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2살 대학생입니다 저희 가족은 아버지,어머니,저,그리고 이제 고3되는 제 동생 이렇게 4명이구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부모님께서 안방에서 몇시간씩 무슨 얘기를 하시길래 방문에 귀를 대고 몰래 들어본적이 있습니다 빚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우리 떨어져 살면서 살 길을 찾아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때 저희 집은 겉보기엔 굉장히 멀쩡하고 일반적인 가정이었습니다 겉보기만 보고살던 어린애가 그런말을 들었으니 충격이 컸나봅니다 방에 들어가서 울고있자니 어머니께서 들어오셔서 왜 우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들은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도 우시면서 아니야.. 그런일 없을거야.. 라고 하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희 가족은 흩어지지는 않았지만 집은 점점 좁아졌습니다 냉장고 하나 두기에도 벅찰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고,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내 동생 다시는 마음아플 일 없고 걱정할 일 없게 하자고,
대학에 들어온 이후 저는 무조건 전액장학금을 받으려고 학점관리도 했고 친구들이 술먹자고 할 때에도 과외 알바때문에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돈을 모았고 이 돈을 일단 이빨이 안좋아서 밥도 잘 못드시는 어머니 치료 비용으로 쓰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사라지셨습니다 더이상은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저한테 동생을 잘 돌봐달라고 편지 한장만 남겨둔채 말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모두 당신의 탓이라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어머니와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짧은 통화동안 살면서 그렇게 울어본적이 없었던것같습니다 저는 그저 어머니께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어머니께서는 제게 미안할게 뭐가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어머니는 그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셨습니다 평소 술도 못드시던 어머니께서는 소주냄새를 풍기며 돌아오셨고 저랑 둘이서 끌어안고 또 한참 울었습니다
얼마 후 아버지께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가진 돈 거의 모두를 아버지 계좌로 이체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미안하다며 언젠가 꼭 갚겠다고 하셨고 저는 받을 마음도 없고 받을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 돈으로 어머니 아버지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그런데 얼마 전에 아버지의 카톡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큰아버지에게 700만원을 빌리셨더군요 700.. 제가 빌려드린 액수의 두 배가 넘습니다 저는 이 나이 먹고 아직도 어머니 아버지에게 별 도움이 못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비록 제 꿈은 제인 구달 박사님처럼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거지만 그건 돈을 못버니까 안됩니다 저는 어머니 아버지의 걱정을 덜어드려야 합니다 비록 저는 동성애자이고 나름의 고민들이 많지만 어머니 아버지께 이런 것을 상담했다가는 걱정이 늘어나므로 해서는 안됩니다 내년에 저는 대학을 졸업합니다 대학 다니는 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삶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면 차라리 생각을 그만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편이 더 좋을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