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왕돈까스 집은 상업과 사무실들이 밀집된 역세권에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오후 2시가 넘으면 회사원들의 출입이 점점 드물어지고
한가해져 가는 가게에는 때 늦은 점심을 먹으려드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오전 업무를 뒤늦게 마친 영업직 회사원이라던지 교대로 식사를 해야하는 은행원이라던지...
그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우리 가게에 나타난 날은 몹시도 추웠다.
두터운 패딩에 목에 걸린 블루투스 이어폰 그리고 정신없이 수첩을 들여다보며
통화하며 그는 가게에 들어섰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그는 자리에 수첩과 서류가방 그리고 두 개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기도 전에 셀프 우동 국물을 떠 여름날 시원한 정수기 물을 마시듯 벌컥벌컥 마신 뒤
거친 숨소리를 내 쉬었다.
주문을 받기 위해 그에게 다가려던 때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짧은 한숨을 내쉰 뒤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 전화 소리를 듣더니 또다른 휴대폰을 주어들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문제가 해결 됐는지 그는 그때서야 나를 불렀다.
"사장님!"
힘이 없어 보였다.
"주문이요. 특왕돈까스 하나주세요."
한참 메뉴판을 살펴봤던 그는 3천원 차이의 왕과 특사이에서 고민을 잠시 한 듯했다.
나는 말했다.
"손님. 돈까스 양이 많을 텐데요"
우리 가게의 돈까스는 왕돈까스와 특왕이 있는데
특은 왕돈까스가 두개가 나가기에 보통 덩치 좋은 손님들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나가는 일도 부지기수 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특이 아닌 왕을 권했다.
그러자 그는 작은 미소를 나에게 보인 뒤 말했다.
"콜라나 한 캔 주세요."
그에게서 뭔지 모를 고수의 냄새가 났다.
배가 많이 고픈 것인가 아니면 그냥 먹다 남길 속셈인 것인가.
걱정이 됐지만 손님이 원하니 어쩔 수 없이 특을 제공할 수 밖에 없었다.
주문항 특이 나왔고 나는 콜라 한 캔과 함께 그의 식탁에 올려준 뒤 설거지를 하기 위해 돌아섰다.
컵 몇 개나 씻었을까?
한 10여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나를 불렀다.
"계산이요."
놀랍게도 그였다. 그는 입가에 기름기를 닦으며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지폐를 꺼내 계산을 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분명 남겼으리라.. 음식물 쓰레기 걱정이 앞서 나는 그에게 왕을 적극 권매하지 않았던 사실이 매우 후회 스러웠다.
하지만... 나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출처 |
주문을 할 때 괜찮겠냐는 표정의 사장님
콜라 달라고 할 때 살짝 웃었던 사장님
계산할 때 에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은 사장님
식당 문을 나설 때 식탁을 본 뒤 나를 다시 뒤돌아 본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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