런 정치 철학을 투영한 단어로써
"민주주의 2.0"
을 선택한다.
지금까지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1.0이었다면, 이제는 그 다음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뜻이었다.
이제 기성 민주주의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으니, 차세대 민주주의로의 버전업을 바라봤다.
그러나 기억하자.
노무현이, 그리고 우리가 민주주의 2.0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데에는
민주주의 1.0의 완성이 있었다. 그 완성에 지대한 역할을 한 사람이 김대중이다.
우리 세대는 박정희 신화라는 망령의 안티태제로 노무현을 내세우지만,
김대중은 말 그대로 인생 전체가 박정희의 대항마였으며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그 자체였다.
516때 2030이었던, 지금 현재 소위 말하는 틀딱이 아닌 "어르신"이라면
박정희의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었을 때 지체없이 김대중을 떠올릴 것이다.
민주주의 2.0 베타버전을 맛본 뒤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아 아쉬운 대로 낡아빠진 1.0을 쓰며 불편해하는 우리 세대와 달리,
그 1.0 버전을 클라우드 펀딩부터 시작해서 사내 알파,오픈베타 거쳐가며 출시 및 흥행까지 훌륭하게 해내서
노무현이 차세대 2.0 버전을 개발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든 역사를 경험한 세대니까.
언급하긴 싫지만 어둠의 노사모 사이트에서 쓰이는 민주화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역설적이게도 김대중이 민주주의라는 단어와 얼마나 연관성이 깊은지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노무현이 부각되는 반면 김대중이 묻히는 이유는
민주주의 2.0의 시대 기준으로 1.0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던 버그때문에 개발자의 사정으로 출시되지 못하고
창고에 묻혔던 민주주의 2.0은 오늘 드디어 다시 빛을 보았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와본다.
언젠가는, 민주주의 2.0도 성숙해지고 그보다 더 차세대의 민주주의 3.0을 바라보는 시기가 올테다.
그 때쯤이면,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마치 지금 우리가 별 감흥이 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처럼 옛 이야기 정도로 당연하게 느껴지겠지.
얼른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초기버전을 훌륭하게 완성시킨 멋진 개발자들을.
한 사람만이 한다면 투쟁이지만, 여러 사람이 한다면 우리는 그걸 사회구조 또는 문화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았기에 비로소 그 움직임이 빛을 본거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는지, 그럴 수 있게 계기를 제공한 사람은 기억했으면 합니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었기에 우리는 그것을 당연히 여깁니다.
이제 또하나의 당연히 여기는 것이 생겼으면 합니다.
출처 |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8/read/306918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