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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BL이란것을 처음 경험한 일에 대하여
게시물ID : animation_1292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uhu
추천 : 17
조회수 : 5499회
댓글수 : 64개
등록시간 : 2013/10/21 02:00:49

 사실 서론이 좀 길고 글을 잘 못써서 쓰고보니 그다지 재미가 없네요. 내일 시험인데 잠이 안와서 안오는김에 후덕한 썰이나 풀려고 하는 것이라 떠오르는대로 쓰는 글이라 잡설이 좀 길고 글도 엉망이네요. 일단 시작할게요.

 제가 삶의 반이 오타쿠였어요. 학창시절 (초등학교포함) 오타쿠였던 적이 아니었던 적보다 더 길었단게 제 생애 가장 행복하긴 하지만 가장 문제인점이겠지요. 사실 그렇다고하면 빠질수 없는게 중2병이거든요. 세간의 인식의 반은 중2스런 오타쿠니까요.

 애니메이션+중2병 의 조합이 얼마나 엄청난지는 다들 알겁니다. 저도 그런사람중에 한명이였거든요.
얼마나 심했냐 이야기를 하자면 코드기어스 R2가 방영될때 딱 중2였습니다. 이하생략..
그때 썼던 설정노트는 먼지가되었지만.. 이름도 완전 정석으로 데스노트가 하나,아카식레코드가 하나였습니다. 젠장..

 이런 심각한 오타쿠였습니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오타쿠의 특성 여러개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씬을 현실에서도 지향한다는거겠죠. 
중2병같은 현실과 망상의 구분이 힘들때는 그만큼 비정상적인 에피소드가 제 중2때는 만연할테구요,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해도 안되지만 이제와서는 웃길뿐이죠. 좀 수위가 높은 이야기도 있구요. 중2짜리가 만들어내는건데 썰로 풀면 그게 또 19금이라는게 제일 웃긴점이랄까..
이런저런 비정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름 어이없고 웃기니까 썰을 푸는거겠죠. 이야기할 것은 제가 BL을 처음 접하게 되는 계기입니다. 신세계의 문을 열었으나 그 뒤로 넘어가진 않았어요.충격이 커서 오히려 소름이 돋았달까..

제가 초딩때는 혼자 만화책보고 애니보는 아이, 중딩때 애니메이션관련 커뮤니티에 가장 몰입해서 다니는 아이, 고등학교때는 친구랑 덕질하는 아이였습니다. 중2때 알게된 고1누나가 있었어요. 외모를 말하자면 그냥 평범했던거같네요.키는 저보다 컸어요.제가 디게 작아서.. 지금도 아라라기랑 키가같음
뭐 이렇게 저렇게 잘 맞아서 어느샌가 속칭 시모네타, 말하자면 섹드립을 중2짜리와 고1짜리가 번갈아가며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여친남친 그런건 전혀 생각지도 않았어요 그누나랑은.. 생각해보면 플래그스러운게 몇개 있었지만 제가 아무래도 제대로 회수를 못한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날 커뮤니티의 번개를 시전했는데 시간이 안맞다며 사람이 안온다고해서 무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시간 맞는 한가한 두사람은 그냥 가서 놀기로했죠. 가서 하루히랑 코드기어스,젬프로젝트를 열창했지요. GONG 나라세! 목도 아프고 지쳐와서 어디갈까 어딜갈까 하다가 하다가 가까운데 그 누나 집이 있다는걸로 그 누나 집에 갔습니다. 이것만 보면 러브코미딘데 전혀 아니에요.

집에가서 뭐하지 뭐하지 하는데 할게 없어서 책장을 보니 데스노트가 있더라구요. 1권부터 안읽고 4권을 꺼내들었습니다. 
내용은 전부다 알고 있었고 미사미사가 등장하는 권수이니 뭔가 끌렸다고나 할까요? 여기부터 일이 꼬입니다. 저는 책을 정말 대충대충 보는 스타일이지만 그누나는 완전히 펴지도 않고 신주단지 모시듯 정성스레 책에 데미지를 주지않고 보는 타입이었습니다. 이부분에서 대참사가 일어나죠.

둘이서 만화책을 정말 조용하게 책넘기는 소리랑 시계 똑딱대는 소리만 들리게 책을 읽고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페이지를 넘기다가 부욱 하는 소리가났습니다.꽤나 크게요. 큰일 만들기 싫어서 솔직히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페이지도 제가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이자식 안되겠어 하는 명짤이 나오는 그 페이지였어요. 이 짤이요.
오예!

전개가 달아가니  맘도 들뜨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험해졌달까요. 
근데 책이 북하고 찢어지는 순간 진짜 시계소리가 안들리고 제 심장소리가 들렸어요. 두근 두근 하고 말이죠. 진짜 심장 간 쓸개 모두가 쫄깃쫄깃해지는 느낌? 수능성적표 받을때도 그런 긴장감은 없었어요. 수능영어 5등급이었거든요. 대학은 수시로 어떻게 평타는침

그 누나가 제이름을 부르더라구요 ? 
"PUHU야?"
 와 사람 손에 땀이잡히는데 필요한 시간은 10초가 채 되지 않는다는걸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저는 당황해서 심한 사투리로 

"아..미안..누나야.. 미안진짜미안진짜진짜미안.." 

그러니 누나는 담담하게 그러더라구요

"그거 초판인데 어쩔꺼야?"

후... 답이 없었어요 이건 진짜 머리가 멍해져서 

"어..어떻게하지?"

라는 대책없는 대답만 내놓고 책을 손에 쥐고 책은 땀에 젖어가는 그런상황 누나는 화가나서 째려보면서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씩 웃으면서 무언가를 깨달은듯 누나가 한마디 하더라구요

"내가 요새 하고있는게있는데 좀 도와줄래?"
"그..그게 뭔데?"
"BL 드라마 CD"

솔직히 벙쪘죠. BL 드라마CD랑 내가 무슨상관이며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BL이라는 장르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누..누나야 나 BL 하나도 모르는데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노? 나는 일러스트도 못그리는데?"
"모르는건 가르쳐줄게 좋은 교재는 집에 많거든? 그거보고 참고해서 목소리만 내주면 돼."

라는겁니다 뜬금없죠 드라마CD라니 그것도 BL이라니 그다음에 내가 더빙이라고? 말도안돼 라는생각을 하는 와중에 그 누나가 가져다 준 책이 있습니다.
[코우사카 토오루]돈이
Ah......
책내용은 장난이 아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건 제 멘탈이었죠. 읽고 신세계의 문을 열었는데 고개만 빼꼼 내밀고 닫아버렸어요. 거부감보다는 컬쳐쇼크가 상당했어요. 부녀자는 대단했습니다. 부녀자는 강했습니다.
화력도 행동력 강하지만 섹드립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라서 그런가 거침없는 행동.
무엇보다 누나랑 평소에 이야기 할때 저도 BL물에 관심이 없었던만큼 BL물 자체에대한 부정도 없었고,
평소에 농담조로 "뭐 누나가 원한다면 보이스 샘플정도는 제공해줘도 괜찮아 ㅋㅋㅋ" 라는 말이 이런 대참사를 일으켰던것 같습니다. 
BL물을 본적도 없는놈이 그런소릴 하다니.. 지금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런 농담은 친한사이 일수록 안할 것 같습니다. 일이 커지거든요..

 그리하여 책을 독파당하고, 장장 2시간에 걸친 녹음이 누나의 감독으로 실행되게 됩니다.
 대충 스토리를 설명하면 " 너는 생긴것도 애고 목소리도 애고 하는짓도 애니까 아무래도 수가 맞겠지? 이 대사부터 읽어봐."
하라는 대로 하는 제가 있었습니다. 왜그랬을까요 ? 그렇게 몇개의 대사를 테스트하더니 대본을 만들어서 가져다줍니다.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녹음이 시작되죠.

심지어 맘에 안들면 리테이크도했어요. 게다가 야한건 BL물이 더해요. 수위는 여자랄까, 부녀자가 더합니다. 진짜 세요 이건 보통 상업지를 아득하게 초월합니다 야한게요 제가 어디가서 섹드립을 부녀자한테 잘못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거기서 들더라구요. 도저히 수위가 올라가서 그 대사에 대한 말은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그것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신다면 따로 제공해드릴 순 있지만말이죠.. 제일 심각한건 뭔지 아세요?
 제가 그렇게 녹음한 보이스를 제가 듣는거에요. 딱 하나 예를 들면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기분좋은 목소리로 "형..들어..(큿)왔어..(하아)"

아 이건 진짜.. 한숨밖에 안나오더라구요.
대충 이런 대사들을 여긴 이렇게 해야되고 저렇게 해야되고 라는 말을 하면서 리테이크를 하고 또 했습니다.
'와 진짜 생고문 리얼 생고문 차라리 초판을 구해서 사줄걸 그랬다.'라 생각해도 이미 엎질러진물에 흘려버린 우유니까 손쓸 도리도 없고.. 

두시간 녹음하니 목은 갈리는 소리가 나고 ..끝나니 아이스크림은 사주더라구요 수고했다고.. 차마 달라고 못하겠더라구요 그 보이스 샘플 자기가 생각해도 1초전의 자신이 흑역사인데 어떻게 달라고 하겠어요. 그거 어디에 쓸거야? 라고 제가 물어보니
"흠.. 내가 공으로 낮게 녹음하던지 해서 업로드하거나.. 보통 드라마 CD에 합성해줄게 ^^. 재능있는데 다음에 또 해볼래?" 라길래
아무래도 거절하고 내가 수에 재능이 있는거냐.. 라는 태클을 마음속으로 했죠

그 뒤로 그 보이스샘플을 가지고 잘 노는것 같았는데 제일 큰 고문은 뜬금없이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저걸 틀어줘요 " 크흣.." 하는 목소리를 저한테 들려줘요. 와 .. 그건 .. 생고문.. 아무래도 부녀자 뿐만이 아니라 S에도 재능이 있었나봅니다. 부녀자의 세계에 돌아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나에게서 그 자료가 없어지길 빌 뿐인 제가 여기있네요.
그 뒤로 몇번 당하니 그 방면에 거부감이 사라진건지 뭔지 농담삼아 그누나한테 

"그거 써도 괜찮은데 쓸때는 총수로 해줘 ☆"

라는 농담도 했었구요.
고등학교 되어서 학교친구들이랑만 덕질하다보니 그때 연락처는 어디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연락한번 하고싶은
쓸데없이 긴글 읽을분만 읽어주세요. 털어놓으니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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