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슬퍼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나는 많이 참아왔고 위험수위에 놓여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른이 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폭력을 퍼붓는 아버지와,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어머니와, 이러한 상황에서도 내 걱정을 해주는 동생. 나는 어른이 되어도 가족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내 손으로 돈을 벌고 사회에 나가면 아버지가 달라질 줄 알았다. 이제라도 뉘우치고 모두에게 사죄할 줄만 알았다. 아버지는 변할 생각이 없는 거다. 여전히 동생의 몸은 멍 투성이다. 무더운 여름에도 멍자국을 가리려 검은 스타킹을 신는 동생을 보면 미안해 죽을 것만 같다. 언니인 내가 더 보살펴주고, 감싸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차라리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이었다면 이렇게 야속하지는 않을 것 같다.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동생도, 나도, 어머니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돈을 벌어도 어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 나를 참을 수 없게 한다. 여전히 우리는 아버지의 폭력 아래에 있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명 아버지도 예전에는 우리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을 터다. 나 혼자 고시원으로 도망치듯 온 것이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버지와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로부터 어머니와 동생을 어떻게 꺼내야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