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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일본군복 사진의 진실은?
게시물ID : humorbest_12914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야스
추천 : 94
조회수 : 6624회
댓글수 : 7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8/09 13:26:59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8/08 18: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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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늘 어느 분이 올리신 옛날 사진을 보고 쓰는 뻘글입니다.
 
어느 게시판에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어쨌거나 역사와 조금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역사게에 씁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60288&s_no=260288&kind=search&search_table_name=bestofbest&page=1&keyfield=subject&keyword=100
 
베오베의 이 글에서 옛날 사진들을 신기하게 보고 있는데 댓글에 아래 사진이 나오더군요.
 
riding5.JPG
 
'박정희가 청와대에서 일본군복을 입고 말을 타는 장면'이라고 잘 알려진 사진입니다.
오유 외의 다른 곳에서도 같은 내용의 설명을 여러번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연 진짜 이게 박정희가 '일본군복(만주군복)을 입고' 말을 타는 모습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박정희가 아무리 일본군의 향수에 젖어있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 공개적인 상황에서 일본군복을 입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짜 박정희가 제 생각보다 더 또라x고 장소가 청와대라면 비밀스런 상황에서 측근이 기념으로 찍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둘째, 저 복장이 제가 아는 어떤 일본군복과도 다르고 차라리 당시 유행하던 점퍼에 일반적인 승마바지와 부츠를 신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60~70년대쯤 남성들이 입던 새마을점퍼(혹은 민방위점퍼)가 저것과 비슷한 형태이며 예전 승마바지는 지금처럼 딱 붙는 형태가 아니라 저렇게 허벅지가 넓은 형태였습니다. 거기에 승마용 부츠는 예나 지금이나 역시 저렇게 긴 가죽부츠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 사진이 일본군복이라는 글을 볼 때마다 뭔가 이상하고 잘못 알려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생각이 난 김에 과연 이 사진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지 좀 찾아 봤습니다.
 
 
riding4.JPG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05374
 
웹을 뒤져보니 어렵지 않게 기사 하나가 나오는군요.
바로 오마이뉴스의 2004년 8월 기사입니다.
사진 설명에 '60년대 후반 청와대에서 말을 타는 모습' 이라고 나오고 그 아래 기사 내용에 '일본식 복장으로 말타기를 즐겼다'고 나옵니다.
 
얼핏 보면 '박정희가 청와대에서 일본식 복장으로 말을 타고 있는 모습' 이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을 자세히 보면 저 사진의 복장이 '일본식 복장이다' 라고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사진의 설명과 아래 글이 아주 애매하고 어쩌면 교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쩌면 기사를 쓴 사람은 이 사진의 복장이 진짜 일본식 복장이라고 믿고 있거나 아니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도록 교묘하게 돌려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의도했던 아니던 이 기사 때문에 저 사진이 박정희가 일본군복을 입고 청와대에서 말을 타는 모습으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사진을 좀 더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이 작업은 개인적으로 대단히 짜증나는 일이었습니다.
박정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사이트들을 뒤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진실이 궁금해서 끝을 보기로 했습니다.
 
riding3.JPG
 
그랬더니 이런 사진이 나오는군요.
출처를 밝히고 싶지만 워낙 쓰레기 같은 내용들이 판치는 곳이라 일단 안하렵니다.
일베는 아닙니다만 내용은 그게 그게더군요.
출처를 요구하시면 그때 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사진에서 박정희는 말을 타고 있는 것과 동일한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같은 날 찍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박정희가 또x이라도 이런 자리에서 일본군복을 입을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보면 박정희와 뒤에 따라오는 사람의 복장이 모자만 다르고 똑같습니다.
확실히 상의는 그 당시 흔하던 새마을자켓에 바지는 그냥 평범한 승마바지 그리고 긴 가죽부츠 입니다.
아마 40대 이상이라면 어렸을때 저와 비슷한 자켓을 보신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모자는 사진이 흐려서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그 당시 흔하게 쓰던 작업모가 아닌가 싶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승마용 채찍 같습니다.
 
이 자료를 찾다보니 저 복장이 일본군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저 혼자는 아니더군요.
박정희를 사랑하시는 분들쪽에서도 저게 어떻게 일본군복이냐고 선동이네 조작이네 운운하며 화를 내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요.
 
 
unif01.JPG
 
unif02.JPG
 
만주사변 이후 만주군과 일본군의 제복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장교복이 아닌가 합니다.
어디를 봐도 박정희가 입은 자켓과는 다릅니다.
 
 
riding2.JPG
 
승마바지의 예를 들어보면 예전 승마바지는 이런 형태였습니다.
이 사진은 약 1920년대로 알고 있고 활동성을 위해 허벅지가 넓고 종아래 아래는 좁으며 역시 긴 가죽 부츠를 신습니다.
이런 형태의 바지를 승마에서 많이 보다보니 승마바지라고 불렀지만 사실 승마에만 사용했던 것은 아니고 당시 골프나 스키 등 활동성이 필요한 운동이나 작업에서는 이런 바지가 많았습니다.
 
워낙 2차대전 당시 독일군과 일본군의 제복이 이렇게 허벅지가 넓고 가죽부츠를 신은 경우가 많아서 오해를 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는 그냥 당시의 유행이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승마바지의 형태는 80~90년대까지 이어져서 당시 활동하던 그룹 소방차도 이런 바지를 입었으며 전국적으로 승마바지 패션이 유행하기도 했었습니다.
 
 
%BD¸%~2.JPG
 
위의 사진보다 한참 이후인 것 같으며 역시 같은 형태지만 훨씬 세련된 디자인의 승마복입니다.
 
 
riding.PNG

그러다가 요즘에는 맨 아래 사진처럼 고탄력에 몸에 딱 달라붙는 형태의 바지를 입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흠.. 박정희의 승마복장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갑자기 승마복의 변천사로 넘어가는 이상한 글이 되고 말았군요.
 
저 사진이 진짜로 일본군복이 아니더라도 제가 박정희를 두둔하거나 그의 친일행적 및 과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일본군의 향수에 젖어 일본군가를 부르고 일본군복을 즐겨 입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그걸 듣고 본 사람들의 기록이 있으니 저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최소한 저 사진을 그 증거로 삼는 것은 잘못이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괜히 박정희를 사랑하고 그리워하시는 사람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하나 던져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것이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줄요약>
 
1. 박정희의 승마 사진은 일본군복이 아니라 새마을점퍼에 승마복일 가능성이 높다.
2. 기자의 착각이거나 고도의 농간일 가능성이 높다.
3. 깔때 까더라도 제대로 알고 사실만 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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