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news.naver.com/hotissue/read.nhn?sid1=100&cid=1055281&iid=1152932&oid=421&aid=0002446216
헌재 "탄핵소추 사유 모두 판단한다…선별 안돼"(종합)
오후에 이 기사를 근거로 탄핵이 무산되었다고 글 썼다가 어그로를 끌었는데, 흥분해서 성급히 극단적 의견을 내보인 것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 특히 대법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은 도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려서 탄핵으로 가는 길은 아주아주 험난해질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여전히 비관적 전망을 합니다.
우선, 즉각 퇴진을 원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감히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소가 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국회가 이러저러한 사유를 제시했으니 모두 심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노골적인 무책임입니다.
내부적으로 그런 의견이 있더라도 벌써부터 밝혀서는 안 되는 거죠. 심사 하면서 전부 심사할지, 일부 사유가 확실하니 국민주권원리에 입각해 결정을 내리든지 천천히 결정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먼저 모두 심사할 거라고 해버리니 헌재의 행보를 스스로 옥죄고 만 꼴입니다. 박근혜는 재판을 질질 끌려고 할 텐데, 그 전략을 쓰기도 전에 알아서 말려든 것이죠. 그러라고 헌법재판소 만든 건 아닌데 자괴감 들고 괴롭습니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모든 사유를 심사하는 건 법원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뭘 하든 관심 안 두고 강행군을 펼친다고 해도 말이죠. 모든 사유를 판단하겠다며 스스로를 옥죄는 바람에 온갖 지연작전에 휘말릴 것입니다. 헌재소장 임기내에 마치는 건 불가능하고, 4월을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헌재 재판관은 7명으로 줄어들고, 결정을 내리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겁니다.
게다가 헌재가 법원의 판단과 무관히 독자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법원이 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확신 없이는 결정을 하기 힘듭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이 그토록 하세월이 걸렸던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박근혜가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라도 탄핵재판은 계속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 문제가 걸려있으므로 여전히 소의 이익은 살아있거든요. 박근혜가 퇴임 전이 아닌 죽기 전까지만 결정을 내리면 되니 재판관의 부담도 가볍습니다.
깡소주가 그리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