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하인스 워드를 환영하는 우리들의 자세.
게시물ID : humorstory_1140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잿빛
추천 : 13
조회수 : 3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6/02/12 11:32:48
안녕하세요, 캐나다 거주중인 고등학생입니다.

글의 특성상 부득이하게도 존대말이 아닌 평어를 사용하게 된 점.

형님, 누님들께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






하인스 워드.

1976년 생으로 주한 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김영희 씨 사이에서 출생.

부모와 함께 생후 직후 미국으로 이민.

흑인 빈민가에서 자라면서 단 한번도 마약, 술, 담배에 손을 댄적이 없으며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체육활동은 물론 성적도 탑을 유지했던 자랑스러운 아들.

어머니 김영희씨는 시간당 $4.25라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하루에 3개 이상의 직장을 오가며

흑인 빈민가에서 자라나야 했던 아들을 NFL 결승전(슈퍼볼) MVP로 키워냈다.

워드가 회상하기를 다른 두 부모를 모두 가진 아이들이 모두 더럽고 낡은 옷과

신발을 신고 다닐 때에 자신은 침대에서 일어나면 항상 깨끗하게 새탁된 좋은 옷과 신발이 옆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단 한번도 따듯하지 않은 음식을 먹은적이 없다며 어머니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옷을 사입은 적이 없는 어머니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그가 한국인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북미지역 교포신문의 제 1면은 그의 사진으로 도배되었으며

자랑스러운 혼혈 한국인!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내다! 라는 기사가 

벌써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하인스 워드씨는 신문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에는 자신이 한국인 혼혈아라는 것이 

자신에게 시련을 주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랑스럽다며 어머니의 나라를 곧 방문하게 되는 것에 대해

끝없는 자랑스러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십니까?


몇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김영희씨가 혼혈아의 어머니라는 것 때문에 한 광인이 욕을하며 침을 뱉는 것을 참아야 했으며

한인 교포사회에서는 그가 '흑인 혼혈'이라는 것 때문에 그녀와 워드에게 자신의 자식들과 어울리지 말것을 종용했으며

그가 풋볼 랭킹 1~2위를 다투는 대학들의 스카웃 제의를 뿌리치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가까운 조지아 대학을 택한 것 때문에 
후보나 다름이 없는 NFL 드래프트 3순위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한 그의 효심을 찬미하는 기사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의 대가로 약 5만명이 넘는 부녀자들이 청나라로 끌려갔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사대부의 딸들도 끼어있었을 태지요,

노예, 매춘부, 등등.. 갖은 고생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그들이 그리운 조국으로 돌아왔을 때에

대부분의 가족, 혹은 고향사람들은 당연히 '더럽혀'졌을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추방, 격리했으며 돌로 처 죽이기도 했습니다.



박주영 신드롬을 기억하십니까?

무려 4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성공시킨 환상슛,
매 경기마다 골을 뽑아내는 그의 실력에 국민들은 열광했으며
언론은 발정난 개마냥 그를 신격화 시키기에 바빴습니다.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생성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언론은 박주영과 그를 묶어 '대한민국을 빛낼 선두자들'이라는 특집기사를 써내기 일수였으며
황우석 박사를 신격화 시키는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박주영이 부진한 성적을 내자 그들은
"아직은 일렀다."라는 저자세로 돌아섰으며

황우석 박사의 비리가 밝혀지지 마자

그들은 케사르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부르터스처럼
황우석 박사 죽이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박찬호를 기억하십니까?

메이저리그 특급,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 박찬호.

그가 처음 LA다져스에 입단, 기적에 가까운 선전을 보일 때에
대한민국은 열광했으며 각종 기업들은 그를 광고에 출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풍선껌 익사이팅과 아이스크림 찬호박, 그리고 삼보컴퓨터 였나요?)


그러나 그가 텍사스 레인져스로 팀을 옮긴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뒤바뀝니다.


돈방석에 앉더니 헤이해졌다. 매년 겨울만되면 한국에 와서 기생관광하고 가서 그따위로

'타락'한 것이다

라는 유언비어나 흘리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차인표씨가 다져스 시절 박찬호씨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영양식 내지 최고급 정식으로 점심을 해결해도 조금도 어색함이 없을 스포츠 스타가

컵라면과 김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구요.



대체, 우리는 얼마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겁니까?


황우석 박사가 처음 줄기세포 제작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그의 가치는 수백, 아니 수조원 이상이라며 언론은 그를 신격화 했으며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있다"

라는 말은 2005년 최고의 명대사로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를 배신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는 배신자 입니다.



그렇다면 노성일은 배신자가 아니던가요?



그와 함께 연구결과를 속인 다른 이들은 배신자가 아니던가요?



그럼 박찬호 씨는 어떤가요?

그분을 정말 잊으신 겁니까?

우리의 사랑은... 고작 이렇게 연약했던 겁니까?




박세리씨를 기억하십니까?


양말을 벗고 물속에서 공을 꺼내어 샷을 날리던 그녀의 모습은

그 뒤로 양희경씨의 '상록수'와 함께 수많은 CF와 드라마에서 패러디 되며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그녀의 성공에 반한 수많은 부모들에 의해 육성된 수많은 태극낭자,


그리고 오노가 좋다며 아양떠는 이 씹어먹을 김초롱을 포함.



그들의 잇다른 성공에 이제는 묻혀버린 박세리,


그분을 잊으신 건가요?

'헤치고 나아가... 끝내 이루리라...'


상록수의 푸르른 이파리는 결국 십년도 못가 낙엽이 되어 


봄날의 아지랑이 처럼 아스라히 잊혀저갈 만큼


가치 없는 것이었나요?



대체 대한민국의 관심과 사랑의 지속시간은 얼마만큼 인가요?

동전 뒤집듯이 쌩쌩 바뀌는 우리들의 사랑은,

우리들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옛날 선조들에게는 이런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름이 되면 가족 구성원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엽전에 메어두었다가

길가에 던져두면

그것을 제일 먼저 집어가는 사람이 더위를 가져간다구요.


이것은 걸인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선조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워드는 아마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당해야 했던,

치욕을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혈통이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나라를 곧 방문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른답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기 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그는 견뎌내야 했을 까요.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그의 가슴 속에 침전되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그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갉아먹었을까요?



그의 어머니가 그를 사랑했던 만큼,

그리고 그가 차가웠던 관심과 인종차별의 멸시의 잣대 속에서 겪었던 상처의 깊이 만큼.


그리고 그 두사람이 그런 멸시를 용서라는 이름으로 감싸안기 까지 걸린 시간 만큼.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위안부 누드 파동으로 퇴출당했던 이승연이 컴백한다고 합니다.
친일파의 아들, 105평짜리 4층빌라를 통째로 쓰며 한층 월세 900만원을 거뜬히 내는
이회창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고이즈미는 여전히 신사 참배를 계속할 것이며
김완섭은 아직도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한국을 방문할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


그들은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멸시의 시선을 던지던 한국인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갖은 멸시와 차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당한 고통을 감싸안으며

'한국인'을 용서한 그들.


그들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그리고... 동전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는 북미 교민사회와


그리고 아무런 뒷이야기도 모르는 체 무작정 그의 성공을 축하하며



아마도 얼마 후면 그의 존재를 잊어버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흑인보다는 백인을 사랑하며,

혼혈보다는 순혈을 선호하는 세상은.


곧 외모지상주의와 자본주의의 바퀴와 맞물리며


좀더 '아름다운'사회를 향해 발돋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에대한 맹목적인 환호가 아니라

그가 받아야 했던 차별에 대한 사죄이며



그리고 그와 더불이 잊혀졌던 진정한 영웅들을 위한

'추억'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인스 워드의 방문을 환영하는 우리들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