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조상을 외치는 유사역사학이 조상들을 위한 걸까요
게시물ID : history_129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울리비
추천 : 12/6
조회수 : 79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3/12/09 19:11:43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우리의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자라면서 보는 아버지의 모습.jpg
출처는 usecondom 님의 오유 유머게시판 게시물, 원본 동영상은 The Six :  Ways You'll See Your Dad입니다.
 
많이 공감되더라고요. 물론 애인이랑 뽀뽀하는 장면은 빼고요 OTL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한없이 완벽하게만 보이다가, 크면서 부모님의 단점이 보이면서 반대로 부정적으로만 보이다가, 점점 부모님도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동영상에 나오는 말대로, '인생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희망도 있고, 꿈이 있었고, 실망감도 있었고, 어떤 시련이 온다 해도 그 위기에 맞서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나와 마찬가지로 그냥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부모님을 보는 이런 시각이, 우리 역사와 우리 조상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보통 우리 역사에 대한 긍정적 시각만 주입받죠. 위인전에 나오는 그야말로 위대한 우리 조상들 이야기,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을 찬양하는 각종 수사들...
그러다가 크면서 우리 역사의 부정적 면모를 알게 됩니다. 도덕적 악을 저질렀거나, 무력하게 피해를 입었거나 등등이요.
이 때 미성숙한 반응 두 가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조상들이 못나고 한심하다고만 생각하는 말 그대로 '자학사관', 다른 하나는 부정적 면을 사실이 아니라 왜곡된 것으로 치부하면서 정말 위대한 우리 조상의 진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소위 유사역사학입니다.
둘 다 역사를 보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닙니다. 부모님의 비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죠. 부모의 부정적 면 때문에 부모를 비난하기만 하는 자녀와, 부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꾸며낸 가상의 부모를 찬양하는 자녀, 둘 다 좋은 자녀가 아닙니다. 전자가 부모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할지는 쉽게 이해가 될 것이고, 후자 역시 자식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부모를 매우 괴롭게 만들겠죠.
모든 사람들은 장점과 단점을 아울러 지니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 역시 자신 자체의 한계와 외적 여건의 한계를 지니고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그 바탕 위에서 자식인 우리 역시 한계 속에서도 가능한 한 최선을 다 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저런 일을 해낼 수 있었나 싶은 영웅들도 있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었나 싶은 악당들도 있고, 영웅인지 악당인지 평이 분분하게 갈리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운명을 공유하는 공동체(민족이라고 해도 될까요?)를 이룬 일반적인 우리 조상들은, 평범한 사람으로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며 나름대로 자신의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 나갔습니다.
그들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관의 한계, 사회경제적 조건의 한계, 국제 관계 상의 한계 등 많은 한계를 지니고 시련을 겪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맞서며 역사의 장을 적어 나갔습니다.
인간이 불완전하듯 인간들이 모여 이룬 공동체(사회, 국가, 민족) 또한 불완전하기에 많은 실패나 실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이런 저런 한계를 감안했을 때 이해할 만한 것들이고, 한계를 감안해도 지나쳤던 실패나 실수도 있기는 해서 후세에게 반면교사가 되기도 하죠.
그렇게 그들이 쌓아온 역사 위에 우리도 우리 자신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한계를 지니고 성공이나 실패를 겪으면서 말이죠.
 
역사를 볼 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자고 하는 것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냉혈한이라서가 아닙니다.
있었던 사실을 부정하고 '부끄러운 역사'는 모두 '식민사학자=강단사학자'가 지어냈다고 우기지 않아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시대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나가 우리 후손들에게 많은 것을 남겨줬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조상들은 충분히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후손이 되기 위해 조상들이 한 일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오류를 그들의 한계를 감안하지 않고 우리의 시각으로 쉽게 재단해 비난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우리 좋을 대로 왜곡하지도 말고, 배경과 조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 그 오류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합시다. 그 오류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바로 보고, 그들의 한계를 감안해도 지나쳤던 오류는 비판도 하고, 그들로서는 피할 수 없었겠지만 우리는 다를 수 있는 오류는 답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그렇게 우리 조상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거기서 배울 점은 배우고 더 좋게 살려고 애쓸 때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조상들에게 걸맞은 자랑스러운 후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조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부모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있는 그대로 보면서 합리적인 존경을 표하고, 부모가 그랬듯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사는 자녀가 좋은 자녀인 것처럼 말이죠.
 
조선/대한제국이 일제나 외세의 간섭이 없었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근대화를 이루었을 것이라는 '자본주의 맹아론'이 설득력이 낮고, 일제강점기에 근대화가 이루어졌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더 설득력 있다는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십니까? 애초에 '근대화'라는 것이 지고의 선도 아니고,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무력이나 경제력 등에서 뒤처졌지만 우리 조상들은 다른 많은 것을 이루었고 식민지가 된 상황에서도 엄청난 노력을 해 독립을 이루어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고대에 우리 민족의 영토가 기대만큼 넓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십니까? 그렇게까지 넓은 영토를 지니지 못했어도 우리 조상들은 할 수 있는 한 자신의 국가/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고 자신들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려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전쟁 및 정복지 유지가 얼마나 힘든데 후손들 지도 보는 재미나 느끼라고 땅을 한없이 넓힐 리가...
 
물론 들고 나온 사실적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논쟁을 벌일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단순한 사실 지적에 대해 도덕적 비판이나 비난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영토가 넓지 못했으니 못난 민족이라든가, 일제강점기에 근대화를 이루었으니 일제에 감사해야 한다든가 하는 가치판단을 들고 나온다면 도덕적 비판을 할 수 있죠. 또 사실적 정보의 해석에 잘못된 가치관이 개입되어 왜곡된 해석을 내리고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도덕적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적 논쟁 자체는 '있었던 사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감정을 내려놓고 가치중립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조상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그들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그들을 극복하기도 하며 지금 우리의 삶과 역사를 더 좋게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자랑스러운 것은 그들이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계를 지니고서도 자신의 시대를 나름대로 성실히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조상들의 오류를 지적한다고 해서 우리 조상들의 가치가 깎이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은 사실로서 인정하거나 사실로써 반박합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참모습을 그대로 보려고 노력합시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