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목 그대로인 옷을 못 입는 20대 여자에요. 딱 평범하게 생기고 키는 살짝 작은,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사실 저는 제가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 지 모르고 살았어요. 딱 붙는 티에 스키니진을 모르니까 그냥 즐겨 입었었는데 일 시작하니 혼맥으로 야금야금 찌기 시작하던 살이 앞자리를 바꾸고 지금은 그냥 후드에 스키니, 바지가 안 맞아 후드에 기모레깅스나 입고 살고있지요.
어릴 적 얘기를 해드릴게요. 수능 보고 나서 서울에 중상위권인 대학을 붙었어요. 붙을거라 기대도 안 했었는데, 예비가 잘 떴는지.. 그치만 취직이 잘 된다는 지방의 전문대를 갔어요. 부모님이 가지 말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알고있었죠. 4년제 대학교를 갔더라면 최소 유학인데... 보내달라 할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학에 들어가 어느정도 장학금도 받고 그마저도 안 되면 학자금대출도 받고 원하시는 방향으로 살았어요. 졸업하고 취업하자마자 학자금부터 갚으라는 부모님 얘기에 그때가 23살이었는데 한 달에 20만원으로 1년 반을 살았어요. 학자금을 다 갚고 나서는 제 한 달 용돈을 30만원으로 올렸어요. 데이트하면 한 순간이지만요. 가끔 화장품이나 사고... 습관이 그렇게 들어버린 것 같아요. 안 쓰는 습관, 모으는 습관. 그러다보니 못 쓰게 되고... 정신차리고 보니 5년차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그렇게 사네요.
며칠전에 월급에서 잘 꾸미고 다니는 2살 어린 남동생이 엄마한테 "누나는 다 좋은데 옷만 잘 좀 입었으면 사람이 업그레이드가 될텐데 왜 안 그러는지 참 아쉬워." 란 말을 했었대요. 간혹 엄마와 같이 가곤 하는 목욕탕에서 한참 사우나를 하다가 속알머리 없는 엄마는 동생이 이렇더라~ 제게 얘기를 전했고요. 사실 엄마가 제게 하고싶던 얘기였겠죠. 저라고 왜 겨울철에 검은 긴 코트에 남자친구가 준 빨간 목도리만 하고 다니고 싶겠어요... 월화수목금토일 매일매일 다르게 코디해보래요. 사실 이너로 입는 옷들은 잘 빨아 입어요, 좀 낡았지만 아우터가 없을뿐이죠. 하나 더 있네요, 일 시작하고 겨울 되자마자 너무 추워서 산 패딩도 있네요.
엄마한텐 "용돈이 30인데 코트 하나 사면 10만원 훌쩍 넘고 20만원으로 목조르고 한달을 살으라고? 난 못해 ㅋㅋ"하고 웃으며 넘겼지만 가슴속이 턱 막혔어요.
"옷 못 입는 여자"가 된 나를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살았었지만 그 날 부터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어느날은 원망도 했었어요. 왜 나는 돈을 못 쓸까. 내게 투자를 못 할까. 뭐가 그리 아까울까.
부모님은 제게 "동생은 장가갈 때 보태주겠지만 넌 알아서 가라, 그동안 모은다면 스스로 갈 수는 있을거다" 라고 은연중에 아니 의식적으로 늘 얘기 해왔고,
사실 전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너무 결혼하고 싶은데 그깟 돈 때문에 같이 못 살거라 생각하면 상상하면서부터 눈물이 나요. 그래서 젊을때 악착같이 모으는데.....
중반이 넘어가고 후반이 되려는 시점에 어느순간 후회만 남네요. 내 젊음, 내 청춘이 몽땅 다 사라지고 겨울 아우터 하나인 여자만 남아서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 발 구르며 살고있네요.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가끔가다 치킨도 먹어주고 맥주도 먹어주고 오유하는 남자친구 맛있는 저녁도 사주고요. 선물도 해주고 싶고.. 전 지금이 좋아요. 그치만 옷은 한 벌 사려고요. 살이 쪄서 안 맞으니까요 ㅋㅋ
쓰고보니 꽤 기네요... 며칠 전부터 가슴이 턱 막혀서 쓰고싶은 마음에 쓸까 말까 하다 쓰고나니 풀어지는 마음이네요,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